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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0. 17:41

학전 블루 소극장
원작 존 폐트릭 쉔리 John Patrick Shanley
연출 최용훈
출연 예수정 남명렬, 윤다경, 우명순

2005 퓰리처상 드라마부분 수상, 2005 토니상 4개 부분 수상

1964년, 어느 카톨릭 성당의 부속 학교에 첫 흑인 학생 뮬러가 다니고 있었다. 따돌림을 당하는 그 아이를 보살피는 유일한 따뜻한 손길은 플린 신부(남명렬 분)뿐이다. 그런데, 뮬러가 속한 반의 담당 수녀인 제임스 수녀(윤다경 분)는 이 학교의 교장인 엘로이셔스 수녀(예수정 분)에게 어느 날 뮬러가 플린 신부다 단 둘이 면담하고 난 후 돌아왔을때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는 보고를 하고 이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 신부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이번 신입생 세미나에서는 연극 다우트를 감상하였다. 연극 초반부에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심증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편집증 적인 증상으로 그려진다.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기 보다는 규율과 엄격함으로 학생들을 관리하고자 하는 엘로이셔스 수녀를 어느정도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녀의 의심은 더더욱 비합리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계속된 그녀의 의심앞에서 플린 신부는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 결국 플린 신부가 정말 뮬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해 관객이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한채 연극은 끝나고 말았다.

연극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의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의심 자체에 대해 뭔가 철학적인 의문을 관객에게 던지고자 한 듯 했는데, 편집증적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엘로이셔스 수녀의 의심에 대한 확신은 사실-거짓의 관계와 확신-의심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그 진실 자체로 완성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믿음이 그 사실에 덧붙여 짐으로써 그것이 진실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비록 거짓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그것이 진실이라고 모두가 믿는다면, 그것은 진실이 되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극 본 후에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사실 저런 답이 없는 철학적 질문보다는 현실적인 걱정에 대한 것이었다. 아직은 내가 학생에 불과해서 느끼지 못했던 점이지만, 훗날 사회에 나가 어떤 조직 속에서 상사나 동료가 날 특정한 이유나 증거없이 무작정 끝없이 의심하고 미워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내 아랫사람이 그런다면야 물론 권력을 동원하면 되겠지만..(^^) 상사나 동료라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연극 속에서는 플린 신부가 과연 떳떳한지 아니면 떳떳하지 않은지에 대해 확실히 결론지은 것은 아니지만, 과연 정말 나 스스로는 떳떳한데, 정말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심지어는 아무 이유없이, 상사가 날 괴롭히고 미워한다면? 어쩌면 그냥 그 미움과 의심을 해결할려고 끝없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 그냥 플린 신부가 다른 교구로 옮긴 것처럼 내가 그 직장을 떠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다, 그런식으로 하다가는 어디서도 자리 못잡는다. 어떻게든 참고 이겨내야 한다? 사회에 나가면 정말 별별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것이다. 아직은 미리 상상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정말 두려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스포일러 끝났어요)

모든 연기자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잠깐 등장할 뿐이었던 뮬러부인(우명순 분)의 연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연극 후에는 플린 신부를 연기한 남명렬 분과 함께 극장 근처의 술집에 갔다. 음.. 물론 나는 되도록이면 교수님과 연기자 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가까이 앉았다가는 제대로 술자리를 즐기지는 못하고 연극 얘기만 하게 되거든..^^ 물론 그런 얘기 하는 것도 좋지만, 어제는 그저 같이 수업듣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나 하고 싶었다. 그리고 갔던 술집은 원탁의 기사 라고, 대학로 내에서 정말 유명한 술집인듯 했다. 아주 오래전 연극 포스터들이 벽에 줄줄이 붙어있고, 주인아저씨와 배우분들이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꼭 배우가 될거라고 말하는 주인 아저씨.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그런 분이셨던것 같다. 극장 옆에서 술집을 운영하면서, 연극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꿈을 늘 간직한채 살아가는 그런 분.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끝으로, 요즘 문화생활을 너무나도 많이 한다는 걸 느낀다. 넘치면 뭐든지 안좋은 법인데.. 시험공부에 지쳐있을 나의 친구들은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