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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5. 02:30
가을 방학을 맞이하여 뉴욕의 Metropolitan Museum of Art를 다녀왔다.

각종 고대 유물은 아무래도 저걸 이집트에서 인도에서 중국에서 빼앗아 왔다는 기분 때문인지 단순한 미술작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고대유물엔 특별한 흥미도 없고 해서 그림만 보기로 마음먹고 돌아다녔다. 물론 거기에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별 생각없이 처음 들어간 부분이 로코코 시절의 그림이 전시된 관이었는데, 이쁜 척척척 만하는 그림들이 너무나 지루했던 나머지 걸으면서 졸았다. 그러다가 중세로 넘어갔더니, 투박한 그림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관람 후에는 같이 관람한 고등학교 친구와, 때마침 뉴욕에 있었던 다른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얘기를 하다가 프린스턴으로 향했다. 병맥주와 함께 서너시간동안 수많은 얘기를 나눴고, 다음날 프린스턴을 구경하고, 고등학교 선배님과 점심 한끼, IYPT로 맺은 인연들과 저녁 한끼 먹었다. 거의 3년만에 만난 양일형이었는데, 너무나 편했다. 둘다 여전했고, 웃겼고, 헛소리 많이 했다. 각종 욕과 막말로 격렬하게 나를 반가워해주셨는데, 너무나도 고마웠다.ㅎㅎ

프린스턴의 공기는 아늑했다. 이곳이 내 학교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많이 들었지만, 이젠 아쉬움일뿐 미련이지는 않았다.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아직 21살인데, 모두들 너무 꿈을 잃었다.. 아직까지는 허황된 꿈이란건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함께 걸어갈 친구가 있구나.



그리고 특별히 눈에 들어온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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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nna and Child with Saint Joseph and an Angel, Raffaellino del Garbo, Tempera on canvas, transferred from wood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피부색이 파랗게 변색된거겠지만, 묘하게 성모의 표정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많은 파란색이 한 그림 안에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거나 단조로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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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Young Man, Antonello da Messina, Oil on wood

아... 저 묘한 웃음. 어떻게 저걸 그림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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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 Johannes Vermeer, Oil on Canvas

확 달라진 색감과 빛의 느낌에 놀라워 하다가 작가를 바라보니 베르미어였다. 그가 새로운 빛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비로소 마음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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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일상적인 그림인 나머지 오히려 미술관 속에서는 독특해 보였다. 그 시기의 그림들이 그렇듯이, 왠지 내가 진짜 저 거리에 서서 저 여성과 딸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그 지독했던 일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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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m, Pierre-Auguste Cot,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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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 Pierre-Auguste Cot, oil on canvas

아.. 미술관에서 봤을땐 쩔었는데 확실히 사진으로 보니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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