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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31. 04:29
[전시/이탈리아]
바티칸 Vatican City
2009/01/03
바티칸은 명성이 자자한 바티칸 투어를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썩 나쁘지 않았고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괜한 나의 성격은 투어 가이드와 좀 떨어져서 멀찍이 따라걸어가게끔 했다.
1) 추기경 친구
바티칸에서의 예술 감상의 정점은 결국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일 것이다. 길고 긴 설명 끝에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관광객으로 시끄럽게 북적거리는 상황에선 역시나 편안한 감상은 힘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두고두고 생각한 거지만, 진짜 주교나 추기경급의 친구를 하나 사귀고 싶었다. ㅋㅋ 그럼 개장 시간 외의 시간에 친구따라 들어가서 홀로 여유롭고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2) 미술 작품의 감상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보면서 생각했다. 위대한 작품이란 무엇일까.
진짜 전공자가 보면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생동감이라던가 색감이라는 면에 있어서 탁월하게 다를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은) 그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림의 수준 자체가 다른 화가의 그림보다 뛰어나다 할지라도, 사실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감탄은 그림의 아름다움 자체보다도 그 규모에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개인이 이렇게나 거대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에 대해 경탄하고 감동받는다. 천지창조를 보고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 5분간 천장화를 감상하는 것도 목이 아픈데 어떻게 이걸 목을 젖힌채 5년동안 그렸을까 - 정도의 얘기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술작품이 아니라 그 노력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우리가 똑같은 규모와 똑같은 수준의 그림을 100명의 화가가 부분부분 나누어 완성했다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보내는 것과 같은 찬사를 보낼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랜시간 인내하여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도 물론 존경할 만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의 끈기와 인내심에 대한 존경이지 미술적 가치에 대한 존경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끈기와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못]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안] 발휘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미켈란젤로야 4년이 걸려서 완성했다지만, 다른 모든 환경적 요소들을 누군가 뒷받쳐 줘서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면, 나같은 사람도 100년동안 매달리면 천지창조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100년간의 매달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마 [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라는 나의 가치관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도데체 나는 그림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내 논리대로라면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타고난 재능만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금 [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라는, 전제와 모순되는 결론을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뭘까? 우리는 미술 작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오랜시간 인내하여 작품을 완성한 그 인내심? 아니면 정말 타고난 천재성? 미술 작품 탄생까지에 있었던 뒷 배경 이야기? 무엇이 진짜 [미술]일까.
3) 진품
바티칸의 피나코테카의 그림 중에 아주 유명한 몇몇개의 그림은 외부 전시에 대여 중이었고, 덕분에 모조화를 전시장에 걸어 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 됬다는 가이드의 설명과 그 설명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사람들의 [진품]에 대한 집착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도데체 묻고 싶다. 진품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모조품이라면, 그 진품과 똑같은 미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진품과 원작자가 갖는 가치는 미술사에서 그 사람이 첫 사람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것일 뿐이지, 미술적 가치는 작품만으로 따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조품과 진품에 미술적 가치의 차이가 과연 있을까? 그림 제대로 볼줄도 모르면서 뭘 진품을 따지냐고 묻고 싶은게 아니다. 진짜 그림을 볼 줄 안다고 할지라도, 굳이 진품을 따질 필요가 있는지를 묻고 싶은 거다.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 소설책의 초판이 10쇄판보다 우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물론 수집가들은 이런 점도 따지지만 ㅎㅎ)
4) 베드로 성당
베드로 성당은 거대했다. 그 모든 것들이 대리석이란 얘기에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매우 부정적인 나는 면죄부 생각을 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약했는지를 떠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의미로써의 면죄부 판매를 통해 베드로 성당 건축비를 어느정도 조달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거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매해에도 수만 수십만명씩 베드로 성당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꾸준히 입장료를 바티칸에 기부하고 있는 거다. 카톨릭 교회라는 단체를 대표하는 성당으로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는 건 과정이 아닌 결과일 뿐이라는 그 뻔한 역사적 진실이 정치나 종교나 이렇게도 똑같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정치는 지저분하고 종교는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베드로 성당을 제일 숭고한 성당인척 엄숙하게 방문하는 사람들도 교황청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아 물론,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이란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그냥 번뜩 생각하고 씌익 웃고 말았다. 저런 식이면 떳떳할 수 있는 사람/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거다.
으음... 써놓고 보니 해본 생각들이 다 너무 비관/비판적이네...
그리고 좋았던 작품들.
같이 갔던 친구랑 이 그림은 우리가 싫어 할 수 없을거라는 얘기를 했다. 완벽한 원근법 등등의 얘기들을 다 떠나서라도, 지식과 지혜를 상징하는 그 모든 고대의 인물들을 모아놓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림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했다. 가운데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 이름만으로도 멋있다.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엄함/숭고함의 절정 중에 하나일 것 같다.
드디어 봤다. 라오콘. 한 240도 돌아가면 자세히 구석구석 본 거 같다. 만져보지 못한게 못내 아쉽다.
작자 미상의 전설적 조각작품.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사라진 부분들을 채워보라고 시켰지만 - 감히 이 작품을 저따위가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 라고 말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어우, 저 허벅지 실제로 보면 정말 쩐다. 남자가 봐도 섹시해 ㅋㅋㅋ
2009/01/03
바티칸은 명성이 자자한 바티칸 투어를 신청했다. 결과적으론 썩 나쁘지 않았고 많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괜한 나의 성격은 투어 가이드와 좀 떨어져서 멀찍이 따라걸어가게끔 했다.
1) 추기경 친구
바티칸에서의 예술 감상의 정점은 결국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일 것이다. 길고 긴 설명 끝에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관광객으로 시끄럽게 북적거리는 상황에선 역시나 편안한 감상은 힘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두고두고 생각한 거지만, 진짜 주교나 추기경급의 친구를 하나 사귀고 싶었다. ㅋㅋ 그럼 개장 시간 외의 시간에 친구따라 들어가서 홀로 여유롭고 조용하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2) 미술 작품의 감상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보면서 생각했다. 위대한 작품이란 무엇일까.
진짜 전공자가 보면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생동감이라던가 색감이라는 면에 있어서 탁월하게 다를 수도 있을거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리고 대부분의 관객은) 그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림의 수준 자체가 다른 화가의 그림보다 뛰어나다 할지라도, 사실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를 놓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감탄은 그림의 아름다움 자체보다도 그 규모에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개인이 이렇게나 거대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에 대해 경탄하고 감동받는다. 천지창조를 보고 우리가 나누는 얘기는 - 5분간 천장화를 감상하는 것도 목이 아픈데 어떻게 이걸 목을 젖힌채 5년동안 그렸을까 - 정도의 얘기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술작품이 아니라 그 노력에 감동하고 감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우리가 똑같은 규모와 똑같은 수준의 그림을 100명의 화가가 부분부분 나누어 완성했다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보내는 것과 같은 찬사를 보낼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랜시간 인내하여 완성했다는 사실 자체도 물론 존경할 만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그의 끈기와 인내심에 대한 존경이지 미술적 가치에 대한 존경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끈기와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못]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안] 발휘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미켈란젤로야 4년이 걸려서 완성했다지만, 다른 모든 환경적 요소들을 누군가 뒷받쳐 줘서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면, 나같은 사람도 100년동안 매달리면 천지창조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100년간의 매달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마 [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라는 나의 가치관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렇다면 도데체 나는 그림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내 논리대로라면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타고난 재능만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금 [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라는, 전제와 모순되는 결론을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뭘까? 우리는 미술 작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오랜시간 인내하여 작품을 완성한 그 인내심? 아니면 정말 타고난 천재성? 미술 작품 탄생까지에 있었던 뒷 배경 이야기? 무엇이 진짜 [미술]일까.
3) 진품
바티칸의 피나코테카의 그림 중에 아주 유명한 몇몇개의 그림은 외부 전시에 대여 중이었고, 덕분에 모조화를 전시장에 걸어 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 됬다는 가이드의 설명과 그 설명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사람들의 [진품]에 대한 집착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도데체 묻고 싶다. 진품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모조품이라면, 그 진품과 똑같은 미술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진품과 원작자가 갖는 가치는 미술사에서 그 사람이 첫 사람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것일 뿐이지, 미술적 가치는 작품만으로 따져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모조품과 진품에 미술적 가치의 차이가 과연 있을까? 그림 제대로 볼줄도 모르면서 뭘 진품을 따지냐고 묻고 싶은게 아니다. 진짜 그림을 볼 줄 안다고 할지라도, 굳이 진품을 따질 필요가 있는지를 묻고 싶은 거다.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 소설책의 초판이 10쇄판보다 우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물론 수집가들은 이런 점도 따지지만 ㅎㅎ)
4) 베드로 성당
베드로 성당은 거대했다. 그 모든 것들이 대리석이란 얘기에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매우 부정적인 나는 면죄부 생각을 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약했는지를 떠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의미로써의 면죄부 판매를 통해 베드로 성당 건축비를 어느정도 조달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거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매해에도 수만 수십만명씩 베드로 성당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꾸준히 입장료를 바티칸에 기부하고 있는 거다. 카톨릭 교회라는 단체를 대표하는 성당으로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는 건 과정이 아닌 결과일 뿐이라는 그 뻔한 역사적 진실이 정치나 종교나 이렇게도 똑같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정치는 지저분하고 종교는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베드로 성당을 제일 숭고한 성당인척 엄숙하게 방문하는 사람들도 교황청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
아 물론,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이란 것도 잘 안다. 그래서 그냥 번뜩 생각하고 씌익 웃고 말았다. 저런 식이면 떳떳할 수 있는 사람/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거다.
으음... 써놓고 보니 해본 생각들이 다 너무 비관/비판적이네...
그리고 좋았던 작품들.
아테네 학당 The School of Athens, Raphael, 1509–1510, Fresco
그리스도의 변용 The Transfiguration, Raphael, 1516-1520, oil on wood
라오콘 Laocoön and His Sons, Between 160 BC and 20 BC, White marble
벨베데레의 토르소 The Belvedere Torso
2009. 3. 22. 03:19
[전시/이탈리아]
피에타 Pietà
성 베드로 성당 St. Peter's Basilica
바티칸 시국 Vatican City
2009/01/03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미술작품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성모의 그 슬픈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조각 속의 성모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갔던 베드로 성당이었지만, 아쉽게도 바로 눈 앞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한 정신병 환자가 망치를 휘둘러 성모의 얼굴을 깨버렸고 그 사건 이후 방탄 유리를 설치하여 그 유리 밖에서만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조각은 직접 만져보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숨쉬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이 작품을 완성했을때 미켈란젤로는 25세였다고 한다. 자랑스럽게 만든 후 세상에 내놓았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당시 미켈란젤로의 라이벌 조각가였던 크리스토포로 솔라리 Christoforo Solari의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분한 미켈란젤로는 밤에 몰래 조각을 다시 찾아가서는 성모 가슴의 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바로 후회했다고. 자신의 젊은 날의 오만에 뼈저리게 후회하고 그 이후 다시는 자신의 조각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비드상 David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 Galleria dell'Accademia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는 회화보다는 조각 위주의 박물관이다. 피렌체에서 우피치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사실 그건 단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물론 다른 많은 조각들도 훌륭하지만, 그닥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은 드물고, 많은 이들이 다비드 상 하나만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물론 나와 내 친구도 그랬다.
이런게 조각이구나 싶었다. 우아함, 장엄함.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26세의 미켈란젤로가 성당 뒤편에 버려져있던 대리석을 보고는 자신이 맡고 싶다고 자청하고 3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3대 조각 중 다비드가 가장 좋았다. 옷의 주름이나 수염의 복잡함보다는 깔끔한 다비드의 나체가 훨씬 아름다웠다. 그 단순함. 그렇게나 단순하게 느껴진다는건, 이 조각이 가장 복잡한 조각이라는 뜻일거다. 20대에 미켈란젤로는 이미 저 두 조각을 만들었다.....
모세상 Moses
산 피에트로 성당 San Pietro in Vincoli
로마, 이탈리아 Rome, Italy
2009/01/04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장식하는 조각 중 하나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중 하나이지만 다비드상이나 피에타에 비하면 많은 이들이 모르는 조각이고 (나도 로마 가기 전까진 몰랐다.) 박물관이 아니라 성당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관광객들이 놓치는 곳 중 하나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안찾아가게 된다고나 할까. 우리도 늦어서 성당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들어갔었다. 우리가 들어갔을때 마침 성당이 닫을 시간이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쫓겨나다시피 해서 나왔는데 때마침 몰려온 단체관광객들의 성화에 경비원들이 잠시 관람할 기회를 더 허락해 주었다.
미켈란젤로가 41세가 될때 완성한 작품이다. 원래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위해 40개의 조각을 만들겠다고 계획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전체 프로젝트가 축소되었다고 했다.
기회가 잘 닿아 한번의 여행으로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다른 피에타 조각, 그리고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도 보았으니 미켈란젤로 주요 작품은 다 봤다고나 할까. 나는 그의 회화보다도 조각이 좋았다. 원래 조각엔 흥미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조각의 재미를 느꼈다. 조각을 만지는 것이 작품을 회손하는 일인건 맞지만, 그래도, 조각은 만지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내뿜는 숨을 직접 느끼면서 감상해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성 베드로 성당 St. Peter's Basilica
바티칸 시국 Vatican City
2009/01/03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미술작품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성모의 그 슬픈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조각 속의 성모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갔던 베드로 성당이었지만, 아쉽게도 바로 눈 앞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한 정신병 환자가 망치를 휘둘러 성모의 얼굴을 깨버렸고 그 사건 이후 방탄 유리를 설치하여 그 유리 밖에서만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조각은 직접 만져보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숨쉬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이 작품을 완성했을때 미켈란젤로는 25세였다고 한다. 자랑스럽게 만든 후 세상에 내놓았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당시 미켈란젤로의 라이벌 조각가였던 크리스토포로 솔라리 Christoforo Solari의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분한 미켈란젤로는 밤에 몰래 조각을 다시 찾아가서는 성모 가슴의 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바로 후회했다고. 자신의 젊은 날의 오만에 뼈저리게 후회하고 그 이후 다시는 자신의 조각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비드상 David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 Galleria dell'Accademia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는 회화보다는 조각 위주의 박물관이다. 피렌체에서 우피치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사실 그건 단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물론 다른 많은 조각들도 훌륭하지만, 그닥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은 드물고, 많은 이들이 다비드 상 하나만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물론 나와 내 친구도 그랬다.
이런게 조각이구나 싶었다. 우아함, 장엄함.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26세의 미켈란젤로가 성당 뒤편에 버려져있던 대리석을 보고는 자신이 맡고 싶다고 자청하고 3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3대 조각 중 다비드가 가장 좋았다. 옷의 주름이나 수염의 복잡함보다는 깔끔한 다비드의 나체가 훨씬 아름다웠다. 그 단순함. 그렇게나 단순하게 느껴진다는건, 이 조각이 가장 복잡한 조각이라는 뜻일거다. 20대에 미켈란젤로는 이미 저 두 조각을 만들었다.....
모세상 Moses
산 피에트로 성당 San Pietro in Vincoli
로마, 이탈리아 Rome, Italy
2009/01/04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장식하는 조각 중 하나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중 하나이지만 다비드상이나 피에타에 비하면 많은 이들이 모르는 조각이고 (나도 로마 가기 전까진 몰랐다.) 박물관이 아니라 성당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관광객들이 놓치는 곳 중 하나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안찾아가게 된다고나 할까. 우리도 늦어서 성당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들어갔었다. 우리가 들어갔을때 마침 성당이 닫을 시간이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쫓겨나다시피 해서 나왔는데 때마침 몰려온 단체관광객들의 성화에 경비원들이 잠시 관람할 기회를 더 허락해 주었다.
미켈란젤로가 41세가 될때 완성한 작품이다. 원래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위해 40개의 조각을 만들겠다고 계획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전체 프로젝트가 축소되었다고 했다.
기회가 잘 닿아 한번의 여행으로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다른 피에타 조각, 그리고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도 보았으니 미켈란젤로 주요 작품은 다 봤다고나 할까. 나는 그의 회화보다도 조각이 좋았다. 원래 조각엔 흥미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조각의 재미를 느꼈다. 조각을 만지는 것이 작품을 회손하는 일인건 맞지만, 그래도, 조각은 만지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내뿜는 숨을 직접 느끼면서 감상해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2009. 3. 19. 23:22
[전시/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Uffizi Gallery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이쁘고 아기자기한 도시 피렌체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에 어느덧 한국인과 일본인에겐 이탈리아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청개구리 심보가 강한 나로써는 덕분에 괜시리 피렌체가 싫었다. ㅎㅎ
이곳에선 가야할 두 군데의 미술관 중 첫번째가 바로 유럽의 3대 회화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우피치 미술관이다. 여름철엔 예약 안하면 세시간씩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져있고, 우리도 겨울이라 괜찮겠지 하고 갔다가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은 짜증났지만, 미술관 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 자체에는 열렬히 환영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관광객으로 홀이 꽉 차면 미술 작품 감상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덕분에 관람 환경 자체는 참 쾌적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그림들. 딱히 구체적인 감상은 없다. ㅎㅎ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회화를 집대성한 미술관이다 보니, 그런 회화에 많이 질려있던 상황에서 별로 뜻깊은 감상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무언가 힘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움직임이 가득한 장면을 그린 것도 아닌데, 무언가 역동성이 느껴졌다. 색감 때문이었을까.
엘 그레코 특유의 색감과 가늘고 긴 느낌은 힘차보이면서도 어딘가 순식간에 바스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빛이라는 것이 그림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에 다시 한번 느낀 그림. 그리고 역시나 그림의 밝고 어두움 같은 점들은 사진으로 보면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걸 사진을 찾아보고 다시 느꼈다...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이쁘고 아기자기한 도시 피렌체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에 어느덧 한국인과 일본인에겐 이탈리아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청개구리 심보가 강한 나로써는 덕분에 괜시리 피렌체가 싫었다. ㅎㅎ
이곳에선 가야할 두 군데의 미술관 중 첫번째가 바로 유럽의 3대 회화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우피치 미술관이다. 여름철엔 예약 안하면 세시간씩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져있고, 우리도 겨울이라 괜찮겠지 하고 갔다가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은 짜증났지만, 미술관 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 자체에는 열렬히 환영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관광객으로 홀이 꽉 차면 미술 작품 감상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덕분에 관람 환경 자체는 참 쾌적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그림들. 딱히 구체적인 감상은 없다. ㅎㅎ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회화를 집대성한 미술관이다 보니, 그런 회화에 많이 질려있던 상황에서 별로 뜻깊은 감상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The Justice of Seleucus by Perino del Vaga
Saint John the Evangelist and Saint Francis by El Greco
La Vanità, di Mattia Preti, 93,5 x 63, Firenze, Uffizi
2009. 3. 14. 13:55
[전시/이탈리아]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Italy
2008/12/14
로마에서 밀라노를 들린 후 찾아간 베네치아에서는, 이제 겨우 세번째 도시에 불과하건만 벌써 이탈리의 그 르네상스적 화려함에 질려가고 있었다. 그 화려함을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이탈리아였건만, 역시나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했다. 그래서인지 구겐하임 콜렉션은 무척 좋았다. 새삼스레 현대미술이 어찌나 반갑던지.
같이 갔던 친구와 이 그림을 보면서 한동안 쓰잘데기 없는 잡담을 한참 나누었다. 그림에서 가슴이 그려진 모양에 웃다가 - 저 새는 분명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임이 틀림없을거야 - 같은 얘기로 이어져서는 밑도끝도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었던거 같다.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긴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의 재미는 크게 두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익숙치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여전히 풍부한 그림 속의 이야기가 좋고, 두번째로는 가리려고 하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금기시 되는 소재였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점이 좋다. 물론 미술관에 그림이랍시고 걸어놓아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쳐다보는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어찌됬든 일상생활 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미지들을 이렇게 저렇게 버무려 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뭔가 구체적으로 꼬집기 힘든 묘한 조화라던가 미적 유희를 느낀다는 것이 참 신기할 뿐이다.
전형적인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혼돈속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조화. 느껴지는 감정. 색감. 우연성. 있어보이는 척.(ㅋㅋ) 이 그림은 특히 수묵화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페기 구겐하임은 말년을 저곳 베네치아의 미술관에서 보냈고, 그녀의 묘비가 미술관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았던 그녀는 늘 수많은 개들을 키웠는데, 그런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나는 물론 안쓰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한 인간이 모은 콜렉션의 수준이 이정도라는데 너무나도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미술관 정면의 발코니에서 운하에 비쳐 반짝이는 베네치아의 야경을 보며 언젠가 다시 한번쯤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Venice, Italy
2008/12/14
로마에서 밀라노를 들린 후 찾아간 베네치아에서는, 이제 겨우 세번째 도시에 불과하건만 벌써 이탈리의 그 르네상스적 화려함에 질려가고 있었다. 그 화려함을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이탈리아였건만, 역시나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했다. 그래서인지 구겐하임 콜렉션은 무척 좋았다. 새삼스레 현대미술이 어찌나 반갑던지.
Consciousness of Shock, April 1951. Wax encaustic on hardboard, Victor Brauner
같이 갔던 친구와 이 그림을 보면서 한동안 쓰잘데기 없는 잡담을 한참 나누었다. 그림에서 가슴이 그려진 모양에 웃다가 - 저 새는 분명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임이 틀림없을거야 - 같은 얘기로 이어져서는 밑도끝도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었던거 같다.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긴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의 재미는 크게 두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익숙치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여전히 풍부한 그림 속의 이야기가 좋고, 두번째로는 가리려고 하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금기시 되는 소재였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점이 좋다. 물론 미술관에 그림이랍시고 걸어놓아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쳐다보는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어찌됬든 일상생활 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미지들을 이렇게 저렇게 버무려 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뭔가 구체적으로 꼬집기 힘든 묘한 조화라던가 미적 유희를 느낀다는 것이 참 신기할 뿐이다.
Hostage City (Città ostaggio), 1954 Tempera, india ink, sand, and enamel on paper, Emilio Vedova
전형적인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혼돈속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조화. 느껴지는 감정. 색감. 우연성. 있어보이는 척.(ㅋㅋ) 이 그림은 특히 수묵화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페기 구겐하임은 말년을 저곳 베네치아의 미술관에서 보냈고, 그녀의 묘비가 미술관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았던 그녀는 늘 수많은 개들을 키웠는데, 그런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나는 물론 안쓰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한 인간이 모은 콜렉션의 수준이 이정도라는데 너무나도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미술관 정면의 발코니에서 운하에 비쳐 반짝이는 베네치아의 야경을 보며 언젠가 다시 한번쯤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9. 2. 21. 16:27
[전시/이탈리아]
로마 국립 박물관
2008/12/21
National Museum of Rome
Museo Nazionale Romano
처음 떨어진 로마에서 처음으로 간 박물관. 여행 중반에 친구와 다시 로마에 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날은 그 친구와 같이 안갈만한 박물관을 찾아갔다. 그곳이 바로 이곳.
고대 로마의 다양한 회화가 재미있었다. 그 색감. 은은하지만 무언가 장엄하고, 여유있고, 또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색이었다. 오랜 세월의 무게 덕이었을까.
특유의 붉은 색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의 파란색도 좋았다. 이집트적이지만서도 충분한 디테일이 살아있고, 프레스코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들.
이 석관을 보고 한동안 멍해졌다. 당연히 실제로 보면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적당히 남보다 뛰어나서는, 어설프게 잘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압도적이어야 한다. 압도적이어야 눈에 띄고,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은 한 한국인의 기억에도 남는 것이다.
그 외 많은 조각들에서는, 각종 옷의 주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회화만 좋아하는 나로써는 수많은 조각에 조금 지루해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이 조각이 내개 오는 여행이 될 줄,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박물관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덕분에 이렇게 감상이 짧다. 이탈리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이정도 박물관은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해 보이는 문화재 모아놓고 이름 붙이고 역사 설명하고 하면 박물관이 하나 나오는 거다. 물론 문화재 하나하나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는 것이지만, 결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입을 창출해내는건 프레임frame이라는 생각을 했다. 잘 모아놓고 좋은 프레임에 걸어놓으면, 사람들은 쳐다보게 되 있다. 하다못해 이렇게 나처럼 별 생각없이 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그런 프레임하는 능력, framing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많이 뒤쳐져 있지 않을까. 우리도 멋진 오래된 유산 많은데.
2008/12/21
National Museum of Rome
Museo Nazionale Romano
처음 떨어진 로마에서 처음으로 간 박물관. 여행 중반에 친구와 다시 로마에 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날은 그 친구와 같이 안갈만한 박물관을 찾아갔다. 그곳이 바로 이곳.
고대 로마의 다양한 회화가 재미있었다. 그 색감. 은은하지만 무언가 장엄하고, 여유있고, 또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색이었다. 오랜 세월의 무게 덕이었을까.
Villa der Livia in Primaporta, Gartenraum
특유의 붉은 색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의 파란색도 좋았다. 이집트적이지만서도 충분한 디테일이 살아있고, 프레스코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들.
Sarcophagus Portonaccio Massimo
이 석관을 보고 한동안 멍해졌다. 당연히 실제로 보면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적당히 남보다 뛰어나서는, 어설프게 잘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압도적이어야 한다. 압도적이어야 눈에 띄고,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은 한 한국인의 기억에도 남는 것이다.
그 외 많은 조각들에서는, 각종 옷의 주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회화만 좋아하는 나로써는 수많은 조각에 조금 지루해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이 조각이 내개 오는 여행이 될 줄,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박물관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덕분에 이렇게 감상이 짧다. 이탈리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이정도 박물관은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해 보이는 문화재 모아놓고 이름 붙이고 역사 설명하고 하면 박물관이 하나 나오는 거다. 물론 문화재 하나하나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는 것이지만, 결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입을 창출해내는건 프레임frame이라는 생각을 했다. 잘 모아놓고 좋은 프레임에 걸어놓으면, 사람들은 쳐다보게 되 있다. 하다못해 이렇게 나처럼 별 생각없이 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그런 프레임하는 능력, framing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많이 뒤쳐져 있지 않을까. 우리도 멋진 오래된 유산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