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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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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이영도
황금가지

하나.
어제 오후 4시에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오늘 아침 10시에 집으로 배달왔다. 서울도 아닌 지방에 택배가 무료로 하루만에 배송되는 한국은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

둘.
이영도 특유의 말장난은 여전한데, 내가 나이를 좀 먹은건지 이제 약간씩 질려간다는 느낌도 들었다. 뭐 그래도 아직 즐겁긴 하다.

셋.
이영도 글 특유의 문제도 여전하다. 그는 글의 시작과 전개는 뭔가 멋들어지게 펼쳐내지만, 계속 읽다보면 그 펼쳐진 이야기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글이 어정쩡하게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퓨처워커와 폴라리스 랩소디에서도 느꼈던 부분이고, 정말 멋진 세계관을 창조해 낸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매우 절실하게 느꼈던 부분이다. 소소한 반전과 말장난을 좋아하고, 펼쳐진 얘기들을 감당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는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어울리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그런 마무리의 성급함이 비교적 가장 적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의 최고작은 드래곤 라자 인 것 같다.

넷.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작가라는 직업의 매력에 흠뿍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여전히 가장 절실하게 내 맘을 울렸던 책으로 드래곤 라자를 꼽는 나로써는 드래곤 라자 속 주인공들이 천 년 전의 전설이 되어 책 속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고는 마치 오래된 친구의 소식을 전해 듣는 듯한 반가움을 느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 세계에 불과하지만, 그 세계 속에서 나와 같은 수많은 독자들이 동경과 아련함을 느낀다는 사실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립된 작품이라기 보다는 팬서비스였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예언자고 왕지네고 이루릴이고 누구고 간에.
17세의 평범한 소년이라 나 자신을 이입하고 투영할 수 있었던,
후치가 그립다.


그리고 좋았던 부분들.

11쪽
자손들을 여름철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곰팡이쯤으로 여겼던 그의 증조할아버지도 그가 진짜 예언자라고 했고...
// 이영도의 표현에는 이런 촌철살인의 비유가 넘친다. 이런게 좋으면 팬이 되는 거고 이게 싫으면 그를 말장난 한다고 비난하게 되는 걸거다.

229쪽
그 드래곤은 이루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나를 죽이는데 일조하더니 이 표한한 시대에 나를 다시 불러내어 도와달라 말하는 건가.'
'예. 화염의 창 크라드메서.'
'무엇을 근거로?'
'근거나 설명은 필요 없어요. 당신은 나니까.'
크라드메서는 싱긋 웃었습니다.
// 말못할 아련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양 반가웠다. 드래곤 라자의 팬이라면 모두가 느꼈을 감정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