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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해당되는 글 1건
2007.05.10 04:19
오늘 오랜만에 대전을 갔다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전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매우 시간이 더디게 가는 반면,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허전하고, 금방 지나간다.(잠들어 버리므로.) 오늘도 그랬다. 가는 기차에서는 한숨도 못잤는데, 돌아오는 길엔 자리에 앉자마자 픽 쓰러져 잠들었다.

돌아오는 길, 서울역에 도착하여 잠에서 깨자 급격히 갈증과 허전함이 밀려와, 내가 좋아하는 서울역 맥도날드에 자리를 잡았다. 배는 그닥 고프지 않아 콜라랑 프렌치 프라이만 시키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 자리에 앉았다. 난 패스트푸드점이 좋다. 패스트푸드점 특유의 북적이면서 혼자인듯 한 분위기. 특히 맥도날드가 좋다.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는 가장 맛있는 곳, 라지 세트라는 메뉴가 있는 곳. 특히 서울역 맥도날드가 좋다. 기차를 기다리며 자주 들렸던 그 곳. 각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들리는 그 곳. 특히, 서울역 맥도날드의 [그] 자리가 좋다. 모서리를 등지고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울함, 허전함, 혼란스러움 등 머리에 가득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각양각색의 사람들 모습에 희석되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그] 자리에 앉았다. 멍한 기분, 허전한 기분이 사라질 때 까지만 있다 가자. 하며 애써 허전함을 떨치려기 보다는 그 허전함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겼다. 그러다가, 문득 시간 아깝다는 생각 없이 이렇게 멍하니 있는 내 자신이 새롭고 신기했다. 시간은 늘 아깝기만 했었는데, 오늘 그냥 이렇게 기약없이 멍하니 앉아있다니.. 요즘엔 그런 일이 많다. 시간에 대해 별로 아깝다는 생각없이, 밀도 있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그냥 멍하니 있는 경우. 기억에 남아있는 내 인생에 그런 기간은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없지 않을까. 이 6개월 같은 기간이. 바삐 살고 있을 친구들이 보면 기분나빠할지도 모르겠다.

뭐, 나만 그런게 아니라 세상 사는 그 누구라도, 멍할 때 멍하니 있을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다 갑자기 멈추려고 했을때 느끼는 그 기분. 사실 밀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내 의지대로 멈춰지지 않는 그 기분. 오히려 맘 먹은데로 멈춰진 적이 없어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기분. 그런데 요즘의 나는, 그럴때면 그냥 멈춰버린다. 내가 멈추고 싶어 멈춘거지만, 늘 그렇게 안됬었기에 오히려 낯선 이 기분. 이 여유. 나란 아이의 감정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멍하고 허전할때 그저 멍하고 허전해 있기. 오는 8월까지는, 맘 놓고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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