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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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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의 대표작 중 하나다. 앤디 워홀에 대해서는 지난번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아마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 작품과 함께 [공장에서 찍어낸듯한]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앤디 워홀 작품 감상의 맹점이 존재한다. 앤디워홀이 정작 원한건 너무나 익숙한 주변의 이미지를 미술 작품으로 새로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인이 아니고서야 저 토마토 수프를 실제로 본 사람이 없지 않은가? 우리는 저것을 공장생산품이 아니라 미술작품으로 처음 만났고, 덕분에 머리로는 저 작품을 통해 워홀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후자가 더 중요한 건데 말이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 그 머리로의 이해와 가슴으로의 이해가 어떻게 다를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사실 저게 그냥 통조림 그럴듯하게 그린거지 진짜 존재하는 상품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런데 오늘, 우연히 들어간 슈퍼에서 뭔가 익숙한 이미지가 눈에 스치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저렇게 생긴 저 모양 그대로의 토마토 수프 였다. Campbell's라는 상표명까지도 똑같았다. 야채 수프도, 버섯 수프도, 쇠고기 수프도 아닌 바로 저 토마토 수프였다. 허허.. 손에 가만히 쥐어 보았는데, 참 기분이 묘했다. 미술 작품을 슈퍼에서 만난 듯한 기분.. 거꾸로된 감상 순서는 워홀의 의도마저도 거꾸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슈퍼에서 늘 보는걸 미술관에서 만남으로써 팝 아트를 창시하고 대중들에게 예술을 더 가깝게 느끼게 만들었다는 그 앤디워홀의 미술사적 의미가 나에게는 완전히 뒤집혔다. 미술관에서 본 것을 슈퍼에서 만남으로써 슈퍼에서 예술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끄적여 놓고 보니 결국 대중적 문화를 예술로 끌어올렸는가, 예술을 대중적 문화로 끌어내렸는가 하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가까워 졌다는 점에서 결국은 그냥 같은 걸로 받아들여야 하나. [두 문화의 우월성을 따질 수 없다는 이야기는 잠깐 뒤로하자. 옳고 그른 여부를 떠나 예술이 대중문화보다 뭔가 더 우월하게 느껴지는 건 모두에게 사실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미국인들이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봤을때의 그 기분은 아마 워홀이 의도한 것이었겠지만, 그는 나와 같은 이런 거꾸로 된 경우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화가 낳은 이 어찌나 기막힌 뒤집음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가슴 속 깊이 닿아서 도달한 결론은 - 첫인상이라는 것이 어찌나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다. 오늘 내가 이런 묘한 경험을 한 것도, 결국은 무언가를 첫인상으로 기억하고, 또 첫인상과 비교해서 다음 인상에 대한 느낌을 결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것이 있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결국은 나의 [기억]을 재조합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이라는 것이 어찌나 이렇게 조악한지.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첫인상을 주는 사람일까. 뭔지 모르게 가슴이 뜨끔하다.



첨언.
여러모로 갖가지 탄성과 생각들을 자아내게 만드는 [통조림과의 조우]였다. 겨우 [통조림] 한 통일 뿐인데, 그걸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나는 주변의 간단한 사물에도 관심을 놓치지 않고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좋은 습관을 가진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변태인 것일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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