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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7. 23:14

Bill Evans Trio의 대표 앨범 중 하나인 1961년 작 [Waltz For Debbie]이다. 갑자기 이 앨범의 1번 트랙, My Foolish Heart가 입에 흥얼거려지길레 올려본다. 앨범을 통채로.ㅎㅎ(아무래도 난 저작권법에 대한 겁을 상실했나보다. 문제되면 내릴께요ㅠㅠ) 이 앨범에서 Bill Evans의 피아노 연주도 좋지만, 다른 트리오들의 음악에 비해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 소리가 특히 귀에 들어오는 것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일까?

베이스 연주가 독특하여 베이시스트가 누굴까 검색해봤더니 스콧 라파로라는 사람이었다. 빌 에반스와 단 몇장의 앨범을 함께한 후 교통사고로 요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재즈계의 쇼팽이라는 빌 에반스는 자신의 최고 명작을 61년 전후에 이 스콧 라파로와 함께 만든 후([Waltz For Debbie], [Portrait In Jazz] 등), 이후에는 이 작품들을 뛰어넘지 못하는 앨범만을 만들었다는데..(물론 여전히 뛰어나긴 하지만!)

빌 에반스는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백인으로써는 최초로 성공한 재즈 아티스트라고 한다. 흑인만이 제대로 그 맛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재즈계에서, 빌 에반스의 등장은 백인 팬층의 환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부 평론가들은 그가 백인이기 때문에 과대평가와 관심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끝이없는 정치적인 이야기.

아무튼 [Waltz For Debbie]는 내가 즐겨 듣는 앨범 중에 하나이다. 솔직히, 매우 서정적이고 듣기 쉬운 앨범이다. 흔히들 말하는 '칵테일 음악'이랄까. 하지만, 평론가들은 [듣기 쉬운] 이상의 예술성이 빌 에반스에게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게 뭘까?
2007. 4. 26. 02:07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되기도 해서 얼른 자야 되는데, 이대로 자자니 뭔가 이상하게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글을 써 본다.

오늘부터 전주국제영화제 해외 게스트들을 맞이하는 인천공항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무려 7시 30분이라는 꼭두새벽(!!)에 기상하여 씻으려 하니, 어젯밤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 놓고 그냥 잠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당황에 빠져 얼른 빨래를 방으로 갖다 놓은 후 서둘러 인천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속에서, 아침삼아 김밥 한줄과 서울우유 500ml. 그리고 눈을 감았다.

오늘 내가 맞이한 게스트는 이번 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 이리 멘젤 (Jiri Menzel) 이었다. 인터넷에서 조사 좀 해 봤더니, 체코 영화의 거장으로 28세에 처음 감독한 영화 [가까이서 본 기차]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이듬 해 만든 [줄 위의 종달새]라는 영화는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프라하의 봄을 빼앗으면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20년이 지난 89년에서야 세상에 공개되었고, 곧바로 90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그냥 말 그대로 거물 이셨는데... 헐레벌떡 어설프게 그와 그의 아내를 맞이하여 리무진에 태워 전주로 보냈다. 그의 나이가 올해로 70세인데, 아내의 나이가 30세라고 한다. 예술가들이란.. 정말.. 허허..

그리고 오늘 수학 시험 관계로 학교로 어서 돌아와 수학 시험을 쳤다. 추가 시험이 본 시험보다 엄청 어렵다고 공지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문제들이 많았고, 2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문제를 풀면 질려있지가 않아서인지 신선하고 재미있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빨래를 그제서야 건조시키고, 과 친구들이랑 야식을 또 먹고, 건조한 빨래를 찾으러 갔다가 무릎팍도사가 방영중이길레 시청하였다.

오늘은 김수미 씨가 출연하였는데, 뭐랄까, 정말 내공이 느껴지는 방송이었다. 한 분야에서 35년간이나 큰 부침없이 그 유명함과 명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정말 [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그녀의 과격한 캐릭터들과는 다른,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우아함, 그리고 원숙한 아름다움.

오늘 밤, 지금 이렇게 할 일도 딱히 없고 몸도 피곤한데 왠지 자기에 아쉬운건 지금 기분이 너무 행복해서 인 것 같다. 이유없이 그냥 행복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아른거리는 이 기분. 이렇게 충만한 기분, 잠들고 나면 내일 아침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잠들기 싫은 걸까?


항상 모자란 건 나라는 걸, 항상 생각이 더 짧은 건 나라는 걸 느낀다. 오늘 밤이 바로 그런 밤이다. 눅눅한 공기 때문인지, 창 밖 가로등 불빛이 파스텔처럼 번진다.

정말, 고마워.
2007. 4. 20. 17:41

학전 블루 소극장
원작 존 폐트릭 쉔리 John Patrick Shanley
연출 최용훈
출연 예수정 남명렬, 윤다경, 우명순

2005 퓰리처상 드라마부분 수상, 2005 토니상 4개 부분 수상

1964년, 어느 카톨릭 성당의 부속 학교에 첫 흑인 학생 뮬러가 다니고 있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그 아이를 보살피는 유일한 따뜻한 손길은 플린 신부(남명렬 분)뿐이다. 그런데, 뮬러가 속한 반의 담당 수녀인 제임스 수녀(윤다경 분)는 이 학교의 교장인 엘로이셔스 수녀(예수정 분)에게 어느 날 뮬러가 플린 신부다 단 둘이 면담하고 난 후 돌아왔을때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는 보고를 하고 이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 신부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이번 신입생 세미나에서는 연극 다우트를 감상하였다. 연극 초반부에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편집증 적인 증상으로 그려진다.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기 보다는 규율과 엄격함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고자 하는 엘로이셔스 수녀를 어느정도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녀의 의심은 더더욱 비합리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계속된 그녀의 의심앞에서 플린 신부는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플린 신부가 정말 뮬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해 관객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채 연극은 끝나고 말았다.

연극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의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의심 자체에 대해 뭔가 철학적인 의문을 관객에게 던지고자 한 듯 했는데, 편집증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에 대한 확신은 사실-거짓의 관계와 확신-의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그 진실 자체로 완성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믿음이 그 사실에 덧붙여 짐으로써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비록 거짓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그것이 진실이라고 모두가 믿는다면, 그것은 진실이 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극 본 후에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사실 저런 답이 없는 철학적 질문보다는 현실적인 걱정에 대한 것이었다. 아직은 내가 학생에 불과해서 느끼지 못했던 점이지만, 훗날 사회에 나가 어떤 조직 속에서 상사나 동료가 날 특정한 이유나 증거없이 무작정 끝없이 의심하고 미워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내 아랫사람이 그런다면야 물론 권력을 동원하면 되겠지만..(^^) 상사나 동료라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연극 속에서는 플린 신부가 과연 떳떳한지 아니면 떳떳하지 않은지에 대해 확실히 결론지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정말 나 스스로는 떳떳한데, 정말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심지어는 아무 이유없이, 상사가 날 괴롭히고 미워한다면? 어쩌면 그냥 그 미움과 의심을 해결할려고 끝없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 그냥 플린 신부가 다른 교구로 옮긴 것처럼 내가 그 직장을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다, 그런식으로 하다가는 어디서도 자리 못잡는다. 어떻게든 참고 이겨내야 한다? 사회에 나가면 정말 별별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것이다. 아직은 미리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정말 두려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스포일러 끝났어요)

모든 연기자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잠깐 등장할 뿐이었던 뮬러부인(우명순 분)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연극 후에는 플린 신부를 연기한 남명렬 분과 함께 극장 근처의 술집에 갔다. 음.. 물론 나는 되도록이면 교수님과 연기자 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가까이 앉았다가는 제대로 술자리를 즐기지는 못하고 연극 얘기만 하게 되거든..^^ 물론 그런 얘기 하는 것도 좋지만, 어제는 그저 같이 수업듣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나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갔던 술집은 원탁의 기사 라고, 대학로 내에서 정말 유명한 술집인듯 했다. 아주 오래전 연극 포스터들이 벽에 줄줄이 붙어있고, 주인아저씨와 배우분들이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꼭 배우가 될거라고 말하는 주인 아저씨.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그런 분이셨던것 같다. 극장 옆에서 술집을 운영하면서, 연극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꿈을 늘 간직한채 살아가는 그런 분.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끝으로, 요즘 문화생활을 너무나도 많이 한다는 걸 느낀다. 넘치면 뭐든지 안좋은 법인데.. 시험공부에 지쳐있을 나의 친구들은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