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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초상'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06.0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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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초상
이문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2


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은 3개의 이야기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고(하구, 우리 기쁜 젊은날, 그해 겨울), 특히 [우리 기쁜 젊은 날]의 경우 여러가지 에피소드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많은 공감, 느낌, 부러움이 혼재했던 책이다.

제1부 하구
최광탁과 박용칠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최광탁이 입원하자 그동안 쌓아놨던 허물을 서로 털어놓는 두 사람. 서로가 서로를 만나 기대고 힘을 얻어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세월의 무거운 두께가 쌓이고 털어내지 못하는 답답함을 서로에게 얹이며 그 답답함을 그저 싸움으로 풀어왔다는 이야기. 어찌어찌 하다보니까 인생이 이렇게 흘러왔다 나는 서럽다 - 이런 류의 이야기었는데. 가슴이 싸했다.

제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책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이지만, 주인공 특유의 사변적인 분위기, 현학적인 글들, 말투들, 무척 인상깊었다. 깊이는 없고 얄팍한 두께만 있는것이, 나 같았거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깊게는 파지 못하면서 이곳 저곳 학문들을 떠돌면서도 마치 다 아는 양 [지껄여]대고, 허영에 들떠 우월감에 젖지만 한번씩 느끼는 허무함, 절망감. 잠시 학생운동에도 가담했다가, 문학회에도 들어갔다가, 무엇에 전력을 쏟을지 헤매고, 이유없는 술자리에서의 객기와 장난들, 되돌이켜 보면 어이없게도 풋풋한 사랑놀이, 어느 싸구려 여관방에서 만난 어린 아이에게서 얻은 깨달음과 부끄러움 절망.. 이건 뭐, 완전 [우리 기쁜 젊은 날]이다. 젊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들,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가슴 속 깊이 공감하면서도 중간중간 얻는 가르침들.
특히 학생 운동에 가담했다 빠져나오면서 주인공이 생각한 것 - 지식인의 민중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라는 것이 언젠가는 그들이 민중 위에 군림하며 누리는 계층에 끼어들게 되리라는 예측에서 오는 부채감이나 죄의식의 변형이었지, 민중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나 신뢰는 아니었다. 그저 젊은 시절의 자랑스러운 기억을 만들고자 이러는 것은 아닐까. 막연한 의무감에 사로잡힌 지성의 정신적인 자위행위 (86-87쪽) - 에 대해 읽을때 기분이 참 쌉싸름 했다. 결국 내가 표현하는 공감과 이해는 -척 에 불과한 것일까.

제3부 그해 겨울
김형의 죽음으로 폭발된 뜬금없는 무전여행. 광부가 되고자 하고 고기잡이 어선도 타보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았고, 어느 주막 방우(머슴살이하며 숙식해결하는 것)로 머물며 만난 색시들. 주막을 떠날때 있었던 윤양과의 작별은 특히 인상깊었다. 이젠 너무나도 식상한 모습들이지만, 이미 1,2부를 지나오면서 주인공의 인생에 동화되어서인지 새삼 이유모를 아릿함을 느꼈다. 이유없는 절망과 답답함, 훌쩍 떠나고픔,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 너무나도 부러운 일이다.


전반적으로 아무래도 이 글의 주인공이 작가 이문열 자신이 아닐까 하는.. 인상이 강한 글이다. 고등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 이사, 학교 진학후 문학회 가입, 대학 중퇴 등의 저자 약력은 상당부분 이 글의 주인공과 겹친다. 뭐, 경험이 녹아들어간 픽션이겠지. 누군가 작가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비슷한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누구였지?) 멋있는 일이다. 역시 글은 50세 이후에 써야하는 것인가....ㅎㅎ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

절망이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치열한 정열이다.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도. (214쪽)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235쪽)

그래. 저자의 말처럼 신도 구원하기를 포기한 인간인데, 결국 삶의 의미는 외재된 것이 아니라 내재된 것일까? 우정도, 사랑도, 학문도, 신도, 다 온전히 나를 채울 순 없는 것인지. 저 깊숙한 공허함과 답답함, 허무함, 채워지지 않음에 대한 절망에 대해 느끼는 나의 이 불행함은 결국 내가 진실하게 절망하지 않기 때문인건가. 이 끝없는 허전함에 대해 우정에, 사랑에, 학문에 끊임없이 책임 전가중인 나로써는, 무엇을 해도 내가 하면 깊이가 없고 잘 하지도 못하고 도달하지 못할것만 같은 느낌에 가득 겁먹은 나로써는, 이 내용을 읽을 때 순간 멍 했다. 먼저 나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도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데에, 그리고 그 절망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일때 비로소 가득 찰 수 있다는 깨달음. 치열하게 절망하고, 그 속에서 새출발을, 내 속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난 뒤에야 진정으로 도달해보고자 노력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인간이라는 선언 - [사람의 아들]때도 느꼈지만, 작가 이문열은 인간의 존재와 그 의미를 탐구하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가 아닐까. (혹은 아니었을까)

아무쪼록, 나도 내 삶 속에서 나의 [창수령]을 만날 수 있기를 빈다.


p/s : 어느덧. 내 문체도 이 책과 비슷해졌군.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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