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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12. 11:43
글을 써야할 때가 자주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했던 것은 대학원서를 위한 에세이를 쓸 때부터가 시작이었던것 같은데, 그 이후로도 각종 글쓰기 수업을 위한 글이라던가, 인턴을 지원할때 쓰는 에세이 등을 쓸일이 있었고, 앞으로는 아마 더욱더 많아질 것 같다. 최근에도 몇가지 글을 써야할 일이 있었다. 무언가에 지원하는 것이 있었고, 독일어 수업 포트폴리오 제출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써야할 일이 있으면 이전에 썼던 글들을 주로 참고한다. 편하게 약간의 수정으로 얼른 할일들을 끝내고 싶은게 주된 이유긴 한데, 그때그때 받는 주제에 알맞은 경험을 적절히 떠올린다는 것이 사실 많이 힘들다. 블로그를 한지 일년 정도가 되었고, 어떤 특별한 경험이나 생각을 하게되면 여기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적게 되었는데, 어느덧 글을 쓸 일이 있을때마다 생각 창고로써 여기를 활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번 슈퍼에서 캠벨 토마토 수프를 봤을 때의 이야기를 써먹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떤 생각을 낳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꼭 기록하겠다고 다짐해보게 되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요즘 쓰는 그런 글들은 대부분 한글이 아니다. 이 블로그에 쓰는 글이나 가끔씩 속을 풀어놓는 일기장이 아니고서는 이젠 한글로 글을 쓰는 일은 거의 없게 되었다. 영어로 대부분의 글을 쓰고, 열심히 듣고 있는 독일어 수업을 위한 각종 포트폴리오를 위해서 독일어로도 글을 쓰곤 한다. 그렇게 어떤 주제 밑에서 글을 쓰거나, 혹은 내가 내 스스로 주제를 만들어 내야할때, 과연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

그럼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 내지는 부담을 많이 가졌었지만, 사실 이제 영어에서는 그래도 문법적 오류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되었고 (아직 관사 많이 틀리지만) 시험치는게 아니니까 모르는 단어도 사전 찾아가면서 쓰면 된다. 원어민보다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려서이지, 결국은 언어 자체가 모국인만큼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 글을 풀어가는 방식은 어떨까. 나는 글을 풀어가는데에는 어떤 일정한 규칙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와 느낌을 창조해내고 싶은 정도가 아니고서야, [적당히 좋은] 수준의 글의 흐름, 이야기의 서술 방식 정도에 도달하는데에는 연습과 훈련이면 누구나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여러가지 선택가능한 방식들 사이에서는, 자기 취향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

그럼 결국 좋은 글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글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물론 사용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또 이야기를 매끄럽고 보기좋게 풀어갈 줄도 알아야 하지만, 이런것들은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훈련과 노력이면 성취할 수 있다. 결국은 글의 내용이 강력해야 한다. 남들은 겪어보거나 생각해보지 못했을 만한 참신한 내용이어야 하고, 남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소재들은 (천재적인 창작가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결국은 경험이다.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작가는 자신의 경험으로 글을 쓰는 거라고 말한 작가가 있었다. 절대동감.


그럼 더 나아가 좋은 글을 넘어서는 대단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일상 생활 속에서의 사소한 경험에서 특별한 의미를 불어 넣을수도 있고, 남들은 안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엔 전자가 수필가인거 같고, 후자가 소설가인것 같다. 나는? 욕심같아선 둘 다 이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는 전자쪽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