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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3. 17:25

금요일 밤, 놀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고, 졸립긴 하고 - 푹 자고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10시에 잠에 들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왠걸, 새벽 2시다. 너무 불규칙적으로 살아서 몸이 이 시간을 낮잠으로 생각한 걸까. 허탈한 마음에 책상에 앉았다.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로 일주일정도 마음을 잘 못잡았다. 옛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처럼 반가웠지만, 덕분에 현실을 잃고 과거 속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렸다. 한가지 생각했던건, 내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사람들도 그 추억이 스스로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서로가 같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 추억이 바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 속에 자리잡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묘한 질투심을 느끼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그래도 결국은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언제나 돌아가면 집에 온 것만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 주는 그들 - 기억할만한 기억을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맙다.

복학하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은 건, 쓸 거리도 쓰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였다. 군대에서의 경험덕인지 예민했던 내 감수성이 많이 가라앉았고, 그런 마음상태가 너무 좋았다. 똑같이 큰 돌이 날라와도 이제는 고요하게만 일렁이는 감정들이 무척이나 대견스러웠는데 - 이제와 느끼는 건 그저 진폭을 삼킨 것일 뿐, 다 어른인 척 굴었을 뿐이라는 거다. 개뿔. 결국은 너나 나나 다 그대로인데, 연기가 늘었을 뿐인거야. 물론 그런게 어른인 거겠지만. 출사표 마냥 던졌던 입대 전 다짐들도 현실 속에서 많이 희석되었는데, 그래도 내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서 나란 사람의 채도를 변하게 했을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 가는 걸테니까. 그래, ㅎㅎ 군대 안갔다온 애기들이 뭘 알겠니ㅎㅎ - 그리고 나는 뭘 쥐뿔이나 알겠니ㅎㅎ

이제 남은건 시험 둘과 페이퍼 둘. 이제까지 중에서 최악의 학점이 기대되는 와중에 (복학의 여파라기 보다는 골랐던 수업들이 어려운 것들이라서라고 믿고 싶은...) 마지막 최선을 다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