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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7. 02:12

결국 9일간의 전주국제영화제가 끝이 났다. 어떤 행사의 자원봉사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배운것도, 느낀것도 많은 2주 가량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초청팀의 인천공항팀 소속으로 공항에서 입국하는 해외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전주행 버스에 태우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지루할 수 있는 일을 맡았다. 3명의 누나들과 함께 근무하였고, 많은 게스트들을 만났고, 누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4월 25일 수요일부터 5월 3일 수요일까지 공항에서 근무 후 전주로 내려가 영화제 마지막을 전주에서 다른 초청팀 형 누나들과 보냈다. 목요일은 게스트 센터에서 커피를 탔으며(!!) 금요일에는 리베라 호텔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가장 막내인 주제에 금요일에는 지각도 했다. 수목금 모두 뒤풀이를 하였고, 금요일에는 해뜨는걸 보고 잠에 들었다. 토요일 전주에서 바로 집으로 갔다가, 일요일 집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잠의 부족이나 일의 피곤함 혹은 지루함이 아니라, 매일같이 서울과 인천공항을 왕복하면서 탔던 버스에서의 시간이었다. 매일 3시간이 넘게 버스에 타고 있는 게 무척이나 피곤하고 힘들었다.

영화제를 통해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역시 아직은 내가 많이 어리다는 것이었다. 초청팀인지라 외국어 능통자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다른 팀들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았다고는 하지만, 형들은 80년생도 수두룩 했고, 누나들도 다들 23-24세 였다. 나 다음으로 어린 형이 86이었으니. 형, 누나들은 처음에 전주에 연고도 없는데다가 나이도 스무살, 학력까지 서울대인 내가 멀리까지 무언가를 참여하려고 왔다는 사실에 무척 신기해했다. 전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이다 보니 대부분 전북대 학생이었고, 심지어는 서울대 학생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며 손 한 번 잡아보자는(!!) 형도 있었다. 학력적인 면의 차이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갔던 나였는데, 오히려 형들이 너무 그래서 쑥쓰러울 정도였다.

그래 뭐, 나는 서울대고, 곧 학부 유학까지 가는데, 형들은 전북대고, 지식적 측면에서는 내가 앞설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은 [형]들이고 나는 까마득한 (게다가 머리에 피도 안마른) [동생]이다. 평소에 늘 해 왔던 생각중에, 내가 아무리 또래 중에서 생각이 깊다한들(실제로 그렇다는건 아니다) 1년, 2년의 경험 차이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 있었다. 내가 나이 서른이 된다면 모를까, 아직 스물이란 나이에서는 1년 차이도 얕볼수 없는 경험의 차이가 있고, 그런 점에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 바로 [형]들이다. 나는 여전히 어리다. 이번에도 정말 많이 느꼈다. 또래중에선 그래도 수완좋고, 경우를 알고, 일 잘하는 축이지 않을까 했지만, 더군다나 이런 일을 하는데 있어서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것 같다. 조장 형부터 시작해서 형들, 누나들 모두 하나하나 딱히 무언가를 꼬집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달랐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일하는 것, 사람을 대하는 법, 모두 배울 것 투성이었고, 모자라는 것 투성이었다.

그리고 실제 어떤 행사를 치룬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세상인지를 아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도 있었다.(한 일이 없어서 매우 간접적이긴 했다.ㅡ.ㅡ;;) 역시 내가 할 줄 아는 건 공부(ㅡ.ㅡ;;)뿐이었다는 것도 느꼈다. 에휴... 뭐, 차근차근 열심히 배워야지.

아무튼, 길었던 지난 2주가량이 지나갔다. 이제 오는 토요일의 해단식만 참여하면 모든 게 끝이 날 것 같다. 간만에 바쁘게 시간을 보내게 되어 피곤했지만 보람차기도 했다. 더 이런거 저런거 많이 참여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남은 시간도, 꼭 뜻깊게, 보내야지.

그리고 기타 느낌들/정말 남자는 군대 안갔다 오면 할 얘기가 없다/한국사회에서는 조직내의 직위의 위아래와 나이의 위아래가 다를 경우 심한 갈등과 어려움이 존재한다/이동욱과 이종혁은 멋있다/인천공항이 이젠 너무 아늑하다. 구조도 빠삭하게 안다./전주 맛집에는 베테랑, 오원집이 있다. 사실 너무 많이 못가봤다./막내여서 많이 얻어먹었지만 점차 많이 부담스러웠다./난 하루 세끼 김밥만 먹어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