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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에 해당되는 글 4건
2009.09.14 00:44
귀국 후 입대 전 3주간 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텔레비전 광고는 대한항공 황하편이었다.



사기 이사열전
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 河海不擇細流(하해불택세류)
태산은 흙을 사양하지 않고 큰 강과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는다.


책 [오래된 정원]의 후기에서 황석영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나의 반생을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인 듯한 생각이 든다. 곡절 많은 세월이었지만 나는 글을 쓰든 쓰지 않든 '문학을' 오롯이 살아냈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작가는 자신의 문학을 온몸으로 사는 것이다. 나의 산전수전은 작가로서의 마음바탕이 되었으리라.



입대한다는 소식에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내게 말을 건넨 친구들에게 늘 했던 얘기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이때쯤 되면 졸업은 얼마 남지 않았고, 뭔가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막연한 두려움 답답함은 지워지지 않고, 그런 현실을 도피하면서 좀 쉴 수 있는 아주 괜찮은 핑계로 군대가 딱이라고 말하곤 했다. 농담투로 뱉은 말이긴 하지만 농담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대학교에서의 2, 3년 후 입대하는 친구들의 상당수가 저 말에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을까.

어찌됬든 나의 지난 2년은 50점짜리였다. 뭣도 모르고 100점을 기대하고 시작했지만 나의 현실은 빵점이었고, 나름의 부단한 노력 끝에 점수를 끌어올리긴 했다지만 그러는 와중에 수많은 현실과 타협해버렸다. 그렇게 결국은 50점이라는 절충안에서 자리를 잡아버린 것 같다. 가끔씩 그런 현실과 내 자신이 몸서리치도록 싫었지만, 나약한 핑계를 대자면 그 속에선 도무지 더 어쩔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 왜 결국 현역으로 입대하기로 마음먹었냐고 물으면 이렇게 얘기했다. 현역 경험이 없다면 느낄 것만 같은 부채감이 5프로 정도, 군문제를 미리 해결하고 마무리 짓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거라는 생각이 25프로 정도, 그리고 현실도피욕구가 70프로 정도. 제대 후엔 그래도 빵점이 아닌 50점부터 시작하는데, 그때엔 내 타협점을 100점까진 아니라도 90점으로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2년 후에 돌아간다고 해서 지금의 현실과 그때의 현실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치만, 똑같은 급경사의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해도, 중간에 평지에서 숨을 한번 고르고 난 후라면 그 길을 좀 더 잘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초연超然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용감하고 담담하게. 어떠한 믿음이나 신념을 맹신하거나 거기에 함몰되어 버리지는 않으면서도, 염세적이지 않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일 수 있는 마음. 나는 내가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며 살아가면서도, 과정을 즐겼기에 훗날의 보상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은 되게 거창한데, 짧게 말하자면 - 좋은 게 좋은 거지 뭐 - 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ㅎㅎ



적다보니 출사표마냥 되어버려 좀 멋쩍다.ㅎㅎ 그치만 가벼운 마음으로 향한다.
건강히 잘 다녀올게요.
신고
박유원 | 2009.10.12 10: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종민아, 유원이 형이야.
지금쯤 논산에서 훈련받고 있겠구나.
형은 이번주에 자대 온 뒤로 신병적응기간 대기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도 하고 그동안 밀린
소식도 메일로 전하면서 지내고 있어.
종민이 너한테는 딱히 어떻게 연락해야할지 몰라서 이렇게 글 남긴다.
난 항상 네 블로그에 올 때마다 너의 깊은 자기성찰능력에 감탄하고 간단다. ㅎㅎ
자대가서 연락할 수 있으면 내 페이스북이나 이메일로 소식 전해줘. parkyouwon87@gmail.com
종민이 힘내라.
소예 | 2009.10.12 23:1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종민아 군대 잘 들어갔어?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갔네.
더 많이 친해지면 좋았을텐데 시간이 정말 짧았던 것 같아서 아쉽다. 뭐 그래도 앞으로도 기회는 많겠지? ㅋㅋ
아무쪼록 가서 몸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있다와!
| 2009.10.17 13: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박유원 | 2009.11.21 18: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용현아, 나 유원인데 기억하나 모르겠네.
위에 종민이가 글 남긴 거 같은데. 넌 요새 어떻게 지내?
종민이 휴가 나오면 다 같이 한 번 보자. (종민이가 어딜 감히 끼냐 그러겠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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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3 05:56
[]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존 스타인벡 John Steinbeck
Penguin Classics


집에 있는 세계문학전집의 1권이었던 이유로 (그래도 읽지는 않았었지만) 제목만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책이었다. 나도 왠지 모를 이유로 제목에서 굉장히 오래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1930년대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에 괜히 놀래버렸다.

1930년대, 대공황 시대가 닥치자 은행들은 서류상으로만 소유하고 있었던 미국 남부의 척박한 땅들까지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고, 주인 없는 땅이라고만 생각하고 2-3대째 개간한 끝에 가까스로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던 농민들은 쫓겨나게 된다. 이 [분노의 포도]는 그런 농민 가족 중 하나인 조드 가족이 생존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는 길 위에서, 그리고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 겪는 일들에 관한 책이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던 스타인벡은 실제로 주변 이주민들의 처참한 삶을 보게 되고, 그 내용을 책으로 쓰기로 마음 먹고는 오클라호마로 직접 찾아가서 한 이주가정과 동행하며 취재한 끝에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황석영의 [객지], [삼포 가는 길]로 대표되는 우리네 1970년대의 현실주의 작품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처참하리만큼 보편적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나 한국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우리네만 겪은 역사라는 생각에 부끄러우면서도 (어느정도는) 그 과거를 이겨낸 현실에 자랑스러워했던 부분들 전부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恨의 정서, 가족애, 모성의 위대함 등은 우리들 만의 것이 아니었다. 내심 미국 애들을 향해 - 니네가 이걸 알어? - 라고 생각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과거는, 그들이 겪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50년 일찍 겪었던 것이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내가 1970년대의 한국을 병치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이 책이 독자들이 꼽은 역사상 가장 미국적인 소설 1, 2위를 다툰다는 점이다. 미국 독자가 잘 번역된 [삼포 가는 길]을 읽는 다면, 그는 반대로 분노의 포도를 떠올리며 나처럼 삶의 보편성에 대해 놀라워 하지 않을까.

책은 이렇게 내게 생각치도 못한 깨달음을 주었지만, 그 지독한 내용 덕분에 반가움이기 보다는 숨막힘에 더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특히 책 중간 어머니의 위대함이 공포스러울 정도로 표현된 부분에선 울컥 하고 말았다.) 책 속의 각종 인간군상들의 관계가 단순한 가해자-피해자의 구도를 넘어서서 자본주의라는 제도 아래에서 모두가 피해자일 수 밖에 그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인간의 비인간성에 대해 강력히 고발하면서도, 그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것만 현실들을 '굳게 다문 입 사이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는 조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게 한다.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읽히는 위대한 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책이 쓰여진 시대를 초월하는 내용이거나, 그 시대를 대표하는 내용이거나. [분노의 포도]는 후자에 속하는 책일거다. 아니, 후자에만 속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1930년대를 대표하는 이 책의 내용이 한국의 1970년대와 공감대를 가지고, 또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는 지금 이 2000년대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책이 보여주는 자본주의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비인간성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갈무리들.

Page 11
He[Joad in a truck] rubbed the butt to a pulp and put it out the window, letting the breeze suck it from his fingers.


Page 72
Tom stood looking in. Ma was heavy, but not fat; thick with child-bearing and work. ...[중략]... She looked out into the sunshine. Her full face was not soft; it was controlled, kindly. Her hazel eyes seemed to know, to accept, to welcome her position, the citadel of the family, the strong place that could not be taken. And since old Tom and the children could not know hurt or fear unless she acknowledged hurt and fear, she had practiced denying them in herself. And since, when a joyful thing happened, they looked to see whether joy was on her, it was her habit to build up laughter out of inadequate materials. But better than joy was calm. Imperturbability could be depended upon. And from her great and humble position in the family she had taken dignity and a clean calm beauty. From her position as healer, her hands had grown sure and cool and quiet; from her position as arbiter she had become as remote and faultless in judgment as a goddess. She seemed to know that if she swayed the family shook, and if she ever really deeply wavered or despaired the family would fall, the family will to function would be gone.

Page 77
Tommy, looking at her, gradually drooped his eyelids, until just a short glitter showed through his lashes.

Page 225
"You think it was a sin to let my wife die like that?"
"Well," said Casy, "for anybody else it was a mistake, but if you think it was a sin - then it's a sin. A fella builds his own sins right up from the groun'."

Page 230
"It's purty," she said. "I wisht they[Grampa and Granma] could of saw it."
"I wisht so too," said Pa.
Tom patted the steering wheel under his hand. "They was too old,"he said. "They wouldn't of saw nothin' that's here. Grampa would a been a-seein' the Injuns an' the prairie country when he was a young fella. An' Granma would a remembered an' seen the first home she lived in. They was too ol'. Who's really seein' it is Ruthie an' Winfiel'."
Pa said, "Here's Tommy talkin' like a growed-up man, talkin' like a preacher almos'."
And Ma smiled sadly. "He is. Tommy's growed way up - way up so I can't get a holt of 'im sometimes."

Page 283
The local people whipped themselves into a mold of cruelty.

Page 284
The great companies did not know that the line between hunger and anger is a thin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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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 | 2009.09.12 17: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인데,
처음에는 사투리 땀시 애먹었다만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던거 같다ㅎㅎ
근데 영화는 별로였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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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5 06:08
[]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문학동네
2009/03/17

새벽 1시. 방학이라 여유는 넘치고, 잠은 딱히 오지 않고, 그렇다고 할일들을 하고 싶진 않아서 책을 펼쳤다. 아무리 황석영 작가의 책이라도 그래도 책인데 읽다보면 졸리겠지, 했지만 결국 밤새 다 읽고나서야 잠에 들었다.


1) 시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준과 그의 친구들의 1인칭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인칭 시점이 갖는 친숙함, 편안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1인칭 시점이 갖는 단조로움도 벗어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 자전적 성장소설
황석영 작가의 팬으로써 그의 인생역정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던 나로써는 곧 주인공 준이가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작가 본인임을 금방 눈치챘는데, 사실 작가 본인의 인생과 너무나도 흡사한 나머지 '소설'이라는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칭하지만 사실 거의 자서전과 다름 없었다고 생각한다. 약간은 사실과 거리를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덕분에 이문열 작가의 '젊은 날의 초상'이 많이 오버랩됬는데, 둘 사이의 개인적 취향의 우위는 딱히 정하지 못했다. 둘다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ㅎㅎ

3) 준이.
어린날의 치기에 불과하더라도, 용기를 갖고 모든것에 온몸 던져 부딪히는 준이가, 아니 황석영 작가가 다시 한번 너무나도 부러웠고, 존경스러웠으며, 아련했다. 그리고 결국 그 뜨거운 무언가를 끝끝내 찾지 못하자 포기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준이. 당연히 자살시도는 실패로 끝이 나고, 여전히 삶은 제자리일 뿐이지만, 그 모든 경험 뒤에 겪는 제자리의 삶은 그 의미가 다른 법일 거다.

내 결정의 뒷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당연히 지금의 나는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냥 한번 씨익 웃으며, 담담하게 그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몇 구절이라기 보다는 책 전체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울렸다. 물론 그래도, 특히 좀더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갈무리해 봤다.

41페이지
내가 영길이 너나 중길이를 왜 첨부터 어린애 취급했는지 알아?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168페이지
포플러가 우리말로 미루나무인 것처럼 시골 사람들은 플라타너스를 방울나무라고 부르더라.

222페이지
며칠 뒤 미아에게서 엽서 한 장이 날아왔다. 우체국에서 파는 약간 두꺼운 지질의 종이에 우표가 새겨져 있고 뒷면은 백지인 멋대가리없는 관제엽서였다. 거친 만년필로 눌러쓴 글씨가 말하는 것처럼 씌어 있었다.

바람 피해 오시는 이처럼 문득, 전화하면
누가 뭐래요?

227페이지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줄라구 얘, 너 학교 안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 깨다 하는 그런 나날.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바라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아 언제나 충족되지 않는 미열의 나날.

256페이지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저 하늘에 날아가는 멧새처럼 자유롭다. 이른 봄에는 바닷가 간척공사장을 찾아가 일하다가, 오월에 보리가 팰 무렵이면 시골마을로 들어가 보리 베기를 도우며 밥 얻어먹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산간에 가서 일거리를 찾고, 늦여름부터 동해안에 가서 어선을 탄다. 속초에서부터 오징어떼를 따라 남하하다가 울산 근처까지 내려오면 가을이 깊어져 있다. 이제는 다시 농촌으로 들어가 가을추수를 거든다. 황금들판에서 들밥에 막걸리 마시고 논두렁에 누워 곤한 낮잠 한숨 때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단다.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쪽방을 한 칸 얻고 거리 모퉁이나 버스 종점이나 동네 시장 어귀에 자리를 잡아 드럼통과 손수레 세내어 군고구마 장수로 나선다. 아니면 돈 좀 더 보태어 포장마차를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이번처럼 괜찮은 도시 공사판을 만나면 함바에서 겨울을 난다. 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261페이지
목마르고 굶주린 자의 식사처럼 맛있고 매순간이 소중한 그런 삶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내가 길에 나설때마다 늘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267페이지
며칠 지나면 다 그렁저렁 좋은 사람들이지. 생각해봐라. 제 힘으루 일해서 먹구 살겠다는 놈들인데 아주 나쁜 놈들이 있겠냐구. 나쁜 놈들이야 저 서울 번듯한 빌딩들 속에 다 있지.

269페이지
저녁 무렵의 신탄진 강변은 언제나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일끝내고 씻으러 내려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한 강변의 숲과 거울처럼 맑은 수면 위로 가끔씩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작은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면 물속에 텀벙대며 들어가기가 아까워서 잠시 서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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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 2009.03.25 20:4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엇 나도 시험기간 전까지 읽고 있던 책!!
짝은누 | 2009.03.26 19: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난 기대보다 별로던데 킁
사는 게 힘들고 힘든데 그게 사는 거라는 결론이 좀 힘들었다.

쫑만아
가끔 쫑만이 생각하는 데
큰 일 쫌 안해도 어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라
그러면 명예든 돈이든 행복이든 따라올 터
나도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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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6 14:33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도 먹고 1교시도 가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어김없이 10시 반에 깨고 말았다. 덕분에 내일 아침 2교시 공강때 하자 하며 약간 덜해놨던 독일어 숙제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을 가야 했다. 꿈자리는 또 어찌나 찝찝했던지.. 일어나자 마자 한숨 부터 푹 쉬고 말았다. 웅-하고 울리는 머리 속을 털어내려고 애써본다.

     그 와중에도 친구 녀석의 카투사 발표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나는, 얼른 컴퓨터를 켜고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다 떨리더라. 컴퓨터를 켜놓고 어딘가 나갔는지 녀석은 대답이 없었다. 수업하러 걸어가는 길, 전화도 걸어봤지만 받지 않더라. 결과 나면 째깍째깍 엠에센에 말 남겨놔야지 이녀석!
     내년 카투사를 지원할까 생각중이다. 거의 마음은 기울었다. 군대라는 것. 도데체 뭘까. 중학교 동기들은 벌써 여럿 군대를 갔고, 고등학교 동기들 중에서도 가려고 마음 먹은 녀석이 여럿이다. 그런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가 간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 일처럼 떨렸나 보다. 나도 언젠가는 가야 할 곳. 09년 1월 혹은 2월에 갔으면 하는 곳.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한 관문이라는 그 곳.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은, 모두가 갔다와서는 인생 낭비한 곳이라고 욕한다. (물론 군대에서 사회를 좀 배웠다고 하는 분도 많지만 그 배움이 2년이라는 기간에 상응하냐라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답하더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막상 공익이나 면제로 안갔다온 사람들을 은근 무시하고 미필자나 여성 앞에서 항상 군대 경험을 으스대기로 유명하다. 아마 내가 군대를 갔다온다면 전형적인 그런 사람이 되겠지. 당연히 그런 최악의 사람처럼 대놓고 말하는 일이야 절대로 없겠지만, 마음 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지 - '저 녀석 할튼 군대를 안갔다와서 저래.' 정말 절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농담삼아 내뱉으려나.ㅎ 이런 내가 부조리하다는 걸 잘 알지만, 이게 나인걸 어떡하겠는가.
     또 한편으로 나란 놈은, 병특 등의 방법으로 대체복무를 한다면 현역 사람들에 대한 묘한 부끄러움, 혹은 죄책감 같은 것을 갖고 살아갈 것 같다. 약간은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아, 그렇다고 이런 생각때문에 다녀와야겠다는 결정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누구 말마따나 고작 그걸 위해서는 2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 다만 훗날 병특하는 것보단 미리 군대문제 해치우는게 내 인생에 더 이로울 것 같아서..)
     군대를 들어갈때는 마냥 어린 소년이지만, 나올때는 진짜 남자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진실 - 혹은 어설픈 사회의 고정관념. 만약 진짜 입대하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찌됬든 한국에 계속 머무른다는 생각에 미국 오던 그날보다는 마음이 편할까, 아니면 더 복잡할까. 내 생각엔 후자일 것 같다.

     정신없이 독일어 수업하고, 점심먹고, 수영하고, 수업가고. 그렇게 또 하루가 흘렀다. 마지막 수업땐 꾸벅 꾸벅 졸았는데, 그러고 수업을 마치자 너무나도 자고 싶은 생각에 가까운 도서실 같은데 가서 등받이 아주 높은 의자에 맘 먹고 앉았다. 잠오면 기대서 잘라고ㅎㅎ 노트북을 열고 다음에 접속했더니 황석영 씨가 귀국했다더라. 대선철, 상당히 정치적인 문인에 속하는 그의 귀국 소식은 기삿거리인가 보다.
     지난 봄 다양한 한국 근현대 소설을 읽었었다. 나는 황석영의 글이 참 좋았다. 황석영 뿐만 아니라, 요즘 작가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50-70년대의 작가들에겐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쉽게 쓴 글이 아니라는 그 느낌. 이건 단순히 소재가 소소한 일상이냐 혹은 거대한 관념이냐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치열한 사투가 느껴지는 그런 글. 몸서리칠정도로 쩍쩍 묻어나던 그 진정성. [삼포 가는 길] [객지] [탑] 등등으로 이어지던 소설집을 읽으며 나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감정, 숨이 거칠어지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인간, 전쟁, 민중, 그리고 우리의 70년대. 나도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 50이 되면, 나도 글쟁이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 [진정성]이 쩍쩍 묻어나오는.
     사실 황석영의 글들은 70년대를 거치지 못한, 거기에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고작 스물인 내가 공명하며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공감까지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진정성&공감 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에 그 글을 읽은 덕이겠지만.)
     경복고 재학 중 등단했던 그는 다니던 숭실대를 때려치우고 전국 각지를 유랑한 경험으로 [삼포 가는 길]을 썼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전국 각지를 유랑하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느끼고 경험했을까. 세상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경험들이 다 글들에 녹아났겠지. 누군가 글쟁이는 상상으로 글을 쓰는게 아니라 경험으로 글을 쓴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일까. 누군가는 지금 내 나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던졌는데, 온 몸으로 그 [진정성]을 경험했는데,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다시금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한국에 귀국하는 기회마다 시골 구석구석을 누벼보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해 본다.

     토요일 공연을 앞두고 8시부터 풍물 동아리 연습이 있었다. 연습 후 방으로 돌아와서 다시 다음에 접속했다가, 어떤 블로거가 남긴 글을 보게 되었다. 시집간 딸래미가 친정 엄마로부터 받은 문자에 엉엉 울고 말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링크) 예전 같았으면 별 생각 없었겠지만, 이번엔 잠깐 멍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원래 나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라던가 이런게 없었다. 물론 가족을 모두 사랑하지만, 뭐 [그렇게] 애틋하고 그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 온지 3개월. 이제는 조금 느끼는 것 같다.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건지, 내가 그저 나이가 좀 찬건지. 결국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것 없이 늘 나를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사람은 가족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한 유학이라는 선택이 그런 그들에게 너무 큰 아픔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잘되보자고 한명은 대전에, 한명은 천안에, 한명은 미국에 뿔뿔이 흩어진 지금. 텅빈 집에서 매일 밤 부모님은 허탈한 공허함을 느끼고 계시진 않으실지.. 차라리 내가 멀리 있어도 - 뭐 잘 살지? 그랴~ 알아서 잘 혀~ -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면 마음이 더 편할텐데, 밤낮없이 걱정하고, 휴일 아침이면 혹시나 날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컴퓨터를 켜 놓고 계시는 부모님을 알기에, 그런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자주 연락드려야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자주 연락하면 내가 여기에 마음 못잡고 집을 그리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어서 그러지도 않고 있다.ㅋㅋ 사실 괜한 걱정이 아닐 꺼거든...ㅎ 뭐, 겨울에 가면 잘 해야지 ㅎㅎ

     저녁 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종일 몸도 마음도 뭔가 어지러운 날이었는데, 오늘 하루동안 생각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을 이렇게 적고 나니 조금은 정리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던 무렵 비는 잠깐 눈으로 바뀌었었다. 첫눈. 지금은 다시 비가 내린다.  한 친구녀석은 눈 오는데 여자도 없고 외롭다며 징징거렸다. 훗. 이젠 그런 녀석이 귀찮은 단계를 넘어서서 마냥 귀엽기만 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저 녀석도 곧 그딴 감정 다 부질없다는 거 알게 되겠지. 이런 생각하는 내 자신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면서도 저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여전히 그런 것들을 바라고 기대하는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불쌍하기도, 답답하기도 하다. 결국 이런게 인간이겠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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