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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해당되는 글 1건
2009.07.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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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시대의 사랑 Love in the Time of Cholera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ía Márquez
Vintage International

부유한 상인의 딸인 페르미나와 가난한 청년 플로렌티노는 열렬한 사랑에 빠지지만, 페르미나의 아버지의 반대로 둘은 이어지지 못한다. 페르미나는 콜레라 퇴치로 도시 전체의 존경을 받던 젊은 의사 우르비노와 결혼하고, 그런 페르미나를 잊지 못한 플로렌티노는 의미없는 사랑을 나누며 우르비노가 죽은 다음 다시 페르미나에게 사랑을 고백하리라 다짐한다. 셋 다 노년에 접어든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우르비노가 죽게 되고, 처음 사랑을 고백한지 51년 9개월 하고도 4일이 흐른 날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에게 다시 한번 사랑을 고백하는데...



[백년동안의 고독]과 함께 마르케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소설이다.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책이라는 첫인상으로 많은 이들이 제목을 기억할 것 같다. 네이버 책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대형 서점에서 해마다 발렌타인 데이가 되면 불멸의 사랑을 대표하는 책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와 함께 이 책을 전시해 놓는다는데, 글쎄, 저게 불멸의 사랑일까.

하나. 사랑.
읽는 내내 생각한 것이 저 부분이었다. 플로렌티노의 그것을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목숨이 다할때까지 한 사람만을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 정도로 줄인다면 매우 로맨틱해 보일 수 있겠다만, 아주 조금만 늘려서 "젊은 날 첫사랑을 잊지 못해 이여자 저여자와 침대에서 뒹굴며 그 첫사랑을 대체할 사람을 찾아보지만 결국 실패하고, 그 첫사랑의 남편이 죽는 날만을 50년 넘게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정도로만 표현해도 벌써 뭔가 징그러운 기분이 들면서 그것이 집착인지 사랑인지 헷갈리게 된다. 하물며 책 한권이 그 50여년에 관한 이야기인데, 기다림에 관한 수십개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플로렌티노의 남루함과 어처구니없음에 -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 하는 생각이 안들 수 없다. 첫사랑을 잊지못해 카사노바가 되어 수많은 과부와 여자들과의 정사를 가지면서도 첫사랑을 향한 순수한 마음만큼은 간직해 왔다는 그 진부한 캐릭터야 백년전을 배경으로 한 이십년 전 소설이니까 그려러니 하더라도, 도무지 나는 저게 집착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내 가치관으로는, 어릴적 환상을 키워 신화로 만들어서는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서도 필요할때마다 그 안에 숨고 피해서 자위하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국 그 51년 9개월 4일이 흘러 둘이 노년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좋았던 점은, 현재와 그 스무살 시절의 과거를 연결지으려는 플로렌티노의 노력과 달리 페르미나는 충실히 현재를 살아갔다는 점이다. 페르미나가 그를 여전히 잊지 못해서 혹은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의 연장에서 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이 모습의 플로렌티노를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는 설정이 참 맘에 들었다.

책은 그랬다. 과도한 묘사와 대사들이 종종 잔뜩 기름칠 한 느끼함을 주기도 했지만, (플로렌티노가 50년을 기다린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책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상황만큼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 답지 않게 담백하고 현실감 있었다. 어이없는 우르비노의 죽음이나 50년간의 기다림 속에서 플로렌티노가 겪는 상황과 감정,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과정들이 지나친 감상주의나 로맨틱함에 함몰되지 않고 현실성 있게, 때로는 그로 인해 너무 덜 로맨틱하게 진행되었다. 일상에 관한 자세한 묘사와 작은 상황들의 현실성에 이 책이 시작부터 갖고가는 비현실성 - 불멸의 사랑 - 이 희석되어 독자들이 책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않았을까. 어쩌면 그런 현실성이 나로 하여금 플로렌티노의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생각하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


둘. 문체
마르케스의 문체 자체는 조금 즐기기 힘들었다. 지나치리만큼 과도한 묘사에 불필요해 보이는 에피소드들까지 너무 많이 풀어놓는다는 느낌이었고, 마르케스에 대한 평단에서 말하던 '이야기꾼'이라는 평가가 '수다쟁이'라는 표현의 순화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정말 수다스럽다. 좀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내가 블로그에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그는 '나'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그리고 이어서 '블로그', '책', ;읽는 행위', '글', '쓰는 행위'에 관한 에피소드를 각각 하나씩 늘여놓는다. '나한테 이렇고 저렇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 블로그는 요렇고 고런 장소이고, 책이라 하면 이러저러한 것인데 그것을 읽다가 이러쿵저러쿵한 적이 있었고, ... ... ......' 책을 따라 읽다보면 책이 가고자 하는 큰 줄기가 대체 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정신없음은 약간의 짜증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남미 특유의 문체로 세계 문학계를 신선하게 했을지는 몰라도, 나와는 맞지 않았던듯.


셋. 나이 듦
플로렌티노의 50년에 걸친 기다림은 어떤 특별한 시간적 건너뜀 없이 상당히 연속적이라고 느껴지게 묘사된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체 덕분이 큰 것 같은데, 50년이라는 시간을 단 한 권의 책에서 풀어놓으면서 '10년 뒤'와 같은 건너뜀이 없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다. 다른 책들에선 어느 순간 한번에 10년, 20년이 흘러 주인공들이 노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독자로써는 그 시간의 무게를 주인공에게 부여하지 못하고 결국 갑자기 늙어버린 주인공에게 이질감을 느끼거나, 혹은 그가 여전히 젊은이라는 느낌을 갖고 책을 읽어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플로렌티노가 노년에 접어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나도 그와 함께 온전한 시간을 다 기다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나이 듦에 관한 묘사와 그것이 닥쳤을 때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과 같은 것들이 (물론 나도 50년 더 흘러야 진짜 이해하겠지만) 좀 더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간간히(가 아니라 자주) 등장하던 야한 장면 덕분에 문체에 대한 아쉬움을 이겨내고 즐겁게 읽었다... (먼산)



이제 갈무리들.

page 26
Wisdom comes to us when it can no longer do any good.

page 30
He was the first man that Fermina Daza heard urinate. She heard him on their wedding night, while she lay prostrate with seasickness in the stateroom on the ship that was carrying them to France, and the sound of his stallion's stream seemed so potent, so replete with authority, that it increased her terror of the devastation to come. That memory often returned to her as the years weakened the stream, for she never could resign herself to his wetting the rim of the toilet bowl each time he used it. Dr. Urbino tired to convince her, with arguments readily understandable to anyone who wished to understand them, that the mishap was not repeated everyday through carelessness on his part, as she insisted, but because of organic reasons: as a young man his stream was so defined and so direct that when he was at school he won contests for marksmanship in filling bottles, but with the ravages of age it was not only decreasing, it was also becoming oblique and scattered, and had at last turned into a fantastic fountain, impossible to control despite his many efforts to direct it. He would say: "The toilet must have been invented by someone who knew nothing about men." He contributed to domestic peace with a quotidian act that was more humiliating than humble: he wiped the rim of the bowl with toilet paper each time he used it. She knew, but never said anything as long as the ammoniac fumes were not too strong in the bathroom, and then she proclaimed, as if she had uncovered a crime: "This stinks like a rabbit hutch." On the ultimate solution: he urinated sitting down, as she did, which kept the bowl clean and him in a state of grace.
// 마르케스 식 수다스러움의 한 예. 이 전혀 쓸데없는 긴 얘기를 뜬금없는 와중에 풀어놓는다. 그래도 이런게 한두번이면 - 두 주인공이 부부로써 늙어가는 세월에 대한 느낌을 생생히 전해주기 위함이겠구나 - 하고 넘어갈텐데, 내겐 좀 지나치리만큼 많았다. 이래서 수다스럽다고 표현하는 건데, 그런 와중에도 그런 수다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생생한지라 마냥 싫어할 수도 없었다. 특히 이 부분은 너무 웃겼다.

Page 189
And then he [Dr. Urbino] wiped him [Florentino Ariza] from his memory, because among other things, his profession had accustomed him to the ethical management of forgetfulness.

Page 190
Florentino Ariza could not bear his [Dr. Urbino's] natural distinction, the fluidity and precision of his words, his faint scent of camphor, his personal charm, the easy and elegant manner in which he made his most frivolous sentences seem essential only because he had said them.

Page 193
Hidden in the darkness of an orchestra seat, a fresh camellia in the buttonhole of his lapel throbbing with the strength of this desire, Florentino Ariza saw Fermina Daza open the three sealed envelopes on the stage of the old National Theater on the night of the first Festival.

Page 266
"I am almost one hundred years old, and I have seen everything change, even the position of the stars in the universe, but I have not seen anything change yet in this country," he would say. "Here they make new constitutions, new laws, new wars every three months, but we are still in colonial times."
//플로렌티노의 삼촌이 죽기 얼마 전 그의 회사를 플로렌티노에게 물려주면서 한 말. 식민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책의 시대적 배경은 책에 매우 잘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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