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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에 해당되는 글 2건
2008.08.12 04:04

루키야드 키플링의 [만일]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중략)...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중략)...


한恨의 정서라고나 할까. 올림픽 경기를 보면 우리나라 (혹은 동양) 선수들과 서양 선수들의 정서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보인다. 금메달을 따거나, 안타깝게 은메달에 그치거나 하는 두 경우 모두에 우리네 선수들은 무릎꿇고 주저 앉아 울부짖지만, 서양 선수들은 폴짝 폴짝 뛰며 웃으며 즐거워하거나, 에이, 하고 가볍게 아쉬워할 뿐이다.

결승전 패배, 은메달에 미친듯이 울부짖고 아쉬워하는 왕기춘도 그 근성과 욕심에 멋있긴 하지만,
최민호에게 한판패 당하고도 먼저 다가가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부쩍 들어주며 축하해주는 오스트리아의 파이셔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나는 왠지 그가 - 나는 할만큼 했고, 그런 나를 넌 이겼다. 짜슥, 인정한다. 그리고 축하한다. - 라고 생각하며 씨익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올림픽 금메달 은메달을 가르는 패배였지만, 그날밤 생맥주 한잔하며 - 에이씨, 아쉽네. 쩝. 담엔 이겨주마 - 정도로 그냥 한번 웃으면 털어버릴 수 있는 패배에 불과하게 여길 것만 같았다. 그 여유. 그 담담함.

그정도 여유는 갖추어야, 자기 인생에서의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신고
꿈별 | 2008.08.12 07: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결승전 패배, 은메달에 미친듯이 울부짖고 아쉬워하는 왕기춘도 그 근성과 욕심에 멋있긴 하지만,
최민호에게 한판패 당하고도 먼저 다가가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부쩍 들어주며 축하해주는 오스트리아의 파이셔가 정말 멋있어 보였다.

-> 의미있는 비교네요.. 정말 그러고보니깐 오스트리아 쿨가이가 멋져보이네요.
(아마 국민들의 의식과 관련있지 않나 싶어요.. 오직 금메달만 인정하는 한국과
동메달을 따도 은메달을 따도 좋아하는 유럽...
방금 전에도 왕기춘 선수 미니홈피에 악플이 달리고 있다는 포스트를 보고 왔는데..
왕기춘 선수가 우는 모습도 이해가 갑니다...금메달을 못따면 인정을 못받고)

최민호 선수 인터뷰 중
 -아테네올림픽 이후 방황도 했다는데.

▶아테네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 속으로는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주위의 반응이 그게 아니었다.
금메달과 동메달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줄 몰랐다.

한마디로 찬밥이었다. 금메달을 딴 (이)원희와는 친한 사이라 매번 같이 다녔다. 금메달리스트와 함께 다니다보니 난 늘 뒤에 있었다. 내 스스로처량하고 힘들었다.
당장 금메달을 따고 싶었지만 운동할 때도 없고, 메달을 딸 곳도 없었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서 여관방에서 혼자 술을좀 마셨다.
(웃으며)소주가 아니라 맥주 7병인데.(사실을 확인해보니 소주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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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0 04:19
오늘 오랜만에 대전을 갔다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전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매우 시간이 더디게 가는 반면,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허전하고, 금방 지나간다.(잠들어 버리므로.) 오늘도 그랬다. 가는 기차에서는 한숨도 못잤는데, 돌아오는 길엔 자리에 앉자마자 픽 쓰러져 잠들었다.

돌아오는 길, 서울역에 도착하여 잠에서 깨자 급격히 갈증과 허전함이 밀려와, 내가 좋아하는 서울역 맥도날드에 자리를 잡았다. 배는 그닥 고프지 않아 콜라랑 프렌치 프라이만 시키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난 패스트푸드점이 좋다. 패스트푸드점 특유의 북적이면서 혼자인듯 한 분위기. 특히 맥도날드가 좋다.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는 가장 맛있는 곳, 라지 세트라는 메뉴가 있는 곳. 특히 서울역 맥도날드가 좋다. 기차를 기다리며 자주 들렸던 그 곳. 각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들리는 그 곳. 특히, 서울역 맥도날드의 [그] 자리가 좋다. 모서리를 등지고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울함, 허전함, 혼란스러움 등 머리에 가득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각양각색의 사람들 모습에 희석되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았다. 멍한 기분, 허전한 기분이 사라질 때 까지만 있다 가자. 하며 애써 허전함을 떨치려기 보다는 그 허전함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겼다. 그러다가, 문득 시간 아깝다는 생각 없이 이렇게 멍하니 있는 내 자신이 새롭고 신기했다. 시간은 늘 아깝기만 했었는데, 오늘 그냥 이렇게 기약없이 멍하니 앉아있다니.. 요즘엔 그런 일이 많다. 시간에 대해 별로 아깝다는 생각없이, 밀도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그냥 멍하니 있는 경우. 기억에 남아있는 내 인생에 그런 기간은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없지 않을까. 이 6개월 같은 기간이. 바삐 살고 있을 친구들이 보면 기분나빠할지도 모르겠다.

뭐, 나만 그런게 아니라 세상 사는 그 누구라도, 멍할 때 멍하니 있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다 갑자기 멈추려고 했을때 느끼는 그 기분. 사실 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내 의지대로 멈춰지지 않는 그 기분. 오히려 맘 먹은데로 멈춰진 적이 없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기분. 그런데 요즘의 나는, 그럴때면 그냥 멈춰버린다. 내가 멈추고 싶어 멈춘거지만, 늘 그렇게 안됬었기에 오히려 낯선 이 기분. 이 여유. 나란 아이의 감정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멍하고 허전할때 그저 멍하고 허전해 있기. 오는 8월까지는, 맘 놓고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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