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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14. 17:53

올해 여름에 인턴 혹은 연구참여를 꼭 하겠다는 일념하에, 학기 초에 이리저리 고생을 많이 했다. 원래는 겨울방학동안 대충 미리 알아놓고 문의 메일도 좀 미리 곳곳에 보내놓고 그러기로 결심했었지만, 역시나 방학땐 안되더라... 개학과 함께 이리저리 할일에 치이면서 그제서야 알아보고 찾아보기 시작했을때, 참 많이 후회했다.

연구참여 프로그램을 알아보면서 정말 아쉬웠던건, 미국 시민권, 혹은 영주권이었다. 대부분의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이 다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라 대부분 미국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에게만 지원자격이 한정되 있었다. 쩝, 어쩌겠니, 프로그램 형태의 것들은 포기하고 그냥 코넬 교수를 알아보자, 하는 마음을 먹는 찰나, 우연한 기회에 나같은 미국외 시민권자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나 알게됬고, 그리고 좀더 뒤져서 몇개 찾아냈다. 그래도 참 고생했다. ㅡ.ㅡ;; 내가 찾아서 들어가 본 홈페이지가 한 100개는 될텐데.. 그중에 국제학생에게도 열린게 3개였으니....

그런데 너무 늦은 상태여서 바빴다. 하나는 신청 마감 전날 알게되서 얼른 그날 밤 곧바로 에세이 써서 제출했고, 지난학기 수학 교수에게 연락해서 추천서 써달라고 부탁해서 2시간 가까이 면담하고 억지로 좀 받아냈다. 고 에세이랑 대학원서에 썼던 이야기를 좀 다듬어서 다른 데도 지웠했고, 우편으로도 한군데 부쳤다.... 결정적으로 고민했던건 다들 추천서를 2개 요구하는데 지난학기동안 그 수학교수랑만 친해진 상태라서 어떻게 하나였다. 결국은 고등학교 담임쌤께 전화해서 - 이렇고 저러해서 선생님이 추천서 쓰신것처럼 해서 추천서좀 내겠습니다. - 말씀드리고 허락받으며 3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하나는 Rice University의 어느 일본인 교수가 조직한 나노관련 연구참여 프로그램으로 선발 파견 등은 Rice에서 하지만 실제 활동은 일본(!!)에서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방학의 첫 삼주는 집중 일본어 코스를 듣고, 그 후 10주간 일본의 여러 대학, 연구소 중에 하나에 가서 나노연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하나는 시카고 옆에 소재한 FermiLab의 물리전공자를 위한 인턴쉽인데, 다들 알겠지만 FermiLab은 제네바의 CERN이 생기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였던 입자가속기가 있는 연구소이고, 가장 대표적인 미국 국립연구소다. 뭘 하는진 모른다만 거기서 일을 하는 거란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Caltech에서 진행중인 LIGO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일이었다. 중력파 측정에 필요한 일을 거드느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주동안 다 발표났다. LIGO는 떨어졌고, FermiLab과 일본나노는 됬다. 얼마전 포스팅한 전화 인터뷰 얘기가 그 일본 나노 프로그램 얘기였다. 솔직히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늦게 알아서 허겁지겁 원서를 낸데다가 난 아직 고작 학부 1학년생이기에 큰 기대 안했었는데, 두개나 되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됬다. - 그리고 내 메일을 다 정중히 잘 거절(!!)하던 코넬 교수들에게 더 매달리지 않아도 되게됬다. - 물론 당분간만..ㅋㅋ

뽑힌 두가지 중 일련의 고민끝에 FermiLab에서의 인턴을 선택할 것 같다. 어짜피 학부 1학년이 뭘하겠나 싶다는 점에서 그럴거면 이왕 3개월 공짜로 일본에서 지내는 경험도 좋을것 같긴한데, 그래도 FermiLab이 'FermiLab'인 지라 내게 더 유리한 기회일 것 같다. 또 마침 아는 형 친구가 거기서 인턴을 했다는데, 참 좋았고 많은 일을 했다더라.. 그리고 나노는 코넬에 미국에서 두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비들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남은 3년간 언제든지 나노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계속 있다고 생각하면 좀 다른걸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내게 추천서 써준 교수가 한 말인데, 인맥 혹은 커넥션을 생각할때 FermilLab으로 가라더라ㅎㅎ 이 글 읽는 분들은 어떤게 제게 더 좋은 선택일것 같으세요..?

근데 내가 고작 학부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이건 뭐 취직하는 거랑 똑같은가 보더라. 이른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참가하게 되고, 내가 미국 시민이 아닌지라 필요한 각종 서류작업까지도 해야한다. 대강 연구참여 뭐 이러는게 아니라, 공식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10주간 주 40시간 주급 440달러에! 숙소는 그냥 제공되고!

그렇게 해서 이번 여름은 5월 15일 - 6월 1일, 8월 9일 - 8월 27일, 인턴기간을 전후해서 각각 약 20일 가량이 비는 시간이 되었는데, 앞에 한국에 갈지 뒤에 한국에 갈지 고민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제가 언제 한국에 왔으면 좋겠나요..?ㅎㅎ 한국에 안가는 남는 20일은 미국 북동부지역 여행좀 다녀볼까 싶다. 한 열흘은 쉬고, 뭐 뉴욕좀 며칠 갔다오고, 이러면 사실 20일도 금방이다.


나노 일본 프로그램 전화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과연 내가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 아니 있는지 조차 알았을까. 그리고, 프로그램에 됬다는 사실 보다 혹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됬다는 점보다 뿌듯한건, 멍하니 주어진걸 받아먹은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든 인터넷, 물리과 게시판 이런데를 뒤지고 뒤져서 결국 [찾아]내고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꼈다. - 아 미국은 기회의 땅이구나, 그리고 기회는 찾으면 있구나.

다 좋긴 한데, 마지막으로 배부른 푸념하나 하자면, - 이렇게 어떻게든 아둥 바둥 살아보려고 하는 내가 가끔은 좀 서글프다.

2008. 3. 4. 12:08

지난번 지원했었던 여름 프로그램에 대한 전화 인터뷰를 오늘 했다. 내가 한 대답들이 좋은 대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별로 준비도 안하고 그냥 전화받은 거였거든... ㅡ.ㅡ;; 떨어지면 뭐 코넬 교수한테 들러붙지 하는 마음에서인지 사실 별로 절실하지 않았다..ㅋㅋ

근데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한 대답들이 좋은 대답이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을 못해서 아쉬웠다.] 혹은 [내가 한 말이 제대로 전해졌을지 의문이다.]가 아닌 것이다.


종민아. 축하해. 너 영어 많이 늘었더라 ㅋㅋㅋㅋㅋㅋ




물론 아직 멀었지만ㅋㅋㅋㅋㅋㅋ

2008. 2. 21. 05:50

힘내

절대로 약해지면 쓰러지면 뒤쳐지면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지금 이순간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이 지금 일단은 달릴 길이라고 생각해.

나만 왜 이럴까 하며 우울해 하지말고,
아직 내가 이룰 것들이 많이 남아서 우울한 것이라고 생각해.

도데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길래
현실이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 라고 생각해.

지금 이순간
지겹고 힘들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이미 걷기 시작한 길인걸.
창피하게 멈출 순 없잖아
내가 약속할게
틀림없이 이 길엔 끝이 있고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쉴 수 있을꺼야.

지금 소원처럼
다 그만두고 한 일년 여행이나 다니고 산책이나 하고 쉬고 그러면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답답해 할 자신이라는 거 잘 알잖아.ㅎㅎ
지금말고, 조금만 더 있다가 웃자.
웃고 있기엔 너무 젊다, 우리가.


그러니까,
힘내.

2008. 2. 18. 17:40
요즘 매우 인상깊었던 구절/한번씩 떠오르는 구절들.

나이를 먹는다는건,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게 많아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삶은 모든 달콤함과 즐거움은 [열정]속에서 찾아진다고 한다.

일회용 반창고를 제거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지. 천천히 고통스럽게, 또는 빠르고 고통스럽게. 너의 선택이야.

이르면 고2,3때 쯤, 늦어도 대학교 3,4학년때 쯤에는 모두들 하게 되는 그 무서운 걱정..
- 내 삶도 그저 그런 삶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물리학과 교수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 큰일이다.. ㅠ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건지 너무 재지 말자.
어떤 것이 미래에 가장 쓸모있을 지에 대해서도 너무 생각하지 말자.
-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미래의 나와 연결될꺼야
2008. 2. 14. 05:40

여름방학동안 어떻게 뭔가 할 수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 연구 참여 프로그램 같은것을 뒤져서 신청중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미국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들만 지원가능한지라 매우 절망했었는데, 그래도 뒤지니까 국제학생도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있더라. 좀 늦은 듯 싶었어도 열심히 에세이 쓰고 그리고 지난학기 수학 교수에게 추천서를 부탁했다.

토요일밤, 늦어서 죄송하다고, 거듭 표현하며 부탁했었는데, 역시 친절하게도 부탁하는건 다 들어준다. 미국 교수들의 특징. 수요일 추천서 마감이라고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각자의 스케쥴로 인해 결국 수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 나는 당연히 수요일쯤 내가 보낸 서류들을 바탕으로 대충 써 놨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늘 교수와 만나서는 무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어떤 연구 경험이 있고 어떤 상을 받았고 그게 어떤 내용이었고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냥 추천서를 한장 써준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뭔가 나에 대해 그리고 나의 활동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보고 파낸 후 최선을 다해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자세였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런 교수가 너무 고마웠다. 게다가, 자신은 사실 교수가 아니라 Senior Lecturer에 불과하다며 사실 추천서라는게 명망있는 교수가 써주면 더 효과가 크다고, 아직 난 1학년이니까 그러기 힘든거 당연하지만 앞으로 잘 해서 내년 여름이나 이럴때는 그런 물리학과 교수한테 받으면 더 좋을꺼라고 말하더라. 나는 한수 낮은 사람이고, 최선을 다해주겠지만, 그래도 다음엔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말. 이거 쉽게 할 수 있는 말일까?

한국 대학생활을 내가 제대로 겪어본 건 아니지만, 한국 교수들도 추천서를 부탁받았을 때 과연 그렇게 할까 궁금해진다. 대학은 고등학교와 조금 다를런지도, 또 교수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왠지 안그럴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선 대뜸 1학년이 추천서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조차 어려운 권위적 분위기인데.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요즘 유학을 온 것이 좋은 선택이었단 생각이 하나 둘 씩 늘어나고 있다.


첨언 : 이 교수도 나에게 영어 에세이의 관사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연구 참여 프로그램의 특성상 영어를 크게 신경쓰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좀 수정을 받던지 하라는 교수의 말. 이놈의 영어, 언젠간 내게 결정적인 발목을 잡을 그날이 올것만 같다. - 그 전에 발목 안잡힐 실력을 만들어야지... ㅠㅠ

2007. 12. 18. 18:50
카투사를 지원했던 친구녀석은 떨어지자 마자 어학병 지원해서 시험쳤고, 아는 선배한분도 입대하신단다. 서울대에서 친해졌던 형도 카투사 떨어졌지만 2월 입영이라 하신다. 간만에 찾은 목욕탕을 나오는 길 우연히 만난 중학교 동기 하나는 다음주 입대란다. 한번 얼굴보자며 만난 다른 중학교 동기 두명은 각각 1월 3월 입영이다. 그네들이 이미 입영한 친구로부터 힘들다는 전화를 한번씩 받는다고 얘기를 전해준다. 그러고 돌아온 집에서는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100일 휴가 나온 또다른 중학교 동기였다. 내가 구미 왔다는 소식에 전화 한번 걸었다며, 얼굴한번 보자면서 자기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리 집 쪽을 지나가니까 연락하겠다더니 연락이 없다. 내가 연락을 다시 해볼까 싶다가, 가장 친한 녀석들이랑 놀다가 예정보다 늦어진거겠지, 싶어 그냥 말았다.

남자는 군대를 기점으로 아이와 어른이 나뉘고, 또래 여학생들보다 생각이 깊어지고, 세상을 배우고, 등등등등의 말들을 다 떠나서, 그냥 푸욱 한숨만 나온다. 다들 가는구나. 다들 가는구나.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다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느낌으로 떠났을런지. 많이들 힘들텐데.

막상 닥치지도 않은 일, 그리고 아마 나는 경우가 다를 텐데, 쓸데없이 왜 그렇게 부담을 가지는 거냐고 내게 말하고픈 사람이 많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냐 어쩌나. 이게 내 성격인걸. 집에 왔더니, 근 4일간 군대와 관련한 입력이 너무 많다. 마치 누군가 내 귀에다

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군대

라고 외치는 것 같다. ㅠㅠ




전화온 그 녀석은 자기를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내게 말했다.
당연한 얘기인건데도 무언가 기죽은 말투, 고마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닌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참 아팠다. 묘했다.
나라고 너네랑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게 아닌데....
2007. 12. 12. 17:04
약 30시간 뒤면 한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약 30분 후면 기숙사를 떠날 것 같습니다.

아닌척 하려고 해도, 막상 가게 되니까 참 좋군요 ㅎㅎ

모두들 한국에서 만납시다.
2007. 12. 5. 09:33

다음 아고라에 즐거운 글이 하나 떴다.

학창시절에 저런 추억 하나쯤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겠어 ㅋㅋ
우리는 교실안은 아니었고 ㅋㅋ 본관 옥상에서 였다. 고2 내 생일날.
후훗. 이젠 나도 저 시절을 돌이켜 볼 나이가 되었다는게 새삼 신기하기도 아쉽기도 하다.
(음 사진은 올리지 않겠어요ㅎㅎ)

돌이켜보면 괜한 반항심과 객기에 피식 웃음 나오는 일들이지만,
그래도 그런게 다 추억이고 기억인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어느정도는 사고도 좀 치고 말썽도 피워야 되는 거 아닐까? (물론 걸리지 않게 완벽하게 ㅎㅎ)
어느정도는 마음에 내키는 대로 행동한 일들, 돌이켜 보면 다 추억이 되더라.
댓글들도 보아하니, 나무라기 보다는 우리도 저때 저랬지 혹은 나도 저래 볼걸 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다시는 저때 저렇게 먹던 기분이 나지 않겠지.
어떤 상황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서도 저때 저 기분은 안날 거다.

친구들아 보고 싶다 ㅎㅎ

2007. 11. 16. 14:33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도 먹고 1교시도 가겠다는 다짐과는 다르게, 어김없이 10시 반에 깨고 말았다. 덕분에 내일 아침 2교시 공강때 하자 하며 약간 덜해놨던 독일어 숙제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을 가야 했다. 꿈자리는 또 어찌나 찝찝했던지.. 일어나자 마자 한숨 부터 푹 쉬고 말았다. 웅-하고 울리는 머리 속을 털어내려고 애써본다.

     그 와중에도 친구 녀석의 카투사 발표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나는, 얼른 컴퓨터를 켜고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다 떨리더라. 컴퓨터를 켜놓고 어딘가 나갔는지 녀석은 대답이 없었다. 수업하러 걸어가는 길, 전화도 걸어봤지만 받지 않더라. 결과 나면 째깍째깍 엠에센에 말 남겨놔야지 이녀석!
     내년 카투사를 지원할까 생각중이다. 거의 마음은 기울었다. 군대라는 것. 도데체 뭘까. 중학교 동기들은 벌써 여럿 군대를 갔고, 고등학교 동기들 중에서도 가려고 마음 먹은 녀석이 여럿이다. 그런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가 간다고 생각하니 마치 내 일처럼 떨렸나 보다. 나도 언젠가는 가야 할 곳. 09년 1월 혹은 2월에 갔으면 하는 곳.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한 관문이라는 그 곳.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은, 모두가 갔다와서는 인생 낭비한 곳이라고 욕한다. (물론 군대에서 사회를 좀 배웠다고 하는 분도 많지만 그 배움이 2년이라는 기간에 상응하냐라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이들이 아니라고 답하더라).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막상 공익이나 면제로 안갔다온 사람들을 은근 무시하고 미필자나 여성 앞에서 항상 군대 경험을 으스대기로 유명하다. 아마 내가 군대를 갔다온다면 전형적인 그런 사람이 되겠지. 당연히 그런 최악의 사람처럼 대놓고 말하는 일이야 절대로 없겠지만, 마음 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겠지 - '저 녀석 할튼 군대를 안갔다와서 저래.' 정말 절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는 농담삼아 내뱉으려나.ㅎ 이런 내가 부조리하다는 걸 잘 알지만, 이게 나인걸 어떡하겠는가.
     또 한편으로 나란 놈은, 병특 등의 방법으로 대체복무를 한다면 현역 사람들에 대한 묘한 부끄러움, 혹은 죄책감 같은 것을 갖고 살아갈 것 같다. 약간은 당당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 (아, 그렇다고 이런 생각때문에 다녀와야겠다는 결정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누구 말마따나 고작 그걸 위해서는 2년이란 기간이 너무 길다. 다만 훗날 병특하는 것보단 미리 군대문제 해치우는게 내 인생에 더 이로울 것 같아서..)
     군대를 들어갈때는 마냥 어린 소년이지만, 나올때는 진짜 남자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진실 - 혹은 어설픈 사회의 고정관념. 만약 진짜 입대하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찌됬든 한국에 계속 머무른다는 생각에 미국 오던 그날보다는 마음이 편할까, 아니면 더 복잡할까. 내 생각엔 후자일 것 같다.

     정신없이 독일어 수업하고, 점심먹고, 수영하고, 수업가고. 그렇게 또 하루가 흘렀다. 마지막 수업땐 꾸벅 꾸벅 졸았는데, 그러고 수업을 마치자 너무나도 자고 싶은 생각에 가까운 도서실 같은데 가서 등받이 아주 높은 의자에 맘 먹고 앉았다. 잠오면 기대서 잘라고ㅎㅎ 노트북을 열고 다음에 접속했더니 황석영 씨가 귀국했다더라. 대선철, 상당히 정치적인 문인에 속하는 그의 귀국 소식은 기삿거리인가 보다.
     지난 봄 다양한 한국 근현대 소설을 읽었었다. 나는 황석영의 글이 참 좋았다. 황석영 뿐만 아니라, 요즘 작가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50-70년대의 작가들에겐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쉽게 쓴 글이 아니라는 그 느낌. 이건 단순히 소재가 소소한 일상이냐 혹은 거대한 관념이냐로 결정되는 부분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치열한 사투가 느껴지는 그런 글. 몸서리칠정도로 쩍쩍 묻어나던 그 진정성. [삼포 가는 길] [객지] [탑] 등등으로 이어지던 소설집을 읽으며 나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감정, 숨이 거칠어지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인간, 전쟁, 민중, 그리고 우리의 70년대. 나도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 50이 되면, 나도 글쟁이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 [진정성]이 쩍쩍 묻어나오는.
     사실 황석영의 글들은 70년대를 거치지 못한, 거기에 아직 사회를 경험하지 못한, 고작 스물인 내가 공명하며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공감까지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진정성&공감 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적절한 시기에 그 글을 읽은 덕이겠지만.)
     경복고 재학 중 등단했던 그는 다니던 숭실대를 때려치우고 전국 각지를 유랑한 경험으로 [삼포 가는 길]을 썼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전국 각지를 유랑하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걸 느끼고 경험했을까. 세상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쌓은 경험들이 다 글들에 녹아났겠지. 누군가 글쟁이는 상상으로 글을 쓰는게 아니라 경험으로 글을 쓴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일까. 누군가는 지금 내 나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던졌는데, 온 몸으로 그 [진정성]을 경험했는데, 나는 지금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다시금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한국에 귀국하는 기회마다 시골 구석구석을 누벼보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해 본다.

     토요일 공연을 앞두고 8시부터 풍물 동아리 연습이 있었다. 연습 후 방으로 돌아와서 다시 다음에 접속했다가, 어떤 블로거가 남긴 글을 보게 되었다. 시집간 딸래미가 친정 엄마로부터 받은 문자에 엉엉 울고 말았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링크) 예전 같았으면 별 생각 없었겠지만, 이번엔 잠깐 멍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원래 나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라던가 이런게 없었다. 물론 가족을 모두 사랑하지만, 뭐 [그렇게] 애틋하고 그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 온지 3개월. 이제는 조금 느끼는 것 같다.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건지, 내가 그저 나이가 좀 찬건지. 결국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것 없이 늘 나를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사람은 가족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한 유학이라는 선택이 그런 그들에게 너무 큰 아픔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잘되보자고 한명은 대전에, 한명은 천안에, 한명은 미국에 뿔뿔이 흩어진 지금. 텅빈 집에서 매일 밤 부모님은 허탈한 공허함을 느끼고 계시진 않으실지.. 차라리 내가 멀리 있어도 - 뭐 잘 살지? 그랴~ 알아서 잘 혀~ -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면 마음이 더 편할텐데, 밤낮없이 걱정하고, 휴일 아침이면 혹시나 날 인터넷으로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컴퓨터를 켜 놓고 계시는 부모님을 알기에, 그런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하다. 자주 연락드려야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자주 연락하면 내가 여기에 마음 못잡고 집을 그리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까 하는 괜한 걱정이 들어서 그러지도 않고 있다.ㅋㅋ 사실 괜한 걱정이 아닐 꺼거든...ㅎ 뭐, 겨울에 가면 잘 해야지 ㅎㅎ

     저녁 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종일 몸도 마음도 뭔가 어지러운 날이었는데, 오늘 하루동안 생각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을 이렇게 적고 나니 조금은 정리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던 무렵 비는 잠깐 눈으로 바뀌었었다. 첫눈. 지금은 다시 비가 내린다.  한 친구녀석은 눈 오는데 여자도 없고 외롭다며 징징거렸다. 훗. 이젠 그런 녀석이 귀찮은 단계를 넘어서서 마냥 귀엽기만 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저 녀석도 곧 그딴 감정 다 부질없다는 거 알게 되겠지. 이런 생각하는 내 자신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면서도 저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여전히 그런 것들을 바라고 기대하는 내 자신이 좀 우습기도, 불쌍하기도, 답답하기도 하다. 결국 이런게 인간이겠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2007. 10. 31. 10:21

아.
오늘 있었던 독일어 시험.
망했다.
수학에 이어 독일어까지.

근데, 그래서 기분이 좋다.
어쭈? 주제에? 감히 나한테 스트레스를 줘? - 이런 기분.
이렇게 아슬아슬한 맛이 있어야 공부할 맛이 나는 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