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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30. 15:25

나만의 피해의식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가족과 보낸 시간이 참 없다. 어릴때는 너무 생각이 없었고, 어느정도 기억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때 엄마는 직장에 다니셨고, 큰누나는 기숙사에 살았고, 작은누나는 입시학원에서 12시가 넘어서 돌아왔으며, 내가 중학교 다닐땐 누나들 둘다 기숙사에 살았고, 나도 나름 학원 비스무리한걸 좀 다녔으며, 고등학교에서는 기숙사에 살았다. 대학은 미국에 와있고.
 
덕분에 언제나 가족은 내편이고 가족이니까 사랑하는 것이라 머리로는 늘 생각해오면서도 가슴으로 그렇게 와닿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뭐 한편으로는 그냥 어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미국에 오니까 참 다르다. 막 가족이 보고 싶어서 엉엉 울고 그런건 당연 아닌데, 결국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있구나, 저기에 어떻게 되든 간에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구나, 날 늘 생각하고 응원하는 가족이 있구나.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정말 정 없는 나였는데, 이런게 큰다는 건가.


지난 목요일은 엄마 생일이었다. 엄마 생일이라고 선물 준비해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잊어버린적도 자주 있었던듯 하다. 개학하고 다시금 누나들도 학교로 병원으로 돌아갔고, 나도 미국에 와서, 꽤나 적적하실지도 모를 생일. 전형적 경상도 남자인 우리 아버지께서 특별 이벤트를 마련하신다거나 근사한 레스토랑에 데려가신다거나 하실리도 없어보였다.ㅡ.ㅡ;;

그래서 며칠전부터 고민하다가, 어머니 직장으로 장미꽃 한다발을 배달시켰다. [직장으로]가 뽀인트다. 생일날 근무중에 친구분들이 다 보시는 중간에 새빨간 장미꽃 한다발을 배달받기!ㅋㅋ 이쁜 꽃을 찾다가, 우리 엄마 제대로 찐한 빨간장미도 받아본적 없으실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빨간 장미로만 가득 찬 다발을 선택했다. 그리고 큭큭 웃으며 문구를 담았다.

  사랑하는 숙자씨에게 뜨거운 정열을....
     - JM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는 생각에 주문하면 마음이 정말 뿌듯할 것 같았다. 그런데, 딸깍딸깍 클릭을 하고 주문하고 나니, 마냥 마음이 뿌듯하지만은 않더라. 묘했다. 오히려 지나간 생일들때 못해드렸던게 더 생각났다. 어머니께 죄송하다기 보다는 내 자신이 참 마음에 안들더라. 그리고 내가 미국에 오고 나서야 이런 생각을 하고, 또 엄마 생일을 챙긴다는게 참 서글프면서도 웃겼다. 한편으론 우리 엄마 감동의 도가니에서ㅋㅋ 좋아하기 보다 펑펑 우는거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다음날 전화하신 엄마는 그런건 돈벌기 시작하고 나서 하는 거라고 역시나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날려주셨다. 그리고 나는 [어어, 돈벌면은 이런거 꼭 해야된단 말이네? 지금 은근히 교육 시키는거?] 라고 역시나 촌철살인의 대답을 날려드렸다. 사진의부진辭盡意不盡, 언외지의言外之意. 이런거 보면 나도 영락없는 경상도 남자다.


왠지 어머니 생신이란 말은 싫었다. 엄마 생일. 이 말이 사람들에겐 어떤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내년, 10년후, 또 그 이후에 나에겐 어떤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킬까.



음.. 분위기 조금 칙칙한데 ㅋㅋㅋ
사실 이 포스팅의 목적은 - 나 좋은 일 했으니 칭찬해주세요 - 요거다.
좀 늦긴 했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아들인듯?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