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129)
잡담 (46)
일상 (15)
생각 (11)
(20)
전시 (15)
영화 (4)
CF (9)
연극 (6)
공연 (2)
음악 (1)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Kennedy Hall'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 12. 1. 10:25
수학 수업을 듣는 Malott Hall 옆에 Kennedy Hall이라고 식당같은데가 있다. 늦은 잠에 정신없이 아침을 못먹고 수학 수업으로 달려가면, 수학 수업 후 독일어 수업 전 한 시간 사이에 가서 늦은 아침을 해결하곤 한다.

이번 주는 잘 살아왔었는데, 오늘 아침에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다. 정신없이 가서 숙제 제출하고 어김없이 아침을 먹으러 Kennedy Hall로 향했다. 가서 먹는건 늘 breakfast Sandwich with Cheese, Egg, and Bacon. 이제는 익숙해져서, 가볍에 말해주고 약간 옆으로 비켜섰는데, 요리하는 그 유쾌한 아저씨가 내 뒤에 서 있던 분에게 뭘 드실 거냐고 묻자 그 분은 떠듬떠듬 하다가 - Can I have exactly same? - 이라시더라. 중국계로 보이는 여자였는데, 아무래도 유학오신 분인 듯 했다. 나도 처음 갔을때 뭐라고 주문해야 할지를 몰라 엄청 겁먹고 우왕좌왕했었는데. 내가 처음 주문할 때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물론 속으로만 ㅎㅎ). 영어도 안되고 발음도 별로고 게다가 저기 저렇게 생긴 빵 사이에 저렇게 이렇게 넣어서 만든걸 뭐라고 부르는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는가. 샌드위치는 당연히 삼각형이라고 생각하고 자라왔는데.ㅎㅎ 참 그러고 보면 사소한 것에서 긴장하고 겁먹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직도 많다. 여전히 그 주문대 앞에 서면 내 발음을 못알아듣진 않을까, 내가 말했는데도 다시 되물으면 쪽팔릴텐데, 하는 등등 소심한 걱정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곤 한다.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긴한데, 뭐랄까, 피식 웃음이 나는 얘기다.


그렇게 주문한 음식을 받고 적당히 자리 잡고 앉으면, 항상 그 시간 무렵에 식사를 하시는 어떤 중국계 아줌마를 보게 된다. Kennedy Hall에서 일하시는 분 중 한 분 같은데, 항상 10시 좀 넘어선 시간에 늘 혼자 식사를 하신다. 백인 흑인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그렇게 일하는 아시아계 아줌마가 어느날은 갑자기 조금 처량해 보였다. 늘 혼자 식사를 하시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혼자 밥을 먹는니 안먹고 만다는 식의 사람들도 꽤나 있는데, 혼자 밥 먹는게 그렇게 싫다는데, 그런 이들이 저 아줌마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저분도 물론 혼자 밥먹는 것보다 다른 누군가와 같이 먹는게 좋겠지. 하지만 그 분에게는 가정이 있고 자식들이 있을거고, 본인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위해 일을 해야하고 또 저렇게 결국 혼자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걸테지. 이런거 저런거 싫은걸 잴 여유도 없어 보이셨다. 아. 세상의 어머니들이란. 혼자 외롭지 않냐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던 것이 한낱 어리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된 일, 외로움, 이런 모든 것들을 당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버텨내시겠지.

우리 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아줌마를 보면 늘 마음이 조금 아린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