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방에서 숙제다 뭐다 해서 밤을 샐 때면, 밖이 밝아지는 것보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 아침은 눈이 아니라 귀로 먼저 찾아왔다. 새들은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아침 오는걸 알아채리는 걸까. 어쩌면 새들이 아침에 더 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새벽이 주는 고요함에 지저귐이 더 잘 들릴 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마 그 둘 다 일 것이다.
늦은 숙제를 교수실 문 밑으로 밀어넣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새벽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무임승차해서 나도 슬쩍 그 상쾌함을 따라하곤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새벽의 그 치열한 신성함 앞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시차적응이 덜 되 새벽 세시에 깨버렸다. 멀뚱멀뚱 이불 밑에서 삼십분을 뒤척이다 결국 책을 한 권 펼쳤다. 오랜만에 읽는 한국어 소설이 반갑다. 그러다 유난히 선명한 뻐꾹- 소리에 창을 보니 하늘이 말갛게 밝아온다. 서로 듣고 박자를 맞추는 것도 아닐텐데, 십 여 분 간격으로 서로 다른 새들이 차례로 동참하더니 뭔가 협주곡을 듣는 기분이다. 그 소리에는 왠지 모를 청량감이 있다. 뻐꾸기가 아침을 알린다는 건 까치머리시절부터 알았지만 직접 내 귀로 듣는 건 아마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이제야 이 소리가 들릴 만큼 자란걸까. 기숙사에서 밤을 새며 익숙해진 그 소리와는 분명 다른 소리인데, 이건 다른 내 마음 가짐 때문이 아니라 진짜 다른 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공간'들에 붙일 표식지 종류에 새벽 새 소리도 추가해야할까보다.
이번 여름에 뻐꾸기 소리를 꼭 들었으면, 그래서 오는 가을이 아침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