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7. 08:24
[생각]
세상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사람들 중에는 얼굴은 알지만 인사까지 하기엔 멋쩍은 사람도 있고, 지나가다 반갑게 안녕!할 뿐이기만 한 사이도 있고, 같이 밥을 몇번 먹는 정도인 사이도 있고, 그리고 정말 친하다고 생각 드는 사람도 있다.
좀 더 어렸을땐 정말 친한 친구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비밀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까지도 다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 모르는 것이 없어야 진정한 친구일 거라고 믿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만큼 그 친구도 나를 아끼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주는 만큼 친구에게 받고자 했고 또 친구가 주는 만큼 돌려주고자 애썼다.
하지만 아마 고등학교때부터 그런 생각에 변화가 시작됬던 것 같다. 가장 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할 나이에, 매우 균형이 맞지않는 성비의 남녀학생들을, 기숙사 생활하는 좁은 학교 우겨넣었으니 입학 초기부터 뒷소문들이 참 많았다. 오늘 벌어진일 내일이면 동기 전부가, 이틀이면 전교생이 다 알았고, 나와 아주 친한 A로부터 들은 비밀 얘기를 나의 또다른 친한 B에게 전하면 그 B는 C에게 C는 D에게 - 이런 식으로 왠만한 소문들은 삽시간에 전교에 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나 남녀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둘이 별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 둘이 잠시 같이 있었다고, 밥을 한번 먹었다고 무성한 뒷얘기들을 만들어 내고 옮기고 듣고 하는 것들에 입학 첫 두세달 만에 벌써 질렸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덧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모든 걸 공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짜 친한게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뭔가 아는 듯한 분위기더라도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나도 들은 얘기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주위에 퍼져도 상관 없는 얘기들, 나 자신의 얘기라서 퍼져도 피해받을 사람이 나 뿐인 이야기들만 농담처럼 하였고 정작 진지한 얘기들은 마음 속에만 갖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 친구간의 믿음이 깨진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서로에게 말해 주었을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전혀 섭섭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서는 다시 서로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땐 이미 서로가 어느정도 커서 인지 알아서 잘 처신했다.
아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싶으면 자연스레 친구관계가 멀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당연히 상호적인거고 그런 그의 반응이 당연한 거기에 별 반응 하지 않지만, 사실 그런 얘기들을 들을때마다 다시 되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 그럼 너가 그 친구를 아낀 것도 그정도 밖에 안된거 아니었냐고. 겨우 그거에 서로간에 거리를 벌릴 정도라면 너도 그닥 그렇게 그 친구를 아낀건 아니지 않냐고.
상당히 이상적인 생각이라는 것은 나도 알지만, 누군가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 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내게 다가온다고 밀어내지도, 멀어진다고 잡아당기지도 않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만큼의 얘기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비밀이 있어보여도 때가 되면 말하겠지 하고 기다려줄줄 알고, 끝끝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고, 돌려받을 생각으로 그 친구를 아끼지 않고, 그 친구가 나를 아껴주는 것을 갚아야하는 빚처럼 생각하지 않는 그런 관계. 이러면 그 친구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 하는 마음들은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러면 내가 섭섭해 할 것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무슨 일 있어도, 굳이 일부러 예의 차리지 않더라도, 그래도 정말 그 친구가 친하게 느껴질때, 조건없이 친하다는 생각이 들때, 서로간의 친함에 대해 맹목적으로 믿음이 갈때, 그래야 진짜 친구인거 아닐까.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있다. 오랜기간 아무런 교류가 없었어도 다시 얘기하면 늘 한결같고, 한결같지 않고 변했다고 한들 그래도 내 친구라는 생각이 들고, 굳이 공통의 화제가 없어도 대화가 즐겁고, 나와는 매우 다른 면을 가졌지만 아무렴 어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필요할때 부담갖지 않고 연락하고 부탁하며, 그 친구가 뜬금없이 연락하고 부탁해도 아무렇지 않은 느낌이 드는 친구. 나는 그저 내 자리에 서 있을 뿐이고, 그 친구 또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어도, 인사치레로 일부러 서로를 챙기고 신경쓰려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런 친구. 그렇지만 정말 친하다고 느껴지는 그 친구.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런식이면 대체 뭐가 친한 거냐고. 아무 상호관계 없이 혼자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거기에 생각이 닿자 사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 머리로는 설명 못하겠는데 마음으로는 무언가 분명이 다른 그 느낌.
그리고 결국은 누군가와 그런 친구관계가 된다는 것이 내가 마음 주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전혀 기분이 안나쁘지만, 똑같은 행동을 다른 애가 하면 매우 기분이 상할때가 있는 것처럼. 그럴때마다 내가 그 애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거지 걔가 나쁜 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데, 동시에 선입관이라는게 정말 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건
이제 친구관계에서는 저런 아가페적인 친구가 되어 줄 수도, 혹은 그런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글로 적으면서 더 느낀 거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저런 마음가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다. ㅎㅎ 언젠간 사랑에서도 저럴 수 있겠지.
좀 더 어렸을땐 정말 친한 친구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비밀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까지도 다 나누고 공유하고, 서로 모르는 것이 없어야 진정한 친구일 거라고 믿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만큼 그 친구도 나를 아끼고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주는 만큼 친구에게 받고자 했고 또 친구가 주는 만큼 돌려주고자 애썼다.
하지만 아마 고등학교때부터 그런 생각에 변화가 시작됬던 것 같다. 가장 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할 나이에, 매우 균형이 맞지않는 성비의 남녀학생들을, 기숙사 생활하는 좁은 학교 우겨넣었으니 입학 초기부터 뒷소문들이 참 많았다. 오늘 벌어진일 내일이면 동기 전부가, 이틀이면 전교생이 다 알았고, 나와 아주 친한 A로부터 들은 비밀 얘기를 나의 또다른 친한 B에게 전하면 그 B는 C에게 C는 D에게 - 이런 식으로 왠만한 소문들은 삽시간에 전교에 퍼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히나 남녀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고, 둘이 별 일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 둘이 잠시 같이 있었다고, 밥을 한번 먹었다고 무성한 뒷얘기들을 만들어 내고 옮기고 듣고 하는 것들에 입학 첫 두세달 만에 벌써 질렸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느덧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모든 걸 공유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짜 친한게 아닐까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뭔가 아는 듯한 분위기더라도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았고, 나도 들은 얘기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주위에 퍼져도 상관 없는 얘기들, 나 자신의 얘기라서 퍼져도 피해받을 사람이 나 뿐인 이야기들만 농담처럼 하였고 정작 진지한 얘기들은 마음 속에만 갖고 있었지만, 그건 분명 친구간의 믿음이 깨진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서로에게 말해 주었을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전혀 섭섭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서는 다시 서로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그땐 이미 서로가 어느정도 커서 인지 알아서 잘 처신했다.
아는 사람들 중에는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다 싶으면 자연스레 친구관계가 멀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게 당연히 상호적인거고 그런 그의 반응이 당연한 거기에 별 반응 하지 않지만, 사실 그런 얘기들을 들을때마다 다시 되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 그럼 너가 그 친구를 아낀 것도 그정도 밖에 안된거 아니었냐고. 겨우 그거에 서로간에 거리를 벌릴 정도라면 너도 그닥 그렇게 그 친구를 아낀건 아니지 않냐고.
상당히 이상적인 생각이라는 것은 나도 알지만, 누군가를 진짜 친구로 생각한다면 그 친구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내게 다가온다고 밀어내지도, 멀어진다고 잡아당기지도 않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만큼의 얘기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비밀이 있어보여도 때가 되면 말하겠지 하고 기다려줄줄 알고, 끝끝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고, 돌려받을 생각으로 그 친구를 아끼지 않고, 그 친구가 나를 아껴주는 것을 갚아야하는 빚처럼 생각하지 않는 그런 관계. 이러면 그 친구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 하는 마음들은 그 친구가 나에게 그러면 내가 섭섭해 할 것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무슨 일 있어도, 굳이 일부러 예의 차리지 않더라도, 그래도 정말 그 친구가 친하게 느껴질때, 조건없이 친하다는 생각이 들때, 서로간의 친함에 대해 맹목적으로 믿음이 갈때, 그래야 진짜 친구인거 아닐까.
실제로 그런 친구들이 있다. 오랜기간 아무런 교류가 없었어도 다시 얘기하면 늘 한결같고, 한결같지 않고 변했다고 한들 그래도 내 친구라는 생각이 들고, 굳이 공통의 화제가 없어도 대화가 즐겁고, 나와는 매우 다른 면을 가졌지만 아무렴 어때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필요할때 부담갖지 않고 연락하고 부탁하며, 그 친구가 뜬금없이 연락하고 부탁해도 아무렇지 않은 느낌이 드는 친구. 나는 그저 내 자리에 서 있을 뿐이고, 그 친구 또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어도, 인사치레로 일부러 서로를 챙기고 신경쓰려고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런 친구. 그렇지만 정말 친하다고 느껴지는 그 친구.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런식이면 대체 뭐가 친한 거냐고. 아무 상호관계 없이 혼자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거기에 생각이 닿자 사실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거 있잖아 - 머리로는 설명 못하겠는데 마음으로는 무언가 분명이 다른 그 느낌.
그리고 결국은 누군가와 그런 친구관계가 된다는 것이 내가 마음 주기 나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은 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전혀 기분이 안나쁘지만, 똑같은 행동을 다른 애가 하면 매우 기분이 상할때가 있는 것처럼. 그럴때마다 내가 그 애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런 기분이 드는거지 걔가 나쁜 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데, 동시에 선입관이라는게 정말 강하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건
이제 친구관계에서는 저런 아가페적인 친구가 되어 줄 수도, 혹은 그런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글로 적으면서 더 느낀 거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저런 마음가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다. ㅎㅎ 언젠간 사랑에서도 저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