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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9. 17:46

무언가가 [가능하다 possible]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그럴 듯 하다 plausible]고 생각하고 [믿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에 대해 요즘 배우고 있다.

According to Plato, knowledge is a subset of that which is both true and believed.
플라톤에 의하면, 무언가가 나의 [지식]이려면 그것이 사실일 뿐만 아니라 내가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뭔가 말이 멋있기만 했다.

저 [믿음]에 관한 논제를 좀더 파고 들어가보자. 예를 들자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어떤 거대한 용이 지구에 불입김을 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것이다. 아무도 그 말이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그게 절대 불가능한 일인가? 하는 질문에는 모두들 대답을 망설일 것이다. 분명 [가능은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행복기계가 발명되었다고 하자. 이 기계를 사용하면 꿈과 같은 정신적 세계에 계속 머무를 수 있게되며, 그 세계 안에서는 내가 원하는데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나는 그 기계의 세계 속에 영원히 머물 수 있고, 이것이 실제가 아니라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절대 구분하지 못한다. - 당신이라면 이런 기계를 사용하겠는가?

대다수의 사람들의 이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대답은 - 싫다 - 겠지만, 사실 이성적인 근거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다들 할말을 잃을 것 같다. 그냥 뭔가 순간적인 느낌은 싫은데, 사실 생각해보면 결국 나는 이게 가짜인지 모를 거고 그걸 구분할 방법이 아예 없고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그게 내 삶이 되는건데, 그 삶에서는 행복만 있다는데 그냥 그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실용적 관점에서는 더 나을 것 같다. - 라는 결론을 대부분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찜찜한 기분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 [실제]삶과 [가짜]삶을 구분할 수 없다면, 우리가 [실제]삶이라고 생각하는 이 삶도 단순히 기계 속의 삶이 아닌지 어떻게 알까.

그 찜찜한 기분이라는게 저 [가능함]과 [그럴듯함]의 차이로 설명 할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저 기계에 대한 공포는 - 언젠간 깨어나서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까 - 정도로 압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 기계가 영원히 작동하고 꿈에서 깨지 않는 것이 [가능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그럴듯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꿈과 진짜 삶을 완벽히 구분하는게 불가능 하다는걸 다들 동의 하겠지만, 우리는 뭔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금 우리의 이 삶은 진짜 삶이고 꿈이 아니고 깰 수 없다고 [믿고] 있고, 저 기계 속의 세계나 꿈은 언젠간 깨어나고 말 [것 같다.] 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말이 쓸데없이 복잡하다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 밤에 잠들때 다신 못 깨어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자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무신론자들은 신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그저 본인들은 믿지 않을 뿐이다. 뭐 논리로 신이 없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논리적으로 존재 가능성을 0으로 만드는 일련의 증명이 존재했다면 이미 이런 논쟁은 죽은 논쟁이 되었을 거니까 모두들 반항하지 말고 내 말에 동의하자. 내가 그렇다. 신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은 들지만, 뭔가 그게 [그럴 듯 해] 보이지 않는다. 그걸 [믿고]싶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신을 믿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다들 이성적으로는 [신이 없을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에게 그 가설은 전혀 [그럴 듯 하지]않고 [믿고] 싶지 않은 얘기일 뿐이다.

이러한 종류의 논리를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에 적용해본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지식의 기반이 가장 아래 자리에 있는 것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믿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믿음은 어떻게 생긴 걸까. 성장배경, 문화, 경험 등등등등이 많은 영향을 끼쳤겠지. 그리고 그런 요소들은 따지고 보면 다수가 동의하고 공유하는 무엇이다. 결국은 집단성을 쫓아가고 있는 건가.

음. 앞으로 철학적인 고민은 수업을 통해서 계속 더 하게 되겠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이상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 결국 다 마음 먹기 달린거니까 닥치고 열심히 살자 - 정도가 되겠다.

끝으로, 이상의 내용을 토론하고 생각한 후에 다시 저 플라톤의 말을 보고 생각한건 - 과연 플라톤이 이런거 까지 생각하고 저런 말을 한걸까? - 였다. ㅋㅋㅋㅋ