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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해당되는 글 3건
2009. 7. 20. 23:09
Museo Julio Romero de Torres
2009/01/09 코르도바 Cordova

코르도바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다는 Julio Romero de Torres. 독특한 화풍에 들려볼만하다는 론리 플래닛을 믿고 방문했었는데, 이 미술관 등등을 통해 마냥 유명한 큰 미술관도 좋지만 적당한 크기의 도시에 자리 잡은 적당히 덜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때로는 좀 더 살갑게 다가온다는 걸 느꼈다. 그치만 이런 미술관에서 인상깊었던 그림들은 필히 직접 사진을 찍어야 하는 듯 하다. 인터넷에서 도무지 찾기가 어렵다.

작품의 대부분에서 여성이 주인공이었고, 그림 속 여성들의 강렬한 눈빛과 묘한 섹시함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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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r de Santi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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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escopeta de ca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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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Chiquita Picon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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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Pecado




2009. 7. 5. 22:02
국립 카탈루냐 미술관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
바르셀로나 Barcelona
2009. 01. 06.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은 사실상 독립된 국가라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관공서나 표지판 등의 가장 첫 글들은 모두 카탈루냐어였고, 그 밑에야 표준 스페인어가 쓰여있다.

카탈루냐 미술관의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하나의 지방 출신 미술가들의 작품만으로도 이렇게 거대하고 멋진 미술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국적을 확인한) 미술관 내의 작품의 전부가 스페인 출신 작가의 것이었고, 또 그 중 한 두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카탈루냐 태생이거나 혹은 카탈루냐에 오랬동안 살았던 미술가들의 작품이었다. 경악스러웠다. 카탈루냐인들의 자부심에 대해 이해가 가기도 했고, 한편으론 너무 부러웠다. 면적이 남한의 1/3가량에 불과한 카탈루냐 지방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아주 우수하다는 것을 전 세계를 향해 뽐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알아도 여행오기 전까지 '카탈루냐'라는 단어조차 몰랐던 나같은 사람에게 멋지게 깊은 인상을 박아준 셈이다.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외국 여행객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 내고 있을까.


그리고 좋았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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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ffin, Around 1210, Fresco, 190x320cm, From a chamber in the Torre del Tesoro in the monastery of San Pedro in Arlanza


미술관은 시대순으로 카탈루냐의 미술을 소개하는데, 가장 첫 부분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그림들, 그리고 성당 천장화들이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카탈루냐 각 지역의 오래된 성당의 돔 천장에 그린 그림들을 돔 채로 뜯어서 박물관 내부로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각종 성당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성당 내부에서 봐야 진짜 맛인데 이렇게 옮겨 놓은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성당을 뜯어서 옮길때 주위의 반대는 없었는지도 궁금했고, 혹은 효과적인 보존을 위해 이렇게 옮겨놓을 수 밖에 없었나 싶기도 했다. 이 그림은 그렇게 뜯어온 그림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이다. 이 프레스코화를 보자 마자 고구려 무용총이 떠올랐다. 그 거친 역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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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 femení, Ramon Casas, 1894, Oil on canvas, 59,5 x 79 cm


칙칙한 회색빛으로 누드화를 그린 것이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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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o González, Monsieur Cactus, 1939.


내가 방문했을때 지하에선 Julio González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상설 전시관을 둘러보느라 어느덧 미술관 폐장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어서 회고전은 반틈 정도밖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의 조각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한 두 작품이 맘에 드는게 아니라 전반적인 조각들의 분위기 전부가 내 맘에 쏙 들었달까. 여러가지 작품을 좀 더 소개하고 싶지만, 저게 대표작인지 저 작품 이외의 사진은 구하기가 영 쉽지 않다.
2009. 1. 21. 06:41
겨울방학동안의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새 학기가 개학했다. 여행덕분에 정신적으로야 잘 쉬었다 온 셈이더라도 육체적으로는 새학기 시작이 꽤나 피곤할 줄 알았는데, 딱히 뭐 그럴것도 없다. 잊을 수 없는 한 학기를 보내고 새학기를 맞이하는 과정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좋은 다짐들 - 매번 꼭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 과 함께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다음은 간략한 여행과정과 약간의 생각들.

12/20 출국

12/21 로마, 밀라노행 야간기차
가는 길에 암스테르담을 경유했는데, 암스테르담 들어갈때 여권 검사를 하더니 로마에 들어설때는 마치 국내선을 빠져나오듯 아무런 검사 없이 그냥 통과했다. EU회원국 끼리는 이미 여권 검사를 안하는 모양이었다. 정말 많이 통합됬구나.

12/22-23 밀라노
미리 예약하지 않은 덕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한게 좀 아쉽긴 했지만, [뭐 나랑 인연이 아닌가보지 뭐] 하고 넘겨버렸다. 개인적으로 밀라노 두오모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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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25 베네치아
크리스마스를 베네치아에서 보냈지만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는 0시에 성당에 가 봤으면 좋았을텐데 0시가 되어서야 그 생각을 했다. 오래된 풍의 거기서 거기인 듯한 건물들만 잔뜩 있어서 꽤나 질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야경은 좋았다. 멋있는척 하고 사진좀 찍어봤는데 그건 쫌 아니었다.ㅋㅋ 첫날은 계속 안개가 자욱했지만, 둘째날은 날이 무척 맑았고, 덕분에 한 도시의 두가지 면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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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피렌체
이쁜 도시였다.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에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이탈리아에서 꼭 들러야 하는 도시가 되고 말았는데, 그래서인지 괜히 좀 거북했다. 난 여기 두오모보다 밀라노 두오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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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피사, 루카
나폴리로 내려가기 전, 작은 두 도시를 들렸다. 탑이 잘못지어져서 얼떨결에 기울어지면 관광지가 된다는 사실이 꽤나 웃겼다. 루카에서는 대도시보다 소도시를 여유롭게 둘러보는게 좋은 여행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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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나폴리
오는 길에 너무 고생했다. 끊었던 기차표엔 좌석 번호가 없었고 덕분에 간이석에서 밤새도록 졸고 내려갔다. 도착 후 일단 한인민박에 연락해서 1박은 아니고 낮에 좀 자고 가겠다고 우기고서는 잠부터 잤다. 도시는 4시간 남짓 둘러봤는데, 피자는 맛있었고, 도시는 정말 지저분했으며, 덕분에 도시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별 아쉬움 없이 또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12/29-31 시칠리아 섬 - 타오르미나, 카타니아, 아그리젠토, 시라큐사
타오르미나에서 뜨는 해를 보겠다는 야심은 비오는 날씨로 인해 망쳤고, 카타니아 가서도 비는 계속 내려서 그냥 첫날 하루는 쉬었다.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니려고 알아봤지만 다 수동기어일뿐 오토가 없어서 포기하고 기차로 이동하자고 마음먹은 30일 아침, 얼떨결에 렌트카 업체를 하나 더 발견했고 오토인 차가 있어서 렌트했다. 이틀간 500키로를 달리면서 아그리젠토의 그리스 유적과 시라큐사의 그리스 유적을 돌아다녔다.
시칠리아의 초원은 눈부셨다. 가다가 양치기 청년과 양떼를 만나 차를 잠시 멈췄다. 그리스 신전을 성당으로 바꾼 시라큐사의 성당은 독특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린 타오르미나에서는 멋있는 절벽 아래의 바다를 볼 뻔 했지만 다시 비가 왔고, 여행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새해는 로마로 돌아가는 야간기차에서 맞이했다. 새해의 첫 한시간은 기차가 배에 실려 메시나 해협을 건너가는 동안 배의 갑판위에서 바다를 보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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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사진찍는 것에 대해 의욕이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맘에 카메라는 들고 갔지만 충전기는 챙기지 않았었는데, 이때쯤에 밧데리가 다되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카메라가 아니라 눈에 좋은 것들을 담고자 갔었던 여행이었기에 별로 아쉽지 않았다. 저 양떼 사진은 못찍었으면 아쉬웠을텐데 그래도 저건 찍었으니까 ㅎㅎ 그 이후엔 반드시 찍고 싶은 장면도 없었다.

1/1-4 로마
첫날 로마는 하루종일 비가 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타오르미나에서 새해 일출이나 볼걸, 하고 무척 아쉬웠다. 여행 내내 느껴왔던 것이긴 했지만, 주요 관광지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힘이 정말 놀라웠다. 

1/5-7 바르셀로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도시. 가우디의 건축물도 건축물이지만, 도시 전체가 조형물, 설치물, 디자인으로 가득차 있었다. 평범한 아파트들도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사실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전체가 그랬다.

1/8 세비야
여행중 가장 맑은 날이었다. 햇살 밝은 날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성당벽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들이 어른거렸다. 가로수로 오렌지 나무를 사용하길래 꽤나 신기했고, 보기에도 이뻤다. (물론 먹을 순 없다더라)

1/9 코르도바
우연히 들어갔던 뷔페집이 중국뷔페길래 반가워하면서 마구 먹고 있는데 흘러나오는 중국 노래 사이에 장나라의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반갑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중국내에서 정말 장나라는 대단하구나.

1/10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은 거대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다.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로 이어지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각종 이슬람 유적은, 백인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장소인것 같았다. 이슬람의 미술은 패턴의 반복에 '집착'하다시피 한다.

1/11-13 마드리드
지쳐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몸도 좀 안좋기도 했고 마드리드엔 볼것이 없다길래, 마음 깨끗하게 비우고 편하게 쉬면서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만 제대로 보자고 결심했다. 자고 먹고 미술관다니고 그랬다.

1/13-15 리스본
흑인이 무척 많았다. 대항해시대의 흔적일런지. 물가가 무척 쌌다. 유럽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호까곶에도 갔었는데, 해안의 절벽과 그 사이사이의 마을들이 꽤나 멋잇었다.

1/15 출국.


그리고 전반적인 여행동안 했던 생각들.

1. 론리플래닛 영어판에는 정말 주옥같은 표현이 넘쳐났다. 읽으면서 몇번을 폭소를 터뜨렸고, 방학동안 영어공부 덕분에 정말 많이 했다. 한국어 번역으로는 그 감칠맛이 살아남지 못할텐데, 아쉬웠다.

2. 인상적이려면, 기억에 남으려면, 적당히 다른 것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압도적이어야 한다.

3. 결국은 어떻게 프레임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전시장을 꾸며서 잘 전시하고 이름표를 갖다 붙이면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그 안에 결정적인 역사적인 작품은 많아야 서너개일 뿐이었다.

4. 우리는 왜 목조건물만 지었을까. 석조건물들이라면 오늘날까지 남아서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텐데.

5. 예전부터 한국인과 중국인, 혹은 일본인이 만나 한글도 중어도 일어도 아닌 영어로 서로 대화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라나다의 버스 안에서, 더듬더듬 억지로 영어를 이어가는 스페인인과 그와 대화하는 미국인을 보았다. 미국인이 스페인 땅에서 스페인어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거고, 스페인땅에서 스페인인이 미국인과 대화하려면 어설픈 영어라도 써야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 어이없었다. 힘의 논리상 당연한 건걸까. 너무 오만한 것은 아닐런지. 여행하는 미국인 혹은 영국인은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무 생각이 없을까, 부끄러울까, 아니면 당연하게 여길까.

6. 백인이 다수인 땅에서는 소수이지만, 그래도 아시아인은 본인들이 인종적으로 다수가 되는 고국이 존재한다. 인도인, 무슬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흑인은 어떨까. 아프리카가 그들에게 그런 의미일까?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챙겨간 것
입은옷 + 양말 2켤레, 팬티 2장, 반팔티 2개, 읽을 책, 여행책, 장갑, 카메라, 잠옷 츄리닝 바지, 수건, 여권, 수첩, 볼펜, 휴지,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

안챙겼어도 괜찮았을 것
여분의 양말 팬티 반팔티 모두 하나씩이었어도 여행은 가능했을거 같다 (먼산)
겨울철이라 장갑을 챙겼지만 쓸 일이 없었다.

챙겨가면 좋지만 굳이 챙길필요는 없는 것
손톱깎기 -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다.
우산 - 매번 들고다니자니 무거운데 막상 비오면 아쉽다.
읽을 책 - 읽을 일이 거의 없긴 한데, 아무 할일 없는 날에 요긴하게 쓰인다.

챙겨갔어야 했던 것
무언가 있었는데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ㅡ.ㅡ;;




유럽에서 보낸 25박 26일동안 1600유로 가량을 썼다. 하루 평균 64유로. 교통비까지 포함된 계산 결과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숫자다. 학교에서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달러로 계산하면 약 3200달러 정도를 사용했다. 옛 환율이면 꽤나 잘 절약한 돈일텐데, 요즘 환율론 450만원 가량이나 된다. 쩝.

여행중 봤던 것들, 만났던 이들 모두가 직접적인 가르침을 내게 주진 않았다해도, 무의식 속에서 나에게 새로운 인상과 느낌을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여행이 날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앞으로 차츰 드러나겠지. 기대된다.

여행하면서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 자주 보고싶고, 계속 친하게 지고 싶은 사람들. 엽서를 받았다면 나의 그 소중한 몇명안에 든거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ㅎㅎ



마지막으로, 여행중 들렸던 미술관에 대한 품평은 천천히 차례대로 올려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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