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29)
잡담 (46)
일상 (15)
생각 (11)
(20)
전시 (15)
영화 (4)
CF (9)
연극 (6)
공연 (2)
음악 (1)
Dream League Soccer coin HackD..
Dream League Soccer coin HackD..
call of duty hacks ps3 mw3
call of duty hacks ps3 mw3
call of duty hacks ps3 black ops
call of duty hacks ps3 black ops
tory burch wallet sale
tory burch wallet sale
Lipo G3 Review
Lipo G3 Review
472,519 Visitors up to today!
Today 32 hit, Yesterday 39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반딧불이'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7.07 15:17
여기 있은지 한 3주차쯤 부터인가, 초저녁에 아파트 문을 나서서 운동을 하러 가는 길이면 뭔가 반짝 거리는 불빛이 보인다. 처음에는 요새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몸이 허한 나머지 헛게 보이나 했다. 고작 한 3주 했는데 이러다니 나 스스로가 참 불쌍하다 싶었다.

그런데 고 깜박이는 불빛이 내 시야 속에서 일정한 위치에서만 계속 보이는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이곳 저곳에서 끊이지 않게 계속 보이는 것이었다. 눈의 문제라면 내 시야의 일정한 위치에서 계속 보여야 할텐데, 그럼 눈이 이상한건 아닌가보다 - 따위의 별로 그닥 체계적이지 못한 논리를 펼치며 저 불의 정체가 뭘까 생각했다.

그 다음 생각난 건 - 드디어 내가 도깨비 불을 보는 건가. - 하는 거였다. 음, 도깨비 불은 공기중에 떠다니는 인이 산화되면서 생기는 불이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인의 종류에는 흰 인과 붉은 인이 있는데 붉은 인은 성냥개비 끝에 붙어 있는 그것으로써 상온에서 발화가 안되지만 흰 인은 상온에서도 발화가 되는데 그것이 일반적인 도깨비 불의 정체다. 흰 인과 붉은 인의 차이는 결정구조의 차이로써 4개의 인 원자가 사면체의 형태로 하나의 결정을 이루는 것이 흰 인이고 붉은 인은 결정이 아닌 연속된 체인의 형태로 인 원자가 이어진 것이다. 고온에서 인을 녹인 후 급히 식히는가 서서히 식히는 가에 따라서 두 인으로 갈리는데, 전자는 붉은 인 후자는 흰 인이 된다. 이렇게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물리적 특성을 띠는 것을 동소체라고 하는데 인 외의 대표적인 동소체로는 황이 있겠다. 어? 근데 서서히 혹은 급히 식히는 가에 따라서 달라지는건 황이었던가, 모르겠네. 음 아무튼 보통 도깨비불은 묘지 부근에서 잘 보이는데 이는 사람의 뼈에 흰 인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이 썩고 시체가 토양과 섞이면 그 흰인이 흙 위로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 공기 중을 떠다니게 된 인이 산화되면서 도깨비불이 보인다. 음, 근데 여기 주변이 묘지인것도 아닌데 어디서 인이 이렇게 많이 흘러오는 거지? - 따위의 생각이 마구 터져나왔다. 음. 그나저나 다른 친구들도 이걸 봤으려나. 영어로는 도깨비 불을 뭐라고 할까. 얘기해 봐야겠네. - 이러며 5분가량도 걸리지 않는 집과 헬스장 사이의 거리를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저께였나. 그날따라 너무나도 많이 그 불빛이 보였다. 그냥 - 또 보이네 - 하며 지나가고 있는데 우연찬게 내 눈앞 한뼘 거리에서 갑자기 불빛이 번쩍이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며 꺼진 불빛이 위치한 곳을 살펴보니, 곤충이 날아가고 있었다. 하하. 불빛의 정체가 이녀석이었구나. 이게 반딧불인가? 음 뭔가 아닌거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반딧불이를 실제로 본 적이 단 한번도 없구나. - 이러는 와중에 그 녀석은 날아가 버렸다.

순간 멍했다. 그리고 피식 웃고 말았다. 그냥 곤충 한마리일 뿐인데, 나는 어쩜 그렇게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내가 배우고 경험한 세상을 바탕으로 내 새로운 경험을 해석하려고 하는거야 당연한 거긴 한데, 그 이미 구축된 나의 세상이라는 것이 어찌나 이렇게 좁은 걸까. 반딧불이라는 생각보다 도깨비불의 정체가 흰인이라는 해석이 내 머리속에 먼저 떠올랐다는 사실이 너무 우스웠다. 책으로만 배운 지식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표현을 딱 이럴때 적용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내가 어릴적에 반딧불이를 보고 자랐다면 - 어라, 미국에도 반딧불이가 있구나 - 하는 정도의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산골에 위치한 할머니댁 덕분에, 그리고 친구들에 비해 나름 시골에 위치한 환경 덕분에 나는 그래도 비교적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반딧불이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는 반딧불이를 보고 도깨비 불에 흰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더 배워서 더 어리석은 이 현실. 마냥 웃기지 않은가.

작은 반딧불이한테 이번에 많이 배웠다. 고 녀석은 자기가 작지만 뜻깊은 깨달음을 내게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사실 짝을 꼬실려고 그렇게나 불을 깜빡거린 것이었을텐데 말이다.ㅎㅎ



첨언 : 내 중학과학경시의 기억은 어쩜 아직도 저렇게나 상세하게 남아있을까. 그 시절엔 정말 내가 열심히 했었구나 싶다. 몇번에 몇번을 걸쳐 외웠으니까 5년이 다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다 기억나는 거겠지. 그 시절의 내가 참 자랑스럽긴 한데, 한편으론 참 그립다.
신고
신동우 | 2008.07.20 13:26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여긴 밤에 눈만 돌리면 반딧불이가 돌아다니는데...ㅋㅋㅋ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prev"" #1 nex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