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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6. 02:07
피곤하기도 하고, 내일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되기도 해서 얼른 자야 되는데, 이대로 자자니 뭔가 이상하게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글을 써 본다.

오늘부터 전주국제영화제 해외 게스트들을 맞이하는 인천공항에서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무려 7시 30분이라는 꼭두새벽(!!)에 기상하여 씻으려 하니, 어젯밤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 놓고 그냥 잠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당황에 빠져 얼른 빨래를 방으로 갖다 놓은 후 서둘러 인천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속에서, 아침삼아 김밥 한줄과 서울우유 500ml. 그리고 눈을 감았다.

오늘 내가 맞이한 게스트는 이번 8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 이리 멘젤 (Jiri Menzel) 이었다. 인터넷에서 조사 좀 해 봤더니, 체코 영화의 거장으로 28세에 처음 감독한 영화 [가까이서 본 기차]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고, 이듬 해 만든 [줄 위의 종달새]라는 영화는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프라하의 봄을 빼앗으면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20년이 지난 89년에서야 세상에 공개되었고, 곧바로 90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그냥 말 그대로 거물 이셨는데... 헐레벌떡 어설프게 그와 그의 아내를 맞이하여 리무진에 태워 전주로 보냈다. 그의 나이가 올해로 70세인데, 아내의 나이가 30세라고 한다. 예술가들이란.. 정말.. 허허..

그리고 오늘 수학 시험 관계로 학교로 어서 돌아와 수학 시험을 쳤다. 추가 시험이 본 시험보다 엄청 어렵다고 공지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문제들이 많았고, 2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문제를 풀면 질려있지가 않아서인지 신선하고 재미있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빨래를 그제서야 건조시키고, 과 친구들이랑 야식을 또 먹고, 건조한 빨래를 찾으러 갔다가 무릎팍도사가 방영중이길레 시청하였다.

오늘은 김수미 씨가 출연하였는데, 뭐랄까, 정말 내공이 느껴지는 방송이었다. 한 분야에서 35년간이나 큰 부침없이 그 유명함과 명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정말 [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그녀의 과격한 캐릭터들과는 다른,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우아함, 그리고 원숙한 아름다움.

오늘 밤, 지금 이렇게 할 일도 딱히 없고 몸도 피곤한데 왠지 자기에 아쉬운건 지금 기분이 너무 행복해서 인 것 같다. 이유없이 그냥 행복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아른거리는 이 기분. 이렇게 충만한 기분, 잠들고 나면 내일 아침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잠들기 싫은 걸까?


항상 모자란 건 나라는 걸, 항상 생각이 더 짧은 건 나라는 걸 느낀다. 오늘 밤이 바로 그런 밤이다. 눅눅한 공기 때문인지, 창 밖 가로등 불빛이 파스텔처럼 번진다.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