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 인턴 혹은 연구참여를 꼭 하겠다는 일념하에, 학기 초에 이리저리 고생을 많이 했다. 원래는 겨울방학동안 대충 미리 알아놓고 문의 메일도 좀 미리 곳곳에 보내놓고 그러기로 결심했었지만, 역시나 방학땐 안되더라... 개학과 함께 이리저리 할일에 치이면서 그제서야 알아보고 찾아보기 시작했을때, 참 많이 후회했다.
연구참여 프로그램을 알아보면서 정말 아쉬웠던건, 미국 시민권, 혹은 영주권이었다. 대부분의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이 다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라 대부분 미국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에게만 지원자격이 한정되 있었다. 쩝, 어쩌겠니, 프로그램 형태의 것들은 포기하고 그냥 코넬 교수를 알아보자, 하는 마음을 먹는 찰나, 우연한 기회에 나같은 미국외 시민권자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알게됬고, 그리고 좀더 뒤져서 몇개 찾아냈다. 그래도 참 고생했다. ㅡ.ㅡ;; 내가 찾아서 들어가 본 홈페이지가 한 100개는 될텐데.. 그중에 국제학생에게도 열린게 3개였으니....
그런데 너무 늦은 상태여서 바빴다. 하나는 신청 마감 전날 알게되서 얼른 그날 밤 곧바로 에세이 써서 제출했고, 지난학기 수학 교수에게 연락해서 추천서 써달라고 부탁해서 2시간 가까이 면담하고 억지로 좀 받아냈다. 고 에세이랑 대학원서에 썼던 이야기를 좀 다듬어서 다른 데도 지웠했고, 우편으로도 한군데 부쳤다.... 결정적으로 고민했던건 다들 추천서를 2개 요구하는데 지난학기동안 그 수학교수랑만 친해진 상태라서 어떻게 하나였다. 결국은 고등학교 담임쌤께 전화해서 - 이렇고 저러해서 선생님이 추천서 쓰신것처럼 해서 추천서좀 내겠습니다. - 말씀드리고 허락받으며 3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하나는 Rice University의 어느 일본인 교수가 조직한 나노관련 연구참여 프로그램으로 선발 파견 등은 Rice에서 하지만 실제 활동은 일본(!!)에서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방학의 첫 삼주는 집중 일본어 코스를 듣고, 그 후 10주간 일본의 여러 대학, 연구소 중에 하나에 가서 나노연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하나는 시카고 옆에 소재한 FermiLab의 물리전공자를 위한 인턴쉽인데, 다들 알겠지만 FermiLab은 제네바의 CERN이 생기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였던 입자가속기가 있는 연구소이고, 가장 대표적인 미국 국립연구소다. 뭘 하는진 모른다만 거기서 일을 하는 거란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Caltech에서 진행중인 LIGO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일이었다. 중력파 측정에 필요한 일을 거드느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주동안 다 발표났다. LIGO는 떨어졌고, FermiLab과 일본나노는 됬다. 얼마전 포스팅한 전화 인터뷰 얘기가 그 일본 나노 프로그램 얘기였다. 솔직히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늦게 알아서 허겁지겁 원서를 낸데다가 난 아직 고작 학부 1학년생이기에 큰 기대 안했었는데, 두개나 되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됬다. - 그리고 내 메일을 다 정중히 잘 거절(!!)하던 코넬 교수들에게 더 매달리지 않아도 되게됬다. - 물론 당분간만..ㅋㅋ
뽑힌 두가지 중 일련의 고민끝에 FermiLab에서의 인턴을 선택할 것 같다. 어짜피 학부 1학년이 뭘하겠나 싶다는 점에서 그럴거면 이왕 3개월 공짜로 일본에서 지내는 경험도 좋을것 같긴한데, 그래도 FermiLab이 'FermiLab'인 지라 내게 더 유리한 기회일 것 같다. 또 마침 아는 형 친구가 거기서 인턴을 했다는데, 참 좋았고 많은 일을 했다더라.. 그리고 나노는 코넬에 미국에서 두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비들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남은 3년간 언제든지 나노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계속 있다고 생각하면 좀 다른걸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내게 추천서 써준 교수가 한 말인데, 인맥 혹은 커넥션을 생각할때 FermilLab으로 가라더라ㅎㅎ 이 글 읽는 분들은 어떤게 제게 더 좋은 선택일것 같으세요..?
근데 내가 고작 학부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이건 뭐 취직하는 거랑 똑같은가 보더라. 이른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참가하게 되고,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닌지라 필요한 각종 서류작업까지도 해야한다. 대강 연구참여 뭐 이러는게 아니라, 공식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10주간 주 40시간 주급 440달러에! 숙소는 그냥 제공되고!
그렇게 해서 이번 여름은 5월 15일 - 6월 1일, 8월 9일 - 8월 27일, 인턴기간을 전후해서 각각 약 20일 가량이 비는 시간이 되었는데, 앞에 한국에 갈지 뒤에 한국에 갈지 고민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제가 언제 한국에 왔으면 좋겠나요..?ㅎㅎ 한국에 안가는 남는 20일은 미국 북동부지역 여행좀 다녀볼까 싶다. 한 열흘은 쉬고, 뭐 뉴욕좀 며칠 갔다오고, 이러면 사실 20일도 금방이다.
나노 일본 프로그램 전화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과연 내가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아니 있는지 조차 알았을까. 그리고, 프로그램에 됬다는 사실 보다 혹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됬다는 점보다 뿌듯한건, 멍하니 주어진걸 받아먹은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든 인터넷, 물리과 게시판 이런데를 뒤지고 뒤져서 결국 [찾아]내고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꼈다. - 아 미국은 기회의 땅이구나, 그리고 기회는 찾으면 있구나.
다 좋긴 한데, 마지막으로 배부른 푸념하나 하자면, - 이렇게 어떻게든 아둥 바둥 살아보려고 하는 내가 가끔은 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