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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퐁모단걸'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 5. 17. 00:24
다리퐁모단걸(Telephone Modern Girl)
이해제 연출
배수빈 최보광 출연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개화기 대한제국, 새로 전화기가 도입되면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는데....


하나.
연극을 같이 보고 있던 많은 분들이 꽤나 자주 큰 웃음을 터트렸는데, 왜 웃긴줄은 이해했지만 나는 사실 그닥 몇번 웃지 못했다. 솔직히 개화기에 새로이 도입된 전화기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이제 거의 상식이 될 만큼 흔한 이야기 아닌가? 특히 계급사회에서 새로이 도입된 전화기가 일으키는 소동(왕의 전화에 관복입고 절하다가 전화가 끊기는 경우 등등)은 물론 웃기긴 하지만 솔직히 진부했다.

둘.
주로 광선태(배수빈)와 서연(김영은)의 사랑이야기와 그 사이의 전화교환수 김외출(최보광)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 연극은 하나의 큰 줄기를 따라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는 연극이었기 보다는 여러개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느낌이 강했다. 에피소드들의 연결이 크게 어색하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작은 상황위주로 극이 돌아가다 보니 절정도 없고(물론 절정으로 노린 듯한 부분이 있긴 했다.) 연극이 끝났을 때도 지금 내가 박수를 쳐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는, 그런 연극이었다는 거다. 소소한 재미는 많았지만, 큰 한줄기의 감동을 전해주지는 못했다고나 할까.

셋.
새로이 등장한 전화기라는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비록 100년 전의 상황이기에 관극하던 그 누구도 겪지 못한 경험이었겠지만 모두가 아련한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그 상황들을 보면서, 휴대폰과 문자에 얽힌 나의 추억들이 대칭적으로 떠올랐다. 문자를 기다리는 마음, 전화가 안될때 답장이 없을때의 답답함, 얼굴보면서는 하지 못하는 말들이지만 전화로는 쉬웠던 말들, 꼬박 전화하다 어느새 해가 떴던 일.

저 윗세대에는 그저 전화기에 얽힌 사랑 사연이 많을 테고, 약간 위로는 삐삐와 관련된 사연들, 혹은 이메일?, 그리고 지금네 우리는 휴대폰과 문자메세지와 관련된 사연이 많을 것이다. 이제 우리 밑으로는 화상통화, 등등등 을 통한 또 새로운 사연과 애틋함들이 쌓이겠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새로움에 우리 인간은 결국 적응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생활 양식(특히 사랑을 나누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냈다. 극 중 한 신하의 전화내용에서처럼, 결국은 그 '다리퐁'도 그저 그런 익숙한 것들이 되고 말았고, 앞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도 그렇게 우리 삶 속에 익숙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더더욱 빠르게 등장하는 오늘날, 예전의 그런 애틋함이 그저 구식이고 오래된 것이 되어버렸을 뿐인 오늘날,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니까 예전이 그리울 수 밖에.(심지어 스무 살도 느끼는 예전에 대한 그리움~)



음.. 주로 비판만 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볼만한 연극이었다.ㅠ 시계를 연극 끝날때가 되서야 봤으니까.

끝으로 인상깊었던 대사 하나.
가슴에서 홍수가 나서 눈으로 흘러 넘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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