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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0. 01:51
5/18-6/7
이번 한국행에선 계속 집에 머무르며 한번만 2박3일로 외출했다. 지난번들에 비하면 훨씬 조용히 보낸셈이다. 어학병 시험을 앞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엔 눈치가 보여서 집에 있었는데 ㅎㅎ 그렇다고 집에서 제대로 공부한 것은 당연 아니었다.


하나. 공항
일본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이었는데, 신종 인플루엔자 검역으로 인해 일본에서 환승한 비행기의 이륙이 두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덕분에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 시간을 넘기고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어디 아는 집으로 가자니 짐도 너무 많고 그래서, 그냥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첫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차 덕분에 크게 졸린 건 없었고, 덕분에 책 좀 읽다가, 햄버거 하나 먹고, 인터넷 좀 하다가, 티비 좀 보다가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떴다. 기다리면서 지난 겨울 로마와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하루씩 노숙한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나름 어릴 적부터 이곳저곳을 다닌 덕인지, 가끔 영상매체를 통해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을 접하면 묘한 그리움과 아련함에 휩싸이곤 했었다 - 역과 터미널이 '내 공간'인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이제까지의 각종 공항에서의 경험에 이번 밤샘이 더해지면서 이제 공항도 '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구나.. 싶었다.


둘. 소소한 일상의 행복
거의 매일, 저녁 식사 후 어머니와 손을 꼭 붙잡은 채 아파트 뒤를 산책했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웃고, 토닥토닥 소소한 말다툼을 하고, 산책로 위의 수많은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드렸다. 아파트 뒤의 논에는 이미 모내기가 끝나 있었는데, 그게 자꾸만 눈에 들어오더라 -  해가 덜 진 초저녁에 산책할때면 조금씩 삐뚤삐뚤하게 심어진 모를 보며 그 특유의 옅은 초록색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고, 밤엔 논을 거울삼아 비치는 아파트의 불빛들, 한국 특유의 요란한 상가 간판들, 그리고 달빛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애썼다. 개굴개굴 개구리 소리도 귀에 찐했다. 산책 중간중간 어머니와의 대화가 끊길때면, 내가 얼마나 많은 일상의 소소함을 놓치고 살아가는지를 생각했다. 행복이란게 별게 아닌데.

그렇게 놓치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어져 한국에 있지 않음으로써 내가 잃어버린 것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아마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다면, 한두개의 동아리 안에선 회장 정도쯤 하면서 온갖 엠티와 술자리를 주선했을테이고, 계절마다 찾아오는 각종 영화제에 자원봉사를 신청했을 것이다. 이십대 초반이 지나기 전에 맘에 맞는 친구들과 지리산 종주도 해보고 싶고, 자전거에 텐트하나 얹이고 동해안 일주도 해 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 남는건 그렇게 쌓아 놓은 추억들 - 산장속에서의 하룻밤, 여름임에도 냉기가 쩍쩍 올라오는 텐트바닥,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내 눈에 담긴 우리나라 - 일텐데, 이런 것들을 놓친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미국에서 얻어내고 있을까.

그렇지만 다시금 생각했다. 이제는 머리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가. 밖에 있으면 환상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안으로 들어가서보면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걸. 그렇게 안밖이 뒤바뀌면 어느덧 이젠 안에서 밖을 그리워하고, 일상이었던 것들이 환상이 되어버린다. 이것도 그런 걸꺼다. 이제는 재현 불가능해진 과거의 경험들에 대해선 감사해하고, 내 마음에서 그만 놓아야할 것들에 대해선 너무 안타까워 하지 말아야 겠지. 아 물론, 아직도 가능한 것들은 어떻게든 누려내고 말꺼다 ㅎㅎ


셋. 어학병
미국에서 머무르다 바로 인턴하러 갈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굳이 한국을 들린 주된 이유는 사실 어학병 시험때문이었다. 지난 6월 4일이 시험 날이었고, 시험 전까진 집에 머무르면서 공부하는 척을 했다. 시험에선 오전에 영한 한영 번역을 하고, 오후에 영한 한영 통역을 해야한다. 앞의 세개는 그런데로 괜찮았지만 마지막 한영 통역에서 거의 한마디도 못하고 나와버렸다. 영어로 못 옮기겠었던건 아니었는데, 문제는 단 일초전에 한국말로 들었던 그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는 거였다.... 덕분에 시험은 떨어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고 나의 군대행은 계획에서 벌써 한칸 어긋나 버리고 말았다.. 에고.


넷. 내 오랜 친구들
목요일 아침 9시였던 어학병 시험에 구미에서 곧바로 갈 차편이 없어 전날 천안의 작은누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천안에서 누나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이, 먼저 어학병으로 입대한 정모로부터 전화가 왔다. 삼십분 남짓 통화했는데, 녀석도, 나도, 어찌나 여전한지. 어학병 시험과 군대 생활, 그리고 여자에 관한 시덥잖은 얘기들로 삼십분을 꼬박 채우면서 몇번이나 낄낄 거리고 웃었는데 - 참 좋았다.

시험이 끝나고 서울에서 만난 친구와도 한참을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얼마나 말이 많았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왠지 그 친구가 흉봤을 것만 같다. ㅎㅎ 그리고 그날 밤 내려간 대전에선 재형, 강섭, 수연이를 만나 각자의 요즘의 삶과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이야기들로 밤을 꼬박 새버렸다. 나 덕에, 그리고 각자의 대학에서의 갈라진 삶 덕에 이젠 삶의 공통분모가 꽤나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들도 나도 참 여전했다. 맘 푹 놓고 마신 덕인지 맥주 서너잔에 벌써 취기가 올라왔고 정신없이 서로 놀리고 갈구고 욕하고 웃었다. 그 편안함.


그리고 다시 출국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있다. 어떻게 운이 잘 닿아 이번 방학에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인턴을 하게 됬다. 하는 일은 초전도체와 관련된 건데, 일도 일이지만 이스라엘에서만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겪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학병 시험을 공부하는 척 하면서 봤던 각종 영화와 드라마들.

와니와 준하
티비에서 결혼한 김희선이 나오길래, 몇번 뒤지다가 못찾겠음을 반복한 끝에 여전히 보지 못한, 김희선이 가장 아름다웠다던 영화 와니와 준하를 찾아봤다. 영화는 그냥 썩 괜찮은 정도였다.

미녀는 괴로워
와니와 준하의 주진모를 보고 이 영화도 보지 않았음이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다. 극중 주진모의 대사가 참 맘에 들었다. -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시티홀
극 중 차승원이 맡은 역할에 끌렸다. 사시와 행시를 동시에 패스한 천재이고, 매우 현실적이고 야비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숨겨진 아픔이 있는 그런 캐릭터? ㅎㅎ 이젠 좀 정형화된 뻔함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걸 내가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 거기에 파리의 연인을 썼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결국 일부러 찾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재미있는데, 김은숙 작가라는 사실이 초반부의 재미를 보장하는 건 사실이지만 덕분에 후반부의 늘어짐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박수칠 때 떠나라
시 티홀을 보면서 차승원의 길이, 몸매, 수트빨에 반해버렸고, 그래서 그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괜찮은 영화였다는 입소문이 기억나서 박수칠 때 떠나라를 가장 먼저 찾아보았는데, 이 영화도 그냥 그럭저럭이었다. 내가 장진식 유머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틈틈히 그런 유머가 영화의 흐름을 끊었던 것만 아니었다면 꽤나 괜찮은 스릴러물 이었을 것 같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마찬가지로 찾아본 차승원의 영화.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럭저럭한 장르물이었다.

그저 바라보다가
우 연히 주말 재방송으로 9화와 10화를 보고는 재미있길래 앞 화도 다 찾아보았다. ㅡ.ㅡ;; 평범한 우체국 직원(황정민)과 우리나라 최고의 톱스타(김아중)가 어떤 계기로 위장결혼한 끝에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둘의 로맨스의 전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나도 별 수 없이 황정민이 나고 김아중이 김태희 혹은 송혜교라는 환상을 품으며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 덕분에 드라마가 매우 재미있다.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와 이 드라마를 통해서, '몸매만 좋지 얼굴은 별로잖아'였던 김아중에 대한 평가가 '몸매는 정말 최고고 얼굴도 저만하면 충분히 이쁘지!'로 바뀌었다.

너무 놀라지 마라
때마침 구미에서 개최된 전국연극제의 개막작으로, 어머니와 함께 관극했다. 극중에선 가난과 정신이상과 패륜에 의한 놀랄 일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데, 주인공들은 연극의 제목처럼 그걸 전혀 놀라지 않고 받아들인다. 장영남의 넘치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연극이었다.

2009. 2. 27. 08:24
세상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사람들 중에는 얼굴은 알지만 인사까지 하기엔 멋쩍은 사람도 있고, 지나가다 반갑게 안녕!할 뿐이기만 한 사이도 있고, 같이 밥을 몇번 먹는 정도인 사이도 있고, 그리고 정말 친하다고 생각 드는 사람도 있다.


좀 더 어렸을땐 정말 친한 친구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비밀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까지도 다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 모르는 것이 없어야 진정한 친구일 거라고 믿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만큼 그 친구도 나를 아끼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주는 만큼 친구에게 받고자 했고 또 친구가 주는 만큼 돌려주고자 애썼다.

하지만 아마 고등학교때부터 그런 생각에 변화가 시작됬던 것 같다. 가장 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할 나이에, 매우 균형이 맞지않는 성비의 남녀학생들을, 기숙사 생활하는 좁은 학교 우겨넣었으니 입학 초기부터 뒷소문들이 참 많았다. 오늘 벌어진일 내일이면 동기 전부가, 이틀이면 전교생이 다 알았고, 나와 아주 친한 A로부터 들은 비밀 얘기를 나의 또다른 친한 B에게 전하면 그 B는 C에게 C는 D에게 - 이런 식으로 왠만한 소문들은 삽시간에 전교에 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나 남녀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둘이 별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 둘이 잠시 같이 있었다고, 밥을 한번 먹었다고 무성한 뒷얘기들을 만들어 내고 옮기고 듣고 하는 것들에 입학 첫 두세달 만에 벌써 질렸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덧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모든 걸 공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짜 친한게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뭔가 아는 듯한 분위기더라도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나도 들은 얘기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주위에 퍼져도 상관 없는 얘기들, 나 자신의 얘기라서 퍼져도 피해받을 사람이 나 뿐인 이야기들만 농담처럼 하였고 정작 진지한 얘기들은 마음 속에만 갖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 친구간의 믿음이 깨진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서로에게 말해 주었을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전혀 섭섭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서는 다시 서로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땐 이미 서로가 어느정도 커서 인지 알아서 잘 처신했다.


아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싶으면 자연스레 친구관계가 멀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당연히 상호적인거고 그런 그의 반응이 당연한 거기에 별 반응 하지 않지만, 사실 그런 얘기들을 들을때마다 다시 되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 그럼 너가 그 친구를 아낀 것도 그정도 밖에 안된거 아니었냐고. 겨우 그거에 서로간에 거리를 벌릴 정도라면 너도 그닥 그렇게 그 친구를 아낀건 아니지 않냐고.

상당히 이상적인 생각이라는 것은 나도 알지만, 누군가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 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내게 다가온다고 밀어내지도, 멀어진다고 잡아당기지도 않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만큼의 얘기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비밀이 있어보여도 때가 되면 말하겠지 하고 기다려줄줄 알고, 끝끝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고, 돌려받을 생각으로 그 친구를 아끼지 않고, 그 친구가 나를 아껴주는 것을 갚아야하는 빚처럼 생각하지 않는 그런 관계. 이러면 그 친구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 하는 마음들은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러면 내가 섭섭해 할 것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무슨 일 있어도, 굳이 일부러 예의 차리지 않더라도, 그래도 정말 그 친구가 친하게 느껴질때, 조건없이 친하다는 생각이 들때, 서로간의 친함에 대해 맹목적으로 믿음이 갈때, 그래야 진짜 친구인거 아닐까.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있다. 오랜기간 아무런 교류가 없었어도 다시 얘기하면 늘 한결같고, 한결같지 않고 변했다고 한들 그래도 내 친구라는 생각이 들고, 굳이 공통의 화제가 없어도 대화가 즐겁고, 나와는 매우 다른 면을 가졌지만 아무렴 어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필요할때 부담갖지 않고 연락하고 부탁하며, 그 친구가 뜬금없이 연락하고 부탁해도 아무렇지 않은 느낌이 드는 친구. 나는 그저 내 자리에 서 있을 뿐이고, 그 친구 또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어도, 인사치레로 일부러 서로를 챙기고 신경쓰려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런 친구. 그렇지만 정말 친하다고 느껴지는 그 친구.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런식이면 대체 뭐가 친한 거냐고. 아무 상호관계 없이 혼자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거기에 생각이 닿자 사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 머리로는 설명 못하겠는데 마음으로는 무언가 분명이 다른 그 느낌.

그리고 결국은 누군가와 그런 친구관계가 된다는 것이 내가 마음 주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전혀 기분이 안나쁘지만, 똑같은 행동을 다른 애가 하면 매우 기분이 상할때가 있는 것처럼. 그럴때마다 내가 그 애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거지 걔가 나쁜 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데, 동시에 선입관이라는게 정말 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건
이제 친구관계에서는 저런 아가페적인 친구가 되어 줄 수도, 혹은 그런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글로 적으면서 더 느낀 거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저런 마음가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다. ㅎㅎ 언젠간 사랑에서도 저럴 수 있겠지.
2008. 10. 29. 17:38
날씨도 춥고 배는 고프고 몸은 나른하고 해서 침대에 슬며시 파고들었던 5시 무렵, 살풋 잠들려 하는 순간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쩝 역시 이시간에 잘려고 하니까 하늘이 날 막는구나 - 싶은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왠걸, 친한 친구녀석의 여자친구님이셨다.

순간 전화의 용건을 직감했고, 적중했다. 다음날이 내 친구의 생일이었고, 여자친구는 유학생의 공허한 생일을 조금이나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는지, 그 친구의 친한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전화라도 한통화 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생일과 실질적으로 다를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괜히 유학생이 되어 맞이하는 생일에 대해 감상적이 된다.)

난 당연히 전화하겠다고 답했고, 그러고는 그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줄 선물에 관해 나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이 친구가 뭘 갖고 싶어 했었는데 똑같은걸 못찾아서 비슷한걸 주문했는데 막상 받아보니 좀 별로인거 같은데 다른거 갖고 싶어했던걸 사줄지 어떻게 해야될지 - 정도의 이야기. 물건 고르는거 따위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나로써는 사실 아무런 조언을 해줄수 없었지만, 그리고 사실 나에게 기막힌 답변을 바라고 물었던 것도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열심히 같이 고민해주는척(?!) 하며 맞장구쳤다. 결론은? 내가 좀더 생각해보고 결정할게 아무튼 고마워~

전화온 순간부터 용건을 짐작했던 이유는 작년에도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이맘때쯤 받았었기 때문이다. 작년 그때 그 시기의 나의 감정과, 그때 그 전화를 받았을때의 기분이 언풋 떠올랐다. 그리고 덕분에, 살짝 기분이 묘했다. 작년엔 개인적 사정 탓에 솔직히 아닌척 하긴 했지만 그 전화에 어느정도 심통이 났었는데, 이번엔 그냥 그런 여자친구가, 그리고 그렇게 만나고 있는 둘의 모습이 마냥 이쁘게만 보였다. 이렇게 나에게 전화하는게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부터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가 좋아해줄까 고민하고 행동하는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 이뻤다. 이 선물을 주면 좋아할지, 저 선물을 주면 좋아할지, 뭐 맘에 안들면 바꾸면 되지만 그래도 생일 선물인데 짠! 하는 맛이 있어야 하잖아~ 정도의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녀석이 여자친구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걸 충분히 헤아리고 고마워할지 의문이 들었다. 선물보다도 그 마음을 알아야 하는건데. 그래서 그 여자친구에게 니가 이런 고생 하는거 은근슬쩍 말하라고 ㅎㅎ 조언해줬다.

솔직히 난 생일을 특별하게 챙기는 것이 뭔가 어색하다. 뭔가 나한텐 맞지 않는 옷 같은 기분. 아무리 친한 친구가 내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고, 오히려 유별나게 챙겨주면 고맙기도 하지만 얘가 왜이러나 하는 생각이 먼저든다. 덕분에 남의 생일도 그닥 특별하게 챙기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외우고 있는 생일이라곤 우리 가족 생일 더하기 옛 여자친구의 생일정도다. 유별난 내 성격은 이런데서도 특이하고 싶어하는지 난 생일날 근사한 선물과 이벤트보다는 절친한 친구와의 생맥주 한잔,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어린 한마디와 따뜻한 포옹정도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그 친구와 여자친구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뻐보이는 걸까. 요즘 혼자 지내는게 너무 좋긴 한데, 요렇게 가끔씩 조금은 연인들이 부러울때가 있다. 그 따뜻함. 에잇. 부러우면 지는건데, 졌다.ㅠㅠㅠ


사실 그 친구는 참 고마운 친구다. 주로 남의 얘기를 듣는 역할만 하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얘기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친구다. 그정도로 친한 친구중에 나랑 가장 비슷한 인생을 살아왔고, 또 현재 가장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중학교때 근성있게 미친듯이 공부했었고, 그리고 그 이후에 똑같이 똑같은 방황과 고민을 했던 친구. 작년 한해동안 내가 나를 그래도 어떻게든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게 지탱해줬던 그 몇명의 사람중 하나다. 너 없었으면 나 작년에 무너졌을지도 몰라.


그런 친구의 생일이다. 새삼스레 다시 고마워해본다.
용현아. 생일축하한다.ㅎㅎ

2007. 12. 5. 09:33

다음 아고라에 즐거운 글이 하나 떴다.

학창시절에 저런 추억 하나쯤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겠어 ㅋㅋ
우리는 교실안은 아니었고 ㅋㅋ 본관 옥상에서 였다. 고2 내 생일날.
후훗. 이젠 나도 저 시절을 돌이켜 볼 나이가 되었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아쉽기도 하다.
(음 사진은 올리지 않겠어요ㅎㅎ)

돌이켜보면 괜한 반항심과 객기에 피식 웃음 나오는 일들이지만,
그래도 그런게 다 추억이고 기억인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어느정도는 사고도 좀 치고 말썽도 피워야 되는 거 아닐까? (물론 걸리지 않게 완벽하게 ㅎㅎ)
어느정도는 마음에 내키는 대로 행동한 일들, 돌이켜 보면 다 추억이 되더라.
댓글들도 보아하니, 나무라기 보다는 우리도 저때 저랬지 혹은 나도 저래 볼걸 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다시는 저때 저렇게 먹던 기분이 나지 않겠지.
어떤 상황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서도 저때 저 기분은 안날 거다.

친구들아 보고 싶다 ㅎㅎ

2007. 9. 28. 01:06

갑자기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애들은 - 한때 친했었지 - 하는 식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가 하면,

어떤 애들은 - 여전히 친하지 -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금 후자들이랑 교류를 더 하고 있는것도 아니고,

교류가 없는건 두 쪽 다 마찬가진데, 어째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고등학교 시절을 반으로 뚝 짤라서 봤을때,

후반기의 나는 자꾸 혼자 있고 싶어하고,

주변의 친구들이 가끔은 너무 귀찮고 그랬던 것 같다.

솔직히 단점도 많은 녀석들이다. - 얘는 이래서 안되 쟤는 저래서 안되.. 등등..

이미 굳어버린 바꿀 수 없는 인간관계가 답답하기도 했다.

나도 못난게 많은데 말이다.


그런데, 이젠 그래서 더 친구인게 아닐까 한다.

부족한 면도 못된 면도 많은데,

지금은 그 친구들의 그런 면이 그립다.

내가 그 녀석들의 그런면을 가장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친구인게 아닐까.

그리고 녀석들도 나의 못난점을 가장 잘 알고 있겠지.


가끔 한번씩 진저리나게 짜증나던 녀석들의 면모들이 그립다.

2007. 6. 27. 01:14
[CF]



어떻게 알았어?
야 임마, 뉴스에 나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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