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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해당되는 글 5건
2009. 3. 22. 03:19
피에타 Pietà
성 베드로 성당 St. Peter's Basilica
바티칸 시국 Vatican City
200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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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미술작품이었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성모의 그 슬픈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조각 속의 성모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큰 기대를 품고 들어갔던 베드로 성당이었지만, 아쉽게도 바로 눈 앞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한 정신병 환자가 망치를 휘둘러 성모의 얼굴을 깨버렸고 그 사건 이후 방탄 유리를 설치하여 그 유리 밖에서만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조각은 직접 만져보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숨쉬는 것을 느껴야 하는데..

이 작품을 완성했을때 미켈란젤로는 25세였다고 한다. 자랑스럽게 만든 후 세상에 내놓았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했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당시 미켈란젤로의 라이벌 조각가였던 크리스토포로 솔라리 Christoforo Solari의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분한 미켈란젤로는 밤에 몰래 조각을 다시 찾아가서는 성모 가슴의 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바로 후회했다고. 자신의 젊은 날의 오만에 뼈저리게 후회하고 그 이후 다시는 자신의 조각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비드상 David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 Galleria dell'Accademia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갤러리아 델 아카데미아는 회화보다는 조각 위주의 박물관이다. 피렌체에서 우피치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사실 그건 단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바로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물론 다른 많은 조각들도 훌륭하지만, 그닥 이름 있는 작가의 작품은 드물고, 많은 이들이 다비드 상 하나만을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 물론 나와 내 친구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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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조각이구나 싶었다. 우아함, 장엄함.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26세의 미켈란젤로가 성당 뒤편에 버려져있던 대리석을 보고는 자신이 맡고 싶다고 자청하고 3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3대 조각 중 다비드가 가장 좋았다. 옷의 주름이나 수염의 복잡함보다는 깔끔한 다비드의 나체가 훨씬 아름다웠다. 그 단순함. 그렇게나 단순하게 느껴진다는건, 이 조각이 가장 복잡한 조각이라는 뜻일거다. 20대에 미켈란젤로는 이미 저 두 조각을 만들었다.....



모세상 Moses
산 피에트로 성당 San Pietro in Vincoli
로마, 이탈리아 Rome, Italy
20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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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장식하는 조각 중 하나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중 하나이지만 다비드상이나 피에타에 비하면 많은 이들이 모르는 조각이고 (나도 로마 가기 전까진 몰랐다.) 박물관이 아니라 성당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관광객들이 놓치는 곳 중 하나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안찾아가게 된다고나 할까. 우리도 늦어서 성당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들어갔었다. 우리가 들어갔을때 마침 성당이 닫을 시간이었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채 쫓겨나다시피 해서 나왔는데 때마침 몰려온 단체관광객들의 성화에 경비원들이 잠시 관람할 기회를 더 허락해 주었다.

미켈란젤로가 41세가 될때 완성한 작품이다. 원래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의 무덤을 위해 40개의 조각을 만들겠다고 계획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전체 프로젝트가 축소되었다고 했다.




기회가 잘 닿아 한번의 여행으로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다른 피에타 조각, 그리고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도 보았으니 미켈란젤로 주요 작품은 다 봤다고나 할까. 나는 그의 회화보다도 조각이 좋았다. 원래 조각엔 흥미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조각의 재미를 느꼈다. 조각을 만지는 것이 작품을 회손하는 일인건 맞지만, 그래도, 조각은 만지면서 바로 옆에서 그 조각이 내뿜는 숨을 직접 느끼면서 감상해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2009. 3. 19. 23:22
우피치 미술관 Uffizi Gallery
피렌체, 이탈리아 Florence, Italy
2008/12/26

이쁘고 아기자기한 도시 피렌체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에 어느덧 한국인과 일본인에겐 이탈리아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청개구리 심보가 강한 나로써는 덕분에 괜시리 피렌체가 싫었다. ㅎㅎ

이곳에선 가야할 두 군데의 미술관 중 첫번째가 바로 유럽의 3대 회화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우피치 미술관이다. 여름철엔 예약 안하면 세시간씩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져있고, 우리도 겨울이라 괜찮겠지 하고 갔다가 한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은 짜증났지만, 미술관 내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 자체에는 열렬히 환영했다.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관광객으로 홀이 꽉 차면 미술 작품 감상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덕분에 관람 환경 자체는 참 쾌적했다.

다음은 인상깊었던 그림들. 딱히 구체적인 감상은 없다. ㅎㅎ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회화를 집대성한 미술관이다 보니, 그런 회화에 많이 질려있던 상황에서 별로 뜻깊은 감상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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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ustice of Seleucus by Perino del Vaga

무언가 힘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움직임이 가득한 장면을 그린 것도 아닌데, 무언가 역동성이 느껴졌다. 색감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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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John the Evangelist and Saint Francis by El Greco

엘 그레코 특유의 색감과 가늘고 긴 느낌은 힘차보이면서도 어딘가 순식간에 바스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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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anità, di Mattia Preti, 93,5 x 63, Firenze, Uffizi

빛이라는 것이 그림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에 다시 한번 느낀 그림. 그리고 역시나 그림의 밝고 어두움 같은 점들은 사진으로 보면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걸 사진을 찾아보고 다시 느꼈다...
2009. 3. 14. 13:55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Italy
2008/12/14

로마에서 밀라노를 들린 후 찾아간 베네치아에서는, 이제 겨우 세번째 도시에 불과하건만 벌써 이탈리의 그 르네상스적 화려함에 질려가고 있었다. 그 화려함을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이탈리아였건만, 역시나 과하면 모자라는 것만 못했다. 그래서인지 구겐하임 콜렉션은 무척 좋았다. 새삼스레 현대미술이 어찌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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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ousness of Shock, April 1951. Wax encaustic on hardboard, Victor Brauner


같이 갔던 친구와 이 그림을 보면서 한동안 쓰잘데기 없는 잡담을 한참 나누었다. 그림에서 가슴이 그려진 모양에 웃다가 - 저 새는 분명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임이 틀림없을거야 - 같은 얘기로 이어져서는 밑도끝도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었던거 같다. (그 이상은 상상에 맡긴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의 재미는 크게 두가지 정도인데, 하나는 익숙치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여전히 풍부한 그림 속의 이야기가 좋고, 두번째로는 가리려고 하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금기시 되는 소재였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점이 좋다. 물론 미술관에 그림이랍시고 걸어놓아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쳐다보는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어찌됬든 일상생활 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미지들을 이렇게 저렇게 버무려 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뭔가 구체적으로 꼬집기 힘든 묘한 조화라던가 미적 유희를 느낀다는 것이 참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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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tage City (Città ostaggio), 1954 Tempera, india ink, sand, and enamel on paper, Emilio Vedova


전형적인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다. 혼돈속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조화. 느껴지는 감정. 색감. 우연성. 있어보이는 척.(ㅋㅋ) 이 그림은 특히 수묵화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페기 구겐하임은 말년을 저곳 베네치아의 미술관에서 보냈고, 그녀의 묘비가 미술관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았던 그녀는 늘 수많은 개들을 키웠는데, 그런 그녀의 사진을 보고 나는 물론 안쓰럽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한 인간이 모은 콜렉션의 수준이 이정도라는데 너무나도 놀라웠고, 또 부러웠다. 미술관 정면의 발코니에서 운하에 비쳐 반짝이는 베네치아의 야경을 보며 언젠가 다시 한번쯤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9. 2. 21. 16:27
로마 국립 박물관
2008/12/21
National Museum of Rome
Museo Nazionale Romano

처음 떨어진 로마에서 처음으로 간 박물관. 여행 중반에 친구와 다시 로마에 올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날은 그 친구와 같이 안갈만한 박물관을 찾아갔다. 그곳이 바로 이곳.

고대 로마의 다양한 회화가 재미있었다. 그 색감. 은은하지만 무언가 장엄하고, 여유있고, 또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색이었다. 오랜 세월의 무게 덕이었을까.

Villa der Livia in Primaporta, Gartenraum

Villa der Livia in Primaporta, Gartenraum


특유의 붉은 색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의 파란색도 좋았다. 이집트적이지만서도 충분한 디테일이 살아있고, 프레스코 같은 느낌이 드는 그림들.

Sarcophagus Portonaccio Massimo

Sarcophagus Portonaccio Massimo


이 석관을 보고 한동안 멍해졌다. 당연히 실제로 보면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적당히 남보다 뛰어나서는, 어설프게 잘해서는 아무 소용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압도적이어야 한다. 압도적이어야 눈에 띄고,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박물관을 찾은 한 한국인의 기억에도 남는 것이다.

그 외 많은 조각들에서는, 각종 옷의 주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회화만 좋아하는 나로써는 수많은 조각에 조금 지루해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이 조각이 내개 오는 여행이 될 줄,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박물관이긴 했지만,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덕분에 이렇게 감상이 짧다. 이탈리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이정도 박물관은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해 보이는 문화재 모아놓고 이름 붙이고 역사 설명하고 하면 박물관이 하나 나오는 거다. 물론 문화재 하나하나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는 것이지만, 결국 관광객을 유치하고 수입을 창출해내는건 프레임frame이라는 생각을 했다. 잘 모아놓고 좋은 프레임에 걸어놓으면, 사람들은 쳐다보게 되 있다. 하다못해 이렇게 나처럼 별 생각없이 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그런 프레임하는 능력, framing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많이 뒤쳐져 있지 않을까. 우리도 멋진 오래된 유산 많은데.
2009. 1. 21. 06:41
겨울방학동안의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새 학기가 개학했다. 여행덕분에 정신적으로야 잘 쉬었다 온 셈이더라도 육체적으로는 새학기 시작이 꽤나 피곤할 줄 알았는데, 딱히 뭐 그럴것도 없다. 잊을 수 없는 한 학기를 보내고 새학기를 맞이하는 과정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좋은 다짐들 - 매번 꼭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 과 함께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다음은 간략한 여행과정과 약간의 생각들.

12/20 출국

12/21 로마, 밀라노행 야간기차
가는 길에 암스테르담을 경유했는데, 암스테르담 들어갈때 여권 검사를 하더니 로마에 들어설때는 마치 국내선을 빠져나오듯 아무런 검사 없이 그냥 통과했다. EU회원국 끼리는 이미 여권 검사를 안하는 모양이었다. 정말 많이 통합됬구나.

12/22-23 밀라노
미리 예약하지 않은 덕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지 못한게 좀 아쉽긴 했지만, [뭐 나랑 인연이 아닌가보지 뭐] 하고 넘겨버렸다. 개인적으로 밀라노 두오모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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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25 베네치아
크리스마스를 베네치아에서 보냈지만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는 0시에 성당에 가 봤으면 좋았을텐데 0시가 되어서야 그 생각을 했다. 오래된 풍의 거기서 거기인 듯한 건물들만 잔뜩 있어서 꽤나 질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야경은 좋았다. 멋있는척 하고 사진좀 찍어봤는데 그건 쫌 아니었다.ㅋㅋ 첫날은 계속 안개가 자욱했지만, 둘째날은 날이 무척 맑았고, 덕분에 한 도시의 두가지 면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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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피렌체
이쁜 도시였다. 냉정과 열정사이 덕분에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이탈리아에서 꼭 들러야 하는 도시가 되고 말았는데, 그래서인지 괜히 좀 거북했다. 난 여기 두오모보다 밀라노 두오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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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피사, 루카
나폴리로 내려가기 전, 작은 두 도시를 들렸다. 탑이 잘못지어져서 얼떨결에 기울어지면 관광지가 된다는 사실이 꽤나 웃겼다. 루카에서는 대도시보다 소도시를 여유롭게 둘러보는게 좋은 여행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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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나폴리
오는 길에 너무 고생했다. 끊었던 기차표엔 좌석 번호가 없었고 덕분에 간이석에서 밤새도록 졸고 내려갔다. 도착 후 일단 한인민박에 연락해서 1박은 아니고 낮에 좀 자고 가겠다고 우기고서는 잠부터 잤다. 도시는 4시간 남짓 둘러봤는데, 피자는 맛있었고, 도시는 정말 지저분했으며, 덕분에 도시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별 아쉬움 없이 또 야간 열차에 몸을 실었다.

12/29-31 시칠리아 섬 - 타오르미나, 카타니아, 아그리젠토, 시라큐사
타오르미나에서 뜨는 해를 보겠다는 야심은 비오는 날씨로 인해 망쳤고, 카타니아 가서도 비는 계속 내려서 그냥 첫날 하루는 쉬었다.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니려고 알아봤지만 다 수동기어일뿐 오토가 없어서 포기하고 기차로 이동하자고 마음먹은 30일 아침, 얼떨결에 렌트카 업체를 하나 더 발견했고 오토인 차가 있어서 렌트했다. 이틀간 500키로를 달리면서 아그리젠토의 그리스 유적과 시라큐사의 그리스 유적을 돌아다녔다.
시칠리아의 초원은 눈부셨다. 가다가 양치기 청년과 양떼를 만나 차를 잠시 멈췄다. 그리스 신전을 성당으로 바꾼 시라큐사의 성당은 독특했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린 타오르미나에서는 멋있는 절벽 아래의 바다를 볼 뻔 했지만 다시 비가 왔고, 여행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새해는 로마로 돌아가는 야간기차에서 맞이했다. 새해의 첫 한시간은 기차가 배에 실려 메시나 해협을 건너가는 동안 배의 갑판위에서 바다를 보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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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사진찍는 것에 대해 의욕이 없었고, 혹시나 하는 맘에 카메라는 들고 갔지만 충전기는 챙기지 않았었는데, 이때쯤에 밧데리가 다되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카메라가 아니라 눈에 좋은 것들을 담고자 갔었던 여행이었기에 별로 아쉽지 않았다. 저 양떼 사진은 못찍었으면 아쉬웠을텐데 그래도 저건 찍었으니까 ㅎㅎ 그 이후엔 반드시 찍고 싶은 장면도 없었다.

1/1-4 로마
첫날 로마는 하루종일 비가 왔다. 이럴줄 알았으면 타오르미나에서 새해 일출이나 볼걸, 하고 무척 아쉬웠다. 여행 내내 느껴왔던 것이긴 했지만, 주요 관광지마다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맥도날드의 힘이 정말 놀라웠다. 

1/5-7 바르셀로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도시. 가우디의 건축물도 건축물이지만, 도시 전체가 조형물, 설치물, 디자인으로 가득차 있었다. 평범한 아파트들도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했다. 사실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전체가 그랬다.

1/8 세비야
여행중 가장 맑은 날이었다. 햇살 밝은 날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성당벽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들이 어른거렸다. 가로수로 오렌지 나무를 사용하길래 꽤나 신기했고, 보기에도 이뻤다. (물론 먹을 순 없다더라)

1/9 코르도바
우연히 들어갔던 뷔페집이 중국뷔페길래 반가워하면서 마구 먹고 있는데 흘러나오는 중국 노래 사이에 장나라의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반갑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중국내에서 정말 장나라는 대단하구나.

1/10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은 거대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다. 세비야, 코르도바, 그라나다로 이어지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각종 이슬람 유적은, 백인 관광객들에게는 가장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장소인것 같았다. 이슬람의 미술은 패턴의 반복에 '집착'하다시피 한다.

1/11-13 마드리드
지쳐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몸도 좀 안좋기도 했고 마드리드엔 볼것이 없다길래, 마음 깨끗하게 비우고 편하게 쉬면서 마드리드의 3대 미술관만 제대로 보자고 결심했다. 자고 먹고 미술관다니고 그랬다.

1/13-15 리스본
흑인이 무척 많았다. 대항해시대의 흔적일런지. 물가가 무척 쌌다. 유럽대륙의 서쪽 끝이라는 호까곶에도 갔었는데, 해안의 절벽과 그 사이사이의 마을들이 꽤나 멋잇었다.

1/15 출국.


그리고 전반적인 여행동안 했던 생각들.

1. 론리플래닛 영어판에는 정말 주옥같은 표현이 넘쳐났다. 읽으면서 몇번을 폭소를 터뜨렸고, 방학동안 영어공부 덕분에 정말 많이 했다. 한국어 번역으로는 그 감칠맛이 살아남지 못할텐데, 아쉬웠다.

2. 인상적이려면, 기억에 남으려면, 적당히 다른 것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압도적이어야 한다.

3. 결국은 어떻게 프레임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전시장을 꾸며서 잘 전시하고 이름표를 갖다 붙이면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그 안에 결정적인 역사적인 작품은 많아야 서너개일 뿐이었다.

4. 우리는 왜 목조건물만 지었을까. 석조건물들이라면 오늘날까지 남아서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텐데.

5. 예전부터 한국인과 중국인, 혹은 일본인이 만나 한글도 중어도 일어도 아닌 영어로 서로 대화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이러니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라나다의 버스 안에서, 더듬더듬 억지로 영어를 이어가는 스페인인과 그와 대화하는 미국인을 보았다. 미국인이 스페인 땅에서 스페인어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거고, 스페인땅에서 스페인인이 미국인과 대화하려면 어설픈 영어라도 써야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 어이없었다. 힘의 논리상 당연한 건걸까. 너무 오만한 것은 아닐런지. 여행하는 미국인 혹은 영국인은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무 생각이 없을까, 부끄러울까, 아니면 당연하게 여길까.

6. 백인이 다수인 땅에서는 소수이지만, 그래도 아시아인은 본인들이 인종적으로 다수가 되는 고국이 존재한다. 인도인, 무슬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흑인은 어떨까. 아프리카가 그들에게 그런 의미일까?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챙겨간 것
입은옷 + 양말 2켤레, 팬티 2장, 반팔티 2개, 읽을 책, 여행책, 장갑, 카메라, 잠옷 츄리닝 바지, 수건, 여권, 수첩, 볼펜, 휴지,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

안챙겼어도 괜찮았을 것
여분의 양말 팬티 반팔티 모두 하나씩이었어도 여행은 가능했을거 같다 (먼산)
겨울철이라 장갑을 챙겼지만 쓸 일이 없었다.

챙겨가면 좋지만 굳이 챙길필요는 없는 것
손톱깎기 -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다.
우산 - 매번 들고다니자니 무거운데 막상 비오면 아쉽다.
읽을 책 - 읽을 일이 거의 없긴 한데, 아무 할일 없는 날에 요긴하게 쓰인다.

챙겨갔어야 했던 것
무언가 있었는데 지금 당장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ㅡ.ㅡ;;




유럽에서 보낸 25박 26일동안 1600유로 가량을 썼다. 하루 평균 64유로. 교통비까지 포함된 계산 결과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숫자다. 학교에서 출발해서 돌아오기까지 달러로 계산하면 약 3200달러 정도를 사용했다. 옛 환율이면 꽤나 잘 절약한 돈일텐데, 요즘 환율론 450만원 가량이나 된다. 쩝.

여행중 봤던 것들, 만났던 이들 모두가 직접적인 가르침을 내게 주진 않았다해도, 무의식 속에서 나에게 새로운 인상과 느낌을 전해주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여행이 날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앞으로 차츰 드러나겠지. 기대된다.

여행하면서 지금은 자주 만나지 못하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고, 자주 보고싶고, 계속 친하게 지고 싶은 사람들. 엽서를 받았다면 나의 그 소중한 몇명안에 든거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ㅎㅎ



마지막으로, 여행중 들렸던 미술관에 대한 품평은 천천히 차례대로 올려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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